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구정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이하 평화연대)에서 산 올리브 비누 두 개. 원래 부모님께 선물로 드리려고 산 건데 오히려 제가 더 애용하고 있죠. 100% 팔레스타인 산(産) 올리브기름으로만 만든 무공해 천연 비누라서 피부에도 좋고, 때도 깨끗하게 씻어내요. 얼핏 보면 꼭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처럼 겉모양이 투박하고 거칠지만 결코(!) 빨래비누가 아니랍니다. 이건 지금도 평화연대 사무실에서 팔고 있으니 만약 관심 있으신 분은 제게 연락주세요(cahdol@naver.com). 제가 사서 보내드릴게요.
2. 지하철 역으로 가는 통로에서 산 메히코(영어 이름 ‘멕시코’) 산(産) 목걸이.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린, 옛날 동전처럼 생긴 목걸이인데 자줏빛이고 복잡한 무늬가 베풀어져 있죠. 목걸이의 구멍에 검은 끈을 넣어 묶은 뒤 목에 거는 목걸이예요. 한 달인가 두 달 전, 메히코에서 한국으로 온 아주머니가 서투른 우리말로 목걸이/팔찌/귀걸이를 파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겨 다가갔는데, 그 때 눈에 띈 걸 만원 주고 샀죠(그분이 이 먼 나라까지 돈을 벌러 건너오신 것을 보고 ‘어떻게든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 분이 데리고 있는 8~9살짜리 아들을 본 뒤에는 그런 마음이 더 굳어졌거든요). 그 분에게 “(한국에서) 돈 잘 버시고 무사히 돌아가세요!”라고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가 이 목걸이를 얼마나 아끼냐 하면, 잘 때에도 반드시(!) 목에 건다면 짐작하실런지요. 몇 년 전에 이와 비슷하게 생긴 목걸이를 사서 걸고 다니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깨져버린 적이 있기에, 지금 갖고 있는 이 목걸이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3. 3월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산 필리핀산(産) 팔찌.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나무와 대나무를 실에 한 데 꿰어 만든 것으로 5천원을 주고 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여인(제가 화이트데이 때 사탕 상자를 선물한 그녀)이 필리핀에 자주 갔다왔다는 걸 알게 된 뒤부터 필리핀을 좋아하게 되었는데(물론 그 이전에도 필리핀에 대한 관심은 어느정도 있었지만요), 그 팔찌를 차면 필리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이것도 (깨어 있을때는 물론이고) 잘 때 꼭 손목에 차고 잔답니다. 주로 왼쪽 손목에 채우고 다니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어요. 조금 헐렁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손목에서 덜렁거리는 것도 ‘멋’이라고 생각하고 제 ‘개성’을 뽐낸답니다(꼭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온 색色유리 목걸이를 작게 줄여서 차고 다니는 기분이예요).
4. 역시 3월 17일에 서울역 광장에서 산 티셔츠. 보통 티셔츠가 아니라 앞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말이 쓰여진 '아주 특별한 티셔츠'입니다.(물론 시온주의자들이 멋대로 설치한 분리장벽을 그린 그림도 있고요!) 팔레스타인 평화연대가 파는 걸 한 벌 샀는데 직접 입어보니 사람들이 제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더라고요. 만약 어떤 티셔츠인지 보고 싶어하는 분이 계시면, 나중에 우리가 한 번 모일 때 입고 나올게요.
- 요즘 숙제와 (동호회의) 원고와 (시민단체의) 글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놓고 끙끙거리는...돌베개
*사족 : 글의 주제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여러분이 알고 싶어하시는 사실을 간단히 정리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저는 어제 ‘그녀’를 만났습니다. 정말 우연이었어요.
‘평화연대’의 사무실에 - 제가 산 책이랑 제가 가지고 있던 잡지를 기증하려고 - 찾아갔더니 그리운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회의를 하고 있지 뭡니까? 반가웠지만 제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방 한구석에 앉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죠.(사실은 그 때 제가 사온 딸기를 물에 씻고 꼭지를 떼어냈어요)
제가 딸기를 접시에 담아 다시 회의실로 나오니까, 그녀가 “안 그래도 딸기가 먹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면서 반색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반(半) 농담, 반 진담으로 “텔레파시가 통했나 봐요? 전 여기 오면서 딸기가 눈에 보이길래, 딸기를 대접해 드리려고 산 건데.”라고 대답했죠(하하). 물론 그녀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도 딸기를 먹었지만(그리고 저도 두세 개 정도 먹었지만) 저는 그녀가 제가 사온 딸기를 먹어주었다는 사실이 기뻤고 그녀가 딸기를 먹고 싶어할 때 ‘때맞추어’ 사온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답니다.
그 뒤에는 그녀 바로 옆에 앉아서(물론 무릎 꿇고 앉았죠) 그녀의 향긋한 냄새(아마 향수냄새나 샴푸냄새였을 겁니다)를 몰래 들이마시면서 그들(회의에 참석한 회원들)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마침 회의가 막바지에 이른 터라 길게 끌지 않고 끝났죠.
그녀는 회의가 끝난 뒤 급히 가 봐야 할 데가 있다고 하면서 가방을 둘러맸고, 저는 속으로 아쉬워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그럼 다음에 뵈요.”라고 말했어요. 그녀는 웃으면서 제게 작별인사를 했죠.
제가 많은 말을 안 하고 그녀를 그냥 보내준 것이 잘 한 일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라면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일을 망치는 것보다는 백 배는 낫겠죠(이 일에 대해 - 그리고 제 태도에 대해 - 충고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충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