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월드의 회원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불량 회원인 돌베개가 넉 달 동안 탱자탱자 놀다가(?) 이제 정신을 추스르고 여러분에게 보내는 글을 씁니다.
1. 요즘 하루에 한 번씩 올리브 기름을 마시고 있습니다(올리브 기름이 노화를 막아준다길래...). 처음에 마실 때에는 ‘뭐 이런 맛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맛과 냄새에 익숙해 졌답니다. 제가 마시고 있는 기름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한 시민단체에서 파는 팔레스타인 산(産) 최고급 올리브 기름인데, 그곳 농민들이 직접 길러서 만든 거라 그런지 몰라도 아주 맛이 깔끔해요. 게다가 제가 그 기름을 사면 그곳 농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지라(이걸 ‘대안무역’ 내지는 ‘민중교역’이나 ‘공정무역’이라고 부르죠) ‘팔레스타인 농민을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사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올리브 기름으로 샐러드를 버무리거나 빵을 올리브 기름에 찍어먹을 수도 있다고 하니 생각 있으신 분은 한번 시도해 보세요.
2. 필리핀의 ‘네그로스’ 섬에서 만든 ‘100% 천연, 순수 흑설탕’을 사 놓고 싱글벙글 웃고 있습니다(흐흐흐). 이것도 그 섬의 농민들이 - 화학약품을 넣거나 기계에 거르지 않고 - 사탕수수로만 만든 흑설탕인데. 그 때문에 사탕수수에 풍부한 미네랄이 빠지지 않았고 건강에도 해롭지 않다네요. 물론 이것을 살 때 낸 돈도 그곳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에, 농민들이 중간상인에게 이익을 빼앗기지 않고 노동한 만큼의 댓가를 얻을 수 있답니다(물론 집에 전선電線을 들이거나 수도水道를 놓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도 있지요! - 이것도 민중교역의 산물이니까요). 원래는 부모님께 설 선물로 드리려고 - 시민단체에서 - 샀는데 사고 보니 오히려 제게 더 유익한 물건이더라고요. 만약 올리브 기름과 흑설탕을 파는 곳을 알고 싶으시다면, 제 전자우편(이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제가 파는 곳을 소개해 드릴게요.
3.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따라구이' 라는 홍차에 푹 빠져 있습니다. 원래는 우리 동네의 가게에서 영국산 홍차인 ‘아마드 티’가 없을 때만 사 마시던 홍차였는데, 요즘은 그 맛에 반해서(그리고 영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점령하고 있는 사실에 화가 나서) 일부러 그것만 사 마시고 있어요. 맛도 레몬향이 든 것, 파인애플 향이 든 것, 딸기향이 들어간 것, 복숭아향이 들어간 것 등 다양한데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이 홍차를 맛보고는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올해에는 아무래도 이 홍차에 제 입맛을 맡기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아랫 글을 보니 정월 대보름은 잘 쉬었느냐고 묻는 글이 있던데, 이 자리를 빌어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대보름을 아주 즐겁게 보냈답니다. - 우리집 식구들이 아니라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와 ‘경계를 넘어’라는 두 시민단체의 회원들과 함께 대보름 잔치를 열었는데, 그 때 그들의 사무실에 가서 대청소도 도와주고, 막걸리도 얻어먹고, 맛있는 오곡밥도 먹고(정말 꿀맛이었습죠), 윷놀이까지 했죠(비록 제가 속한 팀이 지긴 했지만, 저는 게임에 참가하기만 하면 지는 사람이라 그런 일에는 신경 안 씁니다).
5. 넉 달 동안 뭐했냐고 물어보실 것 같아 솔직하게 대답해 드립니다. 요즘은 - 위에서 말씀드린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주소
http://www.pal.or.kr ) 와 ‘경계를 넘어(
http://www.ifis.or.kr ) 에서 ’조약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제가 4년 전부터 알고 지낸 시민단체고 후자는 최근에 와서 알게 된 시민단체입니다(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고 싶으신 분은 제가 가르쳐드린 주소로 들어가서 글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백하자면 위에서 실컷 자랑한 흑설탕과 올리브 기름도 이 두 단체에서 샀습니다.
제 3세계와 세계 평화, 노동자와 농민문제, 양성(兩性) 평등, 이민자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이 두 단체의 누리집(사이트)에 들어왔는데 이후 두 단체의 글에 푹 빠져서 지금까지 두 단체의 사무실 문턱을 - 문턱이 닳도록 - 뺀질나게 드나들고 있습니다(그 두 단체가 참석하는 집회/시위에도 참석하고, 활동하는 데 보태 쓰시라고 돈도 냈고, 사무실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사서 기증하기도 하고, 제가 갖고 있던 책들을 기증하기도 하고 그랬죠 뭐. 아직 회원은 아니지만 준準 회원이나 마찬가지예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죠. 여기서 배운 것들을 제 작품 - 하다가 만『불의 검』속편 - 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6. 몇 해 전부터 <새한국고대사>(주소
http://www.histopia.net/zbxe/neo ) 라는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조약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고대사를 다룬 글을 쓰고 있습니다(글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누리집에 들어가 ‘조약돌’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검색해 보세요). 글을 다 싣고 나면 단행본으로 묶어서 출판할 계획입니다. 한 권은 신라사를 다룬 책이고 다른 한 권은 백제사를 다룬 책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이 두 책을 김혜린 선생님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선생님. 만약 이 글을 읽으셨다면, 부디 제가 그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7.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에 ‘한국채식연합’이라는 다음넷의 카페에 회원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http://www.vege.or.kr 에서 본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끊는 데 성공(?)한 음식은 모든 종류의 튀김(감자튀김 포함)과 초컬릿, 그리고 햄버거입니다. (고기와 생선은....혼자 있을 때는 안 먹지만 집에서 식구들과 같이 식사할 때는 먹습니다. 솔직히 이것도 고쳐야 할 문제점 가운데 하나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독립해서 혼자 식사하게 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거죠) 제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 주세요.(비굴한 것)
8. 팔레스타인의 랩(힙합) 그룹인 ‘담(DAM)'의 음악에 푹 빠져 있습니다. (담에 대해서는 ’
http://pal.or.kr/bbs/zboard.php?id=music&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 을 참조하시기 바람) 그들의 반항과 분노, 그리고 생명력이 넘치는 음악은 이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특히, ‘Born here - 이곳에서 태어나서 -’와 ‘Generation - 세대 - ’은 꼭 들어보시기 바람) 그들은 자체 누리집(
http://www.dampalestine.com/main.html )도 운영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들어가서 음악을 들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무력감이 들거나, 화가 났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들어보시는 것을 권함)
9.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 있습니다. 툭하면 광화문의 교보문고나 우리동네의 서점에 가서 책을 사고, 책을 샀다 하면 이틀이나 사흘 동안은 그 책을 붙들고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아요(우스운 것은 그 책의 대부분이 학교 공부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책이라는 거죠). 물론 다 읽은 책은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 기증한답니다. 주로 근현대사나 세계사, 고대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는데 그 중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흥미있는 책은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의『소유란 무엇인가』와 아이티 흑인들의 독립투쟁사를 다룬『블랙 자코뱅』이라는 책이예요. 전자는 요즘 제가 자유 연합주의(아나키즘)에 관심이 있어서 산 책이고(특별히 주문해서 간신히 샀음) 후자는 절판되기 전에 서둘러 산 책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10. 새로운 패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산 팔레스타인 산(産) 케피예(화려한 무늬를 수놓은 아랍의 머릿수건. 빨간 색과 검은 색이 있다)를 - 목도리처럼 - 목에 두르고 다니면서 제 맵시를 뽐내고 있지요(하하). 사실은 멋을 추구한다기보다, 그걸 목에 두르고 있으면 (이스라엘에게 핍박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 느낌이 좋아서 일부러 두르고 다니는 거예요. 물론 어머니는 “그건 식탁보지, 목도리가 아니다. 당장 풀러라! 남들이 이상하게 본다. 그러면 꼭 외국인(물론 무슬림인 외국인이겠지요) 같아 보인다. 이상하다. 절대로 그렇게 하고 다니지 마라, 알겠나?”라고 윽박지르시지만, 저는 제 패션을 포기할 마음이 없답니다.
11.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습니다. 한 달 전,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 때 떡국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그 때 그녀가 저랑 동갑이고, 필리핀에 다녀온 적이 있으며(관광하러 간 게 아니라, 필리핀 정부가 시민 운동가나 농민들을 잡아 죽이고 민다나오 섬에 사는 무슬림들을 - 군대를 보내 - 탄압하는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갔답니다), ‘경계를 넘어’의 회원이고, (생선을 먹는) ‘사이비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경계를 넘어’에서 그녀의 글(필리핀 여행기나 시민운동/반전反戰과 관련된 글들)을 읽은 뒤에는 두려움을 모르고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의 성격에 반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그녀가 활동하는 곳에는 꼭 가서 그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작은 선물(아르헨티나산 마테차)을 주기도 하고, 같이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그 과정에서 그녀가 아직 사귀는 남자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다지 잘 생기지 않은 제게 ‘(케피예를 두른 모습이) 멋있다’는 말을 해주고 제게 선물을 받은 뒤에는 크게 기뻐하며 “고맙다.”고 말하기까지 해 기분이 좋답니다.
아직 정식으로 ‘사귀자’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사탕 바구니를 선물하려고 해요. 물론 고백은 훨씬 나중에 - 시간이 좀더 지난 뒤에 - 할 생각이고요. 제가 도중에 포기하지 않게 저를 응원해 주세요(이거 염장지르는 건 아니겠지요?).
12. 제 소설(『불의 검』속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고쳐 쓸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료를 모으는 것이 제일 급한 일인지라 교보문고에서 중국의 상(商. 은나라)/주 시대를 다룬『신권의 일천 년』이라는 책을 샀습니다. 고고학 유물의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림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해낸 당대의 생활상이 자세히 나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곧 그 자료를 참고한 성과물이 모습을 드러낼 테니 여러분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13. 쓸 소설은 많은데(틴타이탄 관련소설, 아메리칸 드래곤 관련소설, 불의 검 관련소설, 아라크노아 관련소설....) 시간은 모자라고 놀고 싶다는 생각은 하늘을 찌르는(응?)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끙!).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소설은 내놓을 테니 기다려 주시와요.
이상입니다.
- '만약 취직이 안 되면 만화의 스토리를 쓰는 작가가 되어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돌베개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