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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시: 1999/07/21 오후 4:32
게시자: Vlad
제목: 무타 사랑, 돌베게님 사랑!
저는 불행히도 만화, 소설 등등을 볼 때 늘 주연보다 조연을 좋아하게 되
는 경우가 많죠. 왜 불행이냐 하면 주연 얘기는 작품 전반을 통해서 많이도
나오는데, 조연이나 엑스트라 얘기는 항상 제가 원하는 만큼 나오질 않거든
요. 그래서 어떤 작품을 보든 아쉬움이 남게 되죠. 제가 특히 좋아하는 인
물은 자기가 한(恨)을 품고 있으면서도 이를 통해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이를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러면서도 너무 착하지는 않은(!) 인물입니다. 그
래서 처음에는 아라와 아사도 좋았지만, 주연이라는 점과 너무 완벽하다는
점이 좀 그랬죠. 그러다가 해조와 무타가 나타나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
다. 특히 잘생기고 터프하면서도 순정파에다가 인간적인 무타!
돌베게님께서 무타의 생을 분석해 놓은 것을 읽고서는 턱이 키보드에 닿을
뻔 했습니다. 그의 생의 키워드가 힘이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가 억압받으면서도 굴하지 않는 약자의 전형이라는 것도...해
조에 대한 관계도 이런 견지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이 쩍
벌어졌지요. 돌베게님, 축하! 그렇게 멋진 인물 분석은 오랜만에 봤습니다.
무타에 대한 저의 생각은 대부분 단순빡한 것들이지만, 역시 제가 그에 대
해 가장 좋아하는 점은 그의 내적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돌베게님께서는 힘
없고 짓밟히는 인간들에 대해 말씀하셨죠. 불의 검에서 그러한 대표적인 인
물들은(제가 감히 분류해 보자면) 남성 중에서는 수하이와 무타, 여성 중에
서는 수하이 어머니와 아라, 이렇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수하이와 그의 어머니 같은 경우는 `굴복형`이지요. 수하이는 어머니
를 빼앗아간 왕에 의해 귀족이 되고(맞죠?), 아까 돌베게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의 고통을 남에게 수없이 안깁니다. 수하이의 어머니는 자기에
게 강요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찍소리도 못한 채 살다 죽지요.
반면 무타나 아라 같은 경우는 `저항형`입니다. 양쪽 모두, 자기에게 주어
지는 고난을 오히려 자기의 힘으로 바꾸어 갑니다(이건 말이 쉽지, 실제로
는 장난 아니더군요). 양쪽 모두 비굴해 지지도 않고, 절망하지도 않은 채
자기 종족을 일으키고(강한 수장이 되거나 철검을 가져오거나 해서) 사랑을
찾습니다(해조와 산마로). 제가 무타에 대해 좋아하는 점은 안에서 타오르
는 불과 같은 이러한 힘입니다. 대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를 봐도 내부
에서부터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이는 오히려 그에게
삶의 원동력이 되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서 해조에게 `나도 엄마 생각나
면 운다`라고 자기의 약함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오히려 이를 우정과 사랑의
계기로 만들지요. 또 해조가 떠나갈 때 `나는 너를 증오할테다! 너를 뻬앗
아가는 아무르를 증오할 테다!` 라는 식의 반응은 수하이나 무타나 마찬가
지이지만, 그 다음은 또 다릅니다. 수하이는 곧바로 절망에 빠져서 스스로
와 타인을 괴롭히는 반면, 무타의 다음 대사는 `나는 에벤키를 강하게 만들
테다!` 였죠, 아마? (지금 기억이 좀 희미..) 그 결과는 천한 서출이 수장
이 되는 것이었고, 또 에벤키족이 전에 없이 고개를 들게 된 것이었습니다.
에고~~멋져라. 난 앞으로 머리 다섯 가닥으로(세 가닥이었나?) 땋은 남자는
무조건 좋아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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