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게시판에 적응이 안 됩니다.그냥 짧게 '건강하게 잘 다녀오셨나 봐요. 건강 잘 추스리시고 다음 준비도 해 주세요.'라고 꼬리를 달 작정이었는데 덜커덕 이렇게 들어와 버렸네요.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린님, 이렇게 맹한 저도 린님의 글을 읽을 때면 맘가슴에 떨림이 옵니다.
음.... 준비가 없었던지라, 더 이상 말하면 턱없는 주절거림이 될 듯합니다.
이만 물러갈게요.
담엔 꽃단장하고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 또 건강하세요.
>린입니다. 날씨가 꽤 차가운데 다들 건강하신지요?
>저는 월요일날 서울에 돌아와서.. 커피 한잔 끓여먹고 데굴거리고 있습니다.
>아래 글들도 주욱 보았고요...^^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오는 상태, 아시죠? 바로 그 상태라 그냥 잡담을 주절거려볼까합니다.
>
>부산 사인회때 걸음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꽃은 향기로왔고 케잌은 맛있었습니다.
>린월드분이시든 아니든, 거기 오셨던 모든 분들께도 감사해요.
>그리고 걸음하고 싶었지만 올 수 없었던 분들도(무타님.. 아이는 좀 괜찮아졌는지요? 토닥토닥...)
>사인회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건 몰라도 만화를 좋아하는 세상의 사람들도...
>두루 고마워요.
>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러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흔히 자위하곤 하지만,
>정말로 아무도 내노래에 화답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은 없답니다.
>현실적 제약과 궁핍에 내몰려 힘들어하는 주변 후배들을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요.
>
>부모의 지친 허리를 직접 보살펴야 하고, 아이를 먹여야 하고, 추운 밤 아이를 따습게 재워야 한다면,
>지금 커피를 홀짝거리며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린 같은건 저멀리 뻥 차버려야 할거에요. 돈 벌 궁리를 열라 해야지.^^;;
>그러니 어찌보면 독자란... 뭐라 말할까요?
>
>제가 꿈꾸는 대신 누군가가 제 몫의 짐을 나눠 져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수한 누군가들이 아이를 키우고 연애를 하고 울고 돈을 벌고 상사랑 싸우고...
>그 지지고 볶는 와중에 저도 제 유희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능해요.
>어.. 너무나 조용한 밤이라 그런가요.. 비유가 참.
>거창하기도 하고 엄청 감상적이기도 하네요. -.- (하지만 여까지 적은게 아까우니 그냥 음...)
>
>제게 있어 예술은(혹은 창작은)... 아무튼 그렇습니다.
>예술이 말라 비틀어져 질식하는 세상도 끔찍하지만
>생활이 실종되거나 하대받는 예술도 못지않게 남루할것 같아요.
>
>자신의 작업에 올바른 긍지를 갖지못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입네 하며 힘주거나 낭비하는건 더욱 봐주기 곤란하단 얘기도 되겠습니다.
>아.. 내친김에 더더욱 감상적으로 질러볼까요?
>저 작업이란 단어를 삶이란 단어로 대치시켜 봐도 무방합니다.
>
>고리타분한 생각 한 줄 적어놓고선 잘난 척 뻐깃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뭐..그래도 할 수 없어요. 그게 제 한계인걸.
>밤은 가끔 많은걸 감싸줍니다.(설익은 헛소리도...)
>
>으아아. 각설하고요-----------------------------------------
>
>이번 부산 나들이는 아주 오랜만이어서,
>아주 오랜만에 이런저런 사람들 얼굴을 보았습니다.
>학교때 친구들이 어찌 사인회 소식을 알고선 찾아와줘서 고마웠고
>부산에서 데리고 있던 문하생들이 와줘서 고마웠고
>오랜만에 후배작가 얼굴을 보아서 반가웠고(신지상씨를 본게 글쎄 한 10년은 된듯...)
>동생이랑 조카들 얼굴도 보아 좋았고..(동생집 쌀 좀 축내고 왔습니다.)
>절 보고 좋아라 해주시는 린월드분들과 여타 팬분들 만나서 (쑥시럽지만) 정말 고마웠고...
>그랬습니다.
>위에 적었듯이 오랜만에 만나 회포풀 인간들이 많았던지라
>린월드 분들과는 사진 한방밖에 같이 하지 못하였음을 양해해 주세요.
>삼겹살에 쐬주의 압박이... 밀려오지만 ^^;;
>
>제가 글 제목을 향기로왔고 맛있었다고 적었는데요,
>그 꽃. 서울까지 가져오긴 여의치않아 지금은 온천동 동생네 식탁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하룻밤 지나고나니 더욱 만개해서 향기도 아주 더 좋았어요.
>케잌은 호호... 거의 오동통통 내너구리에 육박할만큼 볼이 둥그런 제 조카들과
>맛잇게 나눠먹었습니다.
>가뜩이나 토실한데 지금쯤 보름달이 된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음... 그저 한가한 잡담이니 제게 하나뿐인 동생 이야기를 조금 적어도 될까요...
>동생은 저의 제일 첫독자이자 청중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제가 무수히 지어낸 그 숱한 엉터리 이야기들을 잘도 들어주었죠.
>고백하자면.. 저는 그걸 빌미로 이거 가져와라 저거 사와라 심부름도 많이 시켜먹었어요.
>끝이 슬픈 이야기를 싫어하여, 인어공주도 다신 보지 않을 정도였는데,
>제가 해준 이야기의 끝에 주인공이 죽을것 같자 어거지를 써대는 통에
>갑자기 스토리가 급반전- 어디선가 산삼을 캐와서 먹여가지고 주인공을 살리는걸로 이야기를 끝맺어준적도 있답니다.
>(생각해보니 어머니나? 그 산삼. 백두산에서 캐다준것 같군요... 정말 뜬금없어라)
>그러고보면 제게도 독자(청중?)의 요구에 응해 이야기를 바꾼 경험이 있긴 있었던 겁니다.
>죽을 놈이 살다니- 역시, 동생의 위력은 강한거예요. 녜.
>그런 동생이다보니, 이번 불검 완결을 아주 좋아하더군요.
>애엄마답게 역시 에필로그의 아이들에게도 지대한 관심.
>산마로 얼굴에 상처 내놨다고 앙앙거리면서 지워달라고 난리도 쳤어요. 에구구. 어쩌라구우.... ^^;;;;
>혹시 여러분도 그런 난리를 치시진 않..겠죠?
>그래봬도 그 상처는, 제가 그의 오랜 무훈과 고생에 대한 헌사로 준 꽃같은 의미도 있었는데.
>
>아무튼 대강 느끼셨겠지만, 저는 가족들에 관한 한 운이 좋은 축이었습니다.
>비교적 제 일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이었으니까요.(포기했던 건지도...)
>
>그리고,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렀네요.
>
>흘러보낸 세월이 아쉬울 때도 물론 있지만, 그런대로 많이 배워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는건, 작가에게는 장단점이 있겠지요.
>장점이 더 많이 작용하기를 바라지만, 꿈만큼 될런지는 모를 일.
>머리칼이 빨리 새는 집안 내력은 어쩔 수 없어 나날이 흰머리가 늘어가지만
>뭐 별 수 있겠어요? 귀차니즘의 절정. 브릿지거니... 생각하며
>그저 백발마녀의 대야망(?)을 키우고 있지요.
>
>아. 잡담 무지 길어졌네요. 이제 슬슬 접겠습니다.
>이 인간이 간혹 이리 헛소리도 잘하는구나... 요렇게 생각해 주십시오.
>그럼 또 뵙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
>
> - 근 몇달만의 나들이를 마치고. 잠시 감상에 젖은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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