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님 들에 굴비 단 대로, 크레몬 지난 토요일 저녁, 광화문 촛불시위에 찾아갔었습니다.
그런 종류의 의사표현방식이 필요하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낯간지러워했던 것이 요몇년간의 버릇이예요
그래서 그런 곳이 있어도 거의 잘 안 가고,
혹 가더라도 멀거니 구경만 하지 시위대열에 끼는 일은 거의 없었고,
더구나 '갔다 왔음'을 말하는건 더더욱 낯간지러운 일이었죠..
그래도 사안이 사안인만큼 광고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6시가 조금 넘어 교보건물 앞 보도로 나가니 조촐하게 사람들이 모여있었어요
그리고, 집회에 모인 사람들 수보다 훨씬 많은 전경들이 앞뒤를 막고 사람들을 구석으로 통행시키고 있었지요 -_-+++
양초를 살까 생각했었지만, 가는 중간에 상점도 없었고,,
몇개씩 묶어 파는 것을 사보았자 남을테고,
한묶음 산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하나 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빈 몸으로 갔어요..
예상대로, 옆에 선 아저씨가 선뜻 "쓰실래요?" 하며 주시더라구요^^;;
시위는, 주동세력이 없는만큼 준비된 것도 없어서,
몇몇 사람들이 중앙에서 발언하는 소리도 마이크가 없어 잘 안들렸고
(나중에 민노당이 권영길씨 선거유세차량과 확성기를 제공해서 그때야 좀 시위같아졌죠)
노래, 발언, 묵념 등등으로 진행되었고..
님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등을 주로 불렀는데
한번은 애국가를 부르더군요.. 그 의도의 순수성은 이해가 갔지만서도
애국가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라.. -_-;;;;;
질려서 빠져나와 교보문고로 가서 책구경이나 하자 생각했죠..
이삼십분 정도 서점에서 시간을 죽이고 나오니
광화문역 계단은 전경들이 더욱 늘어나
계단을 꽉 메우고 통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 줄로 서가야 하는 분위기였어요..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학생들이 광화문 촛불시위에 합류하려는데
그걸 방해하기 위해 길을 막은거 같더라구요
원래 그냥 돌아갈까 생각했었지만
강압적인 전경의 틈새로 고이 지나가야 하는 그 분위기,,,
그렇게 가기는 죽어도 싫더라고요-_-+++;;;
(강자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소인배의 느낌이었달까요.. 앗 이리 말하면 그리로 지나간 많은 참을성있는 분들에게 실례가 되겠군요)
다른 길을 찾으리라 맘먹고 다시 교보건물 앞 길로 나오니
또 온통 전경에 촛불 든 인파들로 보도는 다 차단된 상태였어요
마침 작은 잔디밭 샛길로 사람들이 한 줄로 지나가길래
크레몬도 그리로 빠져나가려.. 했는데..
겨우 빠져나가보니 웬걸 더 큰 인파속이더라구요...^^;;;;;
코앞에 전경들과 밀고 밀치고 대치하는 한가운데였다나요..
뭐 맘만 먹으면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결국 그 속에서 한시간정도 있었어요..
그날은 마침 주말이었고, 간만에 좀 여유가 생기고 해서
간만에 데이트하려고 스커트에 하이힐에 좀 안하던 꾸밈을 하고 출근했었죠..
출근해 보니 돌베개님 글을 비롯하여
저녁에 시위가 있다는 뉴스가 있더라구요..
크게 뛰거나 밀치거나 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맘편히 그런 복장으로 참석했지만,,
뜻하지 않게 대치인파의 중앙부에 서게 되었고,,
그런 복장을 한 저 자신이 불편한 건 둘째치고,, 주변에 쫌 미안했어요
힐 신고 비틀거리는 저를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거기다, 하이힐 굽으로 밟히면 얼마나 아프겠어요.. 조심조심한지라 아무도 밟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요..
결국 하이힐과 스타킹에 온통 발자국 새기고^^;;;;;
저녁 여덟시 정각, 시위대열이 전경을 뚫고 중앙선정도까지 진출하자,
반대편으로 건너 대열을 빠져나와 돌아왔죠 (못다한 데이트를^^;;;)
뉴스를 보니, 시위는 9시 좀 넘어 끝났다고 해요
중고생 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들은 다들 충혈된 눈이었죠.. 삭발한 여학생도 몇 보았구요
서너살 먹은 어린아이들도 몇 있었구요
이런 저런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아주 침착한 시위였어요 전경들이 몇번이나 시위인파 틈을 빠져나갔는데도..
그게 무지 얄미웠는데도, 주변 학생들은 "비켜줘" "비폭력" 을 연호했죠..
옛날 같으면 한두명은 화이바나 방패를 빼앗기는 게 예사였을 텐데요
인상깊었던 구호 하나,
"전.경.들.도. 동.참.하.라." ^_^
오늘 오마이뉴스 뒤져보니 매주 토요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시위하기로 결의했다나요..
잘 될까 의문이지만..
이대로 당하기만 하는 바보스러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망설이고 계신 분들은 앞으로도 기회가 많으니 용기내시길 바래요^_^
건 그렇구 미국인들의 반응은 정말 웃기더라구요..
미군은 한국인을 보호하려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SOFA등 모든 미군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거예요
그 때문에 미군병사들을 구속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도리어 화를 내고 있다나요
그래서, 마크워커의 고향지역에 사는 한인들은
병사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반한감정이 거세질까봐 걱정하다가
병사들에게 무죄평결이 나자 도리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요
그들 두 미군병사의 재판을 후원하는 모임도 생겨났다나요
마크워커는 무죄판결을 받은 후 "I'm Happy" 라 했다죠..
흐흠.. 참 두서없는 후기로군요.. 읽어주신 분들 고생하셨고.. 글구 감사해요
한 가지 더,
크레몬이 지난 토요일 시위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부끄러움이 해소되지는 않았음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발생 직후에 알았음에도,,
시기적절하게 알리고 분개하는 일에 동참하지 않았죠.
사람들 다 안 이후에야
남들 다 분개하고 있는 이때서야 아는 척 화내는 척 하고 있죠
그리고 그외 다른 모든 일들에서 말이죠..
이 기회를 빌어서
미선, 효순 두 젊음의 죽음에 다시 묵념을 드립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불의에 의한 또다른 많은 죽음들에도..
윤금이님의 죽음과, 그리고 이땅의 과거와 현재의 많은 윤금이님들의 삶에 죽음에
이름은 잊었지만 미군기지 고압선 희생자분의 투병과 죽음에,
한국전쟁기 수많은 민간인 학살희생자들의 죽음에,
그리고 미군 세균전희생자들의 죽음에도,,
등등등...
흐흠.. 역시 이런 말을 주절거리는 제 자신이 엄청나게 낯간지럽군요-_-;;;
크레몬에게 있어서는 이런 낯간지러움의 극복이 용기냄의 제1단계가 아닐까.. 라고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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