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치 채셨겠지만, 제가 지난 3년 동안 글을 쓰면서 글 이름 앞에 단 노란 리본(▷◁)을 더 이상은 안 달기로 했습니다. 세월호를 잊어버려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희생자들과 그들의 식구들과 동무들과 동료들을 위해, 3년 상을 치르는 기분으로 살자. 딱 3년 동안 노란 리본을 달자.’고 다짐했고, 이제 3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10대일 때 일어났던 성수대교 붕괴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기억하듯이, 세월호 참사도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진실이 밝혀지고 죽은 사람들과 유족들의 한이 풀리기를 빕니다.
2. 인종주의와 종교 차별과 남성우월주의와 호남 차별과 장애인 차별과 (짐승은 사랑하면서) 사람은 우습게 아는 관념과 속물근성과 물질만능주의와 (서양 백인을 짝사랑하는 자들의) 사대주의와 패배주의와 노예근성과 제국주의 찬양과 가족주의와 봉건사상과 “돈을 사랑하는 마음”과 외모지상주의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글들로 가득 찬 네이버와 다음의 게시판에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제가 더럽혀지는 기분이고, 사람을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증오를 가르치고 배제를 가르치는 그들과 제가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사만 읽고 댓글을 읽거나 댓글을 달지는 않기로 했어요. “더 이상의 타락을 막기 위해” 그리고 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리고 블로그 가운데도 증오나 인신공격을 담은 블로그가 많으니까, 앞으로는 블로그도 아무 블로그나 들어가지 않고, 정말로 ‘안전’하다고 판단한 블로그에만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3. 지금『정복당한 자의 시선』(작은 이름 ‘원주민의 관점에서 본 스페인의 아스테카 정복’)을 거의 다 읽었고 - 지하철 안이나 공원의 산책로에서 틈틈이 읽었죠 - , 이제『화랑세기』번역본을 읽으려고 합니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책만 읽으면, 만화는 언제 그릴 거야? 만화 그리는 법은 언제 익히고?”하고 물어보시겠죠. 저는 “좋은 만화가가 되려면 남의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대신 다른 만화가들이 읽는 책 - 또는 안 읽는 책 -을 구해서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학원 강사님의 충고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그래도 여러분은 제가 변명하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여기시겠지요). 이것도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만화 속에 들어갈 거라고 되뇝니다.
4. 가끔은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일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무 긴 글을 쓰는 걸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만약 이 의문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이 저에게 진저리를 내고 저를 보며 지루해하고 제 말을 들으며 짜증을 내는 게 이해가 되는군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사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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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쓰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저는 물러갑니다.
- 편안한 잠, 일찍 자는 삶, 일찍 일어나는 삶, 천박한 속세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미친 자(칼릴 지브란 선생의 책 이름이기도 합니다)’ 돌베개가 드림
* 덧붙이는 글 1 :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는 딱 세 사람만 진실을 말한다.”지요? “어린아이”, “미친 사람”, 그리고 “술주정뱅이” 말이에요.
* 덧붙이는 글 2 : 저는 윗XXX들이나 보수파나 진보주의자나 ‘고명하신 도덕 선생’이나 대중(大衆)이 말하는 ‘착한 사람’은 되지 못할 팔잔가 봅니다. 어쩌겠어요? 그들이 강요하는 ‘착함’에 실망한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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