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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얘기 새삼스럽지만 저도 혜린님 작품 다 좋아해요. 사실은 이런 당연한 얘기 하려는 게 아니구요. 며칠 전에 <테르미도르>를 다시 봤거든요. 보면서 마지막에 유제니를 탈출시키기 전에 그 친구 쟈끄가 한 말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국민 방위군이랑 상큘로트랑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총 한 번 쏴 보지 못하고 다 점령 당했다고 울부짖는 부분이요. 그 대사가 나온 장면은 유제니가 황망한 표정으로 주저 앉아 있는 거였는데, 저는 거기서 쟈끄의 얼굴이 떠오르더라구요. 유제니 만큼이나 어쩌면 더 황망하고 분노와 눈물 범벅이 되었을 얼굴이 말이예요. 그러고는 자기네 같은 사람들이야 어차피 목숨 보전하는 것 말고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유제니 너라도 도망가라고, 너는 우리들의 투사라고 말하는 부분이요, 혁명 속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정말 어깨 한 번 마음 놓고 펴보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아프더라구요. 그리고 레몬 숲이 있는 툴롱으로 돌아간 유제니가 신부님 묘비 앞에서 회상하는 부분이요, 언젠가 성모상에 욕을 하고 심하게 매를 맞고 울다 지쳐 잠든 밤 유제니를 안아주시던 신부님에 대한 유제니의 애정어린 회상이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요. 더구나 그랬다고 그렇게 심하게 매를 맞았으니 그 어린 유제니의 마음에는 또 얼마난 큰 상처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을까요. 그게 너무 마음 아팠어요. 그런 부분들이 혜린님 작품들을 다른 분들의 만화와는 차별화시키면서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아요.그렇게 처음에는 잘 눈여겨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삼스럽게 눈물겹더라구요. 그냥 그런 게 너무 고마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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