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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휴일이었습니다. 휴일이라는 건 참 좋은 거죠.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다 할 수도 있고, 공원을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여유를 즐길 수도 있고, 목욕탕에 갈 수도 있으니까요(하하).
아무튼 거의 한 달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살았으니, 이제 마음을 다잡고(?) 글의 제목 그대로 제게 일어났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여러분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단 말이죠)을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있으신 분은 한번 읽어보세요.
1. 요즘 AVGN과 NC라는 두 사람이 만든 동영상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구냐고요? 말씀드리자면 좀(?) 길어요.
AVGN은 '화가 난 비디오 게임 바보(여기서 '바보'란 '푹 빠진 사람'이라는 뜻입니다)'라는 뜻인 'Angry Video Game Nerd'를 줄인 말입니다. 그분의 본명은 '제임스 롤프'죠. 눈치채셨겠지만 이 사람이 하는 일은 형편없는 게임(예컨대 조작이 제대로 안 되고, 그래픽이 나쁘고, 음악이 엉뚱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너무 어렵고, 줄거리가 엉망진창인 게임)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직접 플레이한 뒤, 인정사정없이 비난하는 일이죠. 당연히(?) 게임을 하면서 온갖 욕이 다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엄청 웃겨요. '어떻게 하면 저렇게 형편없는 게임들만 찾아서 즐길[?]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사람 때문에 저는 게임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덧붙입니다.
NC는 누구냐고요? '옛날을 그리워하는 혹평가('혹평가'란 '혹평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라는 뜻인 'Nostalgia Critic'을 줄인 말이예요. 이 사람의 본명은 '더글라스 워커'입니다. 이 사람은 옛날 만화영화(요즘은 '애니매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전 '만화영화'라는 말이 더 맘에 듭니다)나 옛날 영화 가운데 형편없는 것들을 골라서 악평하는 일을 하고 있죠. 비꼬는 솜씨가 일품이라서, 이 사람의 동영상을 보면서 몇 번을 웃었는지 모릅니다. 이 사람은 '체스터 A. 범(Bum)'이라는 노숙인으로 나와서 최신 영화를 평가하기도 하고(<노숙자 리뷰>라는 시리즈로 나와 있습니다), '안경 낀 그 남자'로 나와서 황당한 질문에 더 황당한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이 시리즈의 이름은 <그 남자에게 물어봐(Ask That Guy)>예요). 이 사람의 동영상들을 보면서 저는 '아, 내가 추억 속에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던 만화영화나 영화들은 다 쓰레기였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죠(웃음).
두 사람의 동영상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으시면, AVGN이나 NC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찾아보세요. 그럼 동영상이 나올 겁니다. 직접 보실 것을 권합니다(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요). 저 혼자 보고 즐기기는 너무 아까워서 여러분에게도 추천해요. 삶이 너무 팍팍하고 재미없다고 느끼시면, 그들의 동영상을 보세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AVGN을 고용해야 하고, 만화영화나 영화를 만드는 회사는 NC를 '고문'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엄청난 '내공'을 자랑하는 고수(!)거든요. 이런 인재들이 썩게 내버려두면 안 돼요)
2. 몸무게가 1kg 빠졌습니다. 어제 목욕탕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목욕하기 전에 제 몸무게를 재 봤죠. 석 달 전에는 몸무게가 93kg이었는데, 이번에는 92kg이 나왔더군요. 그걸 안 순간, 너무 기뻐서 춤을 추고 싶었죠. '아, 퇴근하고 나서 꼭꼭 헬스클럽에 간 뒤 런닝머신 위에서 30분씩 빨리 걸은 보람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속도로 살이 빠지면 올해 안에 몸무게가 86kg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겁니다. 물론 그 다음해에는 75kg로 뺄 거고요.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3. 작년부터(아니 재작년부터였던가?) '퓨렘'이라는 햄을 사 먹고 있습니다. 햄은 햄인데 돼지고기가 아니라 콩으로 만든 햄이예요(콩도 고기처럼 단백질 덩어리잖아요?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은 콩으로 고기를 만들어 먹는 기술에 의존하고 있답니다). 채식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때, 밀가루로 만든 닭고기와 콩으로 만든 햄을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깔끔하고 담백한 맛과 쫄깃쫄깃한 질감(그러면서도 '진짜' 고기와 구분이 되지 않는 맛)에 반했죠. 그 뒤부터 '콩으로 만든 고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서 콩으로 만든 햄을 본 다음부터는 그것만 사 먹었어요. 콩으로 만든 햄의 맛에 익숙해지니까, 이젠 돼지고기나 칠면조로 만든 햄은 못 먹겠더군요(너무 느끼해서요). 사람의 입맛이라는 건 이렇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 같습니다(참고로 처음에는 콩햄을 기름에 지져서 먹었지만, 그렇게 먹다가는 살이 더 찌고 건강에도 안 좋다는 충고를 들은 뒤부터는 썰어서 그냥 먹고 있지요).
4. 몸 안의 지방을 분해하고 위장을 청소하며 소화를 도와준다는 청국장 가루를 하루에 두 숟가락씩 퍼 먹고 있는데, 지난주에 그게 다 떨어졌습니다. 그걸 우리 동네 중심상가에 있는 '초록마을'이라는 가게(『한겨레』신문사와 관계가 있는 가게죠)에서 사 먹었는데, 어젠가 그저께에 가게에 가 봤더니 없더군요. '아니, 이제 더 이상은 청국장 가루를 안 파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늘이 노랬습니다. 설탕도, 소금도, 방부제도, 화학조미료도 안 넣은 천연(!) 청국장 가루여서(그러면서도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안 나서) 자주 사 먹었는데, 그 가게에서 팔지 않으면 그걸 도대체 어디서 사야 하나요? 그래서 지금 두 눈에 불을 켜고 청국장 가루 파는 곳을 찾고 있답니다. 일단 우리 동네 슈퍼를 뒤져 보고, 그래도 안 팔면 둔촌 종합상가에 가서 찾아보고, 그 때도 없으면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밖에요. 좋은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옵니다.
5. 프랑스와 미국 만화를 보면, 굵고 거친 선으로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 때문에 감탄하게 됩니다. 몽골로이드는 몽골로이드답게, 흑인은 흑인처럼, 아랍인은 아랍인처럼, 백인은 백인처럼 그린 것을 보면 '한국의 만화가들은 왜 이런 식으로 그리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이죠. (앞으로 제가 그런 식으로 그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굵고 거친 선으로 차갑고 칙칙하게 그리는 방법'을 연습했어요) 그리고 그것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자세(성, 인종, 민족, 종교, 장애에 대한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어른이 볼 만한(!) 내용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으니, 저는 그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이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죠. 저는 그들의 '약점'이나 그들이 다루지 않은 소재(또는 주제)를 찾아내 '틈새시장'을 노리고 거기로 파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만약에 제가 만화책을 낸다면, 여러분에게 먼저 알리겠지요. 많이많이 기대(?)해 주세요.
6. 3월 9일에 '정토'님께서 이명박 대통령 '가카'가 정신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100% 공감합니다. 오죽하면 그 사람이 2MB(반도체 칩으로 따지면 책 한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정도의 용량밖에 없는 돌대XX라는 거죠)라고 불리겠어요? 저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립니다(그 사람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대학생들이 "학교가 등록금을 너무 많이 걷어요. 저희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예요."라고 하니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럼 장학금 타요."라고 했다나요. 그런 철면피에 냉혈한에게서 뭘 바라겠습니까?). 정말이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안 찍기를 백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참고로 전 그 때 사회당을 찍었습니다. 규모가 작고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건전한 정당이죠). 12년 동안 한나라당에는 절대 표를 안 줬는데, 다음 대선 때에도 그럴 생각입니다.
7. 정토 님께서『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을 읽고 칭찬하셨던데, 저도 그 책을 지난해에 사서 읽었답니다. 제가 그 때 딱 서른 살이었고(지금은 서른 한 살이예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거든요. 그 책을 한번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아예 자랑 빨간색 펜을 가져와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내지는 공감하는 부분)을 밑줄 쫙쫙 그어가면서 읽었죠. 그 책이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어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는 '그래, 아직은 내게 희망이 있어. 어떻게든 노력해서 살아남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인생 선배가 저한테 인생을 가르쳐 준 것이라고 믿고 있죠. 저 말고도 그 책을 읽은 분이 계신다니 기쁩니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네요.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8. 그런데 정토 님, 교사로 일하고 계세요(몰랐는데)? 요즘 많이 힘드시겠네요. 예전에 올리신 글을 보니까 일이 너무 많다고 말씀하셨던데(그리고 이 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성토하셨던데),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님에게 - 영/미국식 교육과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교육을 추구하는 - 북유럽 교육과 관련된 자료를 전자우편(이 메일)으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한국에서 싹트고 있는 '다른 교육'에 대한 자료도 보내드리고요. 만약 자료를 받고 싶으시다면, 제 전자우편 주소로 님의 전자우편 주소를 담은 편지를 보내주세요. 그럼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자료를 다 보낸 다음에는 님이 제게 보내신 편지를 확실하게 삭제해서 비밀을 보장할게요.
9. 지난주에 둔촌 사거리의 LG 매장에서 '아남'이 만든 라디오(CD 플레이어와 카세트 테이프를 읽는 장치가 다 들어있는 라디오)를 샀습니다. 산뜻하면서도 품위있는 빨간색인데다가, 디자인도 매끄럽고,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손잡이까지 달려 있어서 그걸로 결정했죠. 덕분에 3년 동안 제 방의 책상 서랍에서 잠자고 있던 카세트 테이프들이 이제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너무너무 기뻐요. 이제 한 구석에 처박아놓았던 CD도 찾아서 틀어보려고요. 음악을 들으면서 홍차나 커피(뭐 녹차도 괜찮고요)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10. 요즘 '거북이'라는 그룹의 노래인 <비행기>와 '체리필터'라는 가수의 노래인 <오리날다>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한 달 보름 전, 제가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한 회원이 그 두 노래로 뮤직비디오(만화영화의 영상을 노랫말에 걸맞는 장면만 모아서 짜집기하고, 거기에 노래를 깔아서 만든 것)를 만들었는데, 제가 우연히 그걸 틀어봤거든요. 노래가 너무(!) 밝고 경쾌하고 힘차서(그리고 노랫말이 아주 건전해서) 그 두 노래를 외우기로 마음먹었죠. 전 그게 최신 유행곡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년 전 노래라고 하더군요. '거북이'의 일원이었던 가수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고요(그걸 안 순간,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훌륭한 노래를 남긴 분이 돌아가시다니!). 아무리 제가 유행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다지만, 이렇게도 세상 돌아가는 꼴을 모르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노래인지 궁금하시면, 노래 이름으로 동영상을 뒤져 보세요(예전엔 '거미'라는 가수의 노래 - 예 : <미안해요>나 <You are my hero> - 를 좋아했는데, 이들의 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11.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요. 제가 2월 28일에 올린 글(「▩참담한 심정입니다」)에서 저를 '물먹인' 중학생의 이야기를 해 드렸죠? 그 때 여러분이 좋은 충고를 해 주셔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그 때 충고해 주신 분들(오메가 님, 아마빌레 님, 곰돌 님, 무수연 님, 치치누르 님, 꽃노래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참, 그럼 주고받은 편지는 어떻게 했냐고요? 과감하게 내다 버렸죠. 몽땅 내버렸습니다. 폐휴지함으로 직행했죠. 고민하던 걸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소식을 전하길 빌며 이만 물러갑니다. 봄인데 춘곤증에 넘어가지 않게 조심하시고, 팍팍한(!) 삶을 그래도 재미있게 보내도록 노력해 보세요.
-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서 쩔쩔매고 있는 돌베개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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