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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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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마음... 넋두리...

안녕하세요.
무사파입니다.

기분이 많이 우울하네요 지금...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메일을 받은 터라, 이노무 너구리들을 어떻게 밟아줘야 내 속이 시원해지나 고민하며 열을 살~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간 억지로 억지로 외면하고 있었던 내용들이 담겨있는 글들을 보고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큰 이유입니다..

조금전,
두 분 작가분들-서문다미 선생님, 양여진 선생님-의 홈피와
그분들의 작품을 살리기 위한 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한참동안 둘러보고 왔습니다.

김혜린 선생님 홈피에, 팬클럽 페이지에 이런 글을 적어도 될런지 모르지만,
(꾸짖으신다면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저는 두 분 작가님을 참 좋아합니다.

[불의 검]이 처음 연재되던 잡지 '댕기'를 사며,
[불의 검]못지 않게, 그 잡지에 간간이 실리곤 하던-지금은 제목을 잊었지만, 그 내용만큼은 아직도 모두 기억하고있습니다- 양여진 선생님의 단편들을 보며,
그분의 치열한 현실비판의식에 열광했습니다.
작가 양여진이 아니라면,
못난 외모로 세상에서 이용만 당하다 결국 다중인격에 의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한 재벌 딸의 이야기도,
한국에 돈을 벌러 왔다가 결국 공중전화박스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필리핀 여성 노동자의 슬픈 눈물도 그려지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귀향]이라는 작품 이후, [수중화], [하얀 달], [반지의 사자]등등의 단편작을 보며,
서문다미라는 새로운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기발하고 대담한 코믹컷과 과격할만큼의 진지함,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의 연속이라니...
전, 언제나 그분의 장편작을 기대했고,
또 기대한만큼 걸출하게 선보여지는 [end]가 한권씩 나올때마다,
그 한권을 보며 또 다음권이 나오길 기다리며, 혼자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의 작품, [세인트 마리]와 [end]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고합니다.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말입니다.

고백하건데...
이미 그 소식을 오래전에 접했지만,
만화계의 매커니즘이 대충 어떻다는 것을 알고있고,
또 요즘 출판계의 흉흉한 상황들에 대해 이미 알고있는 터라,
이미 예측되었던 이야기들이요 상황들이라며 애써 외면했더랬습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느냐,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다, 하며,
그냥 눈감고 귀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비겁하게 느껴져... 부끄럽고 한탄스러워질 뿐이네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만화가 마녀사냥에 몰려 유린당하고 있을 때,
당시 저와 함께 활동하고있던 만화동아리의 동기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미국에 가서 스파이더맨, 수퍼맨 등등 무슨 '맨'자 들어가는 만화나 그려야겠다... 한국은 만화그리기엔 너무 힘든 곳이야...'
학생의 신분이었으니, 아마추어의 신분이니, 그런 넋두리 해가며 투덜거릴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물밑작업만 숱하게 하다 결국 손 떼고 빚더미에 앉아버린 실패의 경험이 있는,
그리고 또 다시 시도하기 위해 아둥바둥거리고 있는 지금은,
그런 이야기들이, 이런 상황들이,
그저 못내 갑갑하기만 할 뿐입니다.

직접 만화를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햇수로 3년째 아둥바둥 거리고 있으니,
10여년에 걸쳐 [불의 검] 파란을 굳건히 버텨오신 김혜린 선생님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소식 하나 하나가 들려올 때마다, 그 초토화되어버린 현실을 눈으로 하나 하나 확인할 때마다,
마음은 찢어지는 듯 합니다.
돈도 없고 힘도 부족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재의 무기력한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딴 길로 빠져서  돈이나 일단 잔뜩 모아놓고 시도해볼껄, 왜 맨땅에 헤딩을 해서 이 모양이냐 라며 스스로를 갈궈보기도 하고,
아예 발을 딛지를 말껄, 왜 여기에 혼이 빠져서 이렇게 폐인마냥 잡초마냥 떠다니는거냐 라며 한숨쉬어보기도 합니다.

1318세대만을 노린 연애이야기, 아이돌 스타 이야기로 어느틈엔가 획일화된 스토리에 비슷한 그림체만 난무하고 있는 만화계,
장기간 지속되어 온 한국 만화의 대여 시스템 체제와,
만화를 무슨 이웃집 개똥으로 바라보는 멸시적인 시선의 마초들이 판치고 있는 현실,
장기적인 비전보다 순간의 현금회전에 급급하여 대여점만 바라보고 찍어대는 출판사들의 마케팅기획의 부재가 갖는 가난함,
자신의 취향대로 좋아하는 작품을 선택하여 볼 기회를 잃어가게 될 가련한 소비자...

이 모든 것이 아우러지고 엉켜있는 이 상황이 그저 아쉽고 아플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에게 만화를  그려내라고 요구할 간 큰 소비자도,
팔리는 숫자 뻔한데 제로섬게임으로 작품 찍어낼 간 큰 출판사도,
들어오는 수입원 뻔한데 장기간에 걸쳐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승부하며 작품을 그려낼 간 큰 작가도,
대여되는 횟수 뻔한데, 본전치기에도 못따라오는 색다른 작품을 굳이 들여올 간 큰 대여점도,
서서히 그 목소리를 잃고 침잠하게 되겠지요.

무언가 해야할 거 같은데...하고싶은데... 그저 갑갑할 따름입니다.

아...그냥 미친 척하고 사고쳐버리고 싶네요... ㅠ.ㅠ

樓蘭

[2002/09/26]

무사파님의 사고란 어느정도 수준일까요!? @.@ 아마 메가폭탄급일 것 같은데... 만화계의 문제들이야 들이파고파고또파도 도무지 해결점이 안보인다지요. 요즘은 그냥 포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