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랜만에 뵙네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지난 해 보다는 나은 삶을 사시길, “간절히, 간절히 빕니다.”
각설하고, 이번에는 제가 지난해에 나온『이슈』지에 실린 심리테스트들(<오리무중 상담소>에 나온 그 심리테스트들 말입니다)을 푼 결과를 말씀드리려고 글쇠(자판[字板]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를 두드립니다.
제가 지난 해 10월 중순에 사서 읽은,『이슈』(서기 2017년 11월 호)에 나온 심리테스트부터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문제(심리테스트)는, “광화문 광장에서 여름 축제가 있을 예정입니다. 당신은 주최 측에서 파견한 스태프입니다. 반드시 한 가지 일을 맡아야 하는데, 다음 중 가장 해볼 만한 역할은?”이었어요.
저는 “D. 안전 담당 - 안전 유지를 위해 축제 주변 순찰”이라는 답을 골랐고, “B. 사회 및 진행 담당 - 첫인사부터 내빈접대, 클로징 멘트 등”은 답으로 고를 뻔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어요. ↓
- D. 냉정한 조언자가 있으면 안심 :
“당신은 혼자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전부 떠맡아 하려고 합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보다 음지에서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립니다. 당신에게는 냉정한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 B. 목표로 삼는 인물의 뒤를 쫓으면 성공 :
“당신은 현실감각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해야 할 일을 절대 방치하지 않습니다. 일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높은 목표를 추구합니다. 높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평소 존경할 만한 사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동경심을 갖는 인물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SNS를 시작할 때, 꼭 친구로 추가하고 싶은 사람의 수는?”이었는데, 저는 "A. 5명“을 답으로 골랐고, ”B. 20명“은 답으로 고를 뻔했죠.
결과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
- A. 출발과 동시에 최고 속도로 달려야. :
“적은 인원을 선택한 당신은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입니다. 일을 할 때 시작이 늦고, 본격적으로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결과적으로 마감을 지키지 못하거나, 남들보다 진행이 느린 경향이 있습니다. 남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기 때문에, 상사의 지시나 핵심을 놓치기 일쑤라 대충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됐어.’라며 꾸물거리지 말고, 지시가 떨어지는 즉시 행동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 B.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해. :
“20명 정도를 선택한 당신은 사람과 교류하는 일이 서툴지는 않지만, 목적 없이 만나는 일을 귀찮아하는 타입입니다. 일을 할 때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하는 분야는 몰입해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소홀히 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심하게 짜서 차례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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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지만, 이 평가들에는 제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죠.
먼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전부 떠맡아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제가 “남들 앞에 나서는 것보다, 음지에서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전 제 얼굴이나 본명이나 목소리나 사생활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조용한 곳에 틀어박혀서 제 취미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곽재우 의병장님처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다 하신 뒤, 스스로 물러나서 남들의 눈에 안 띄는 곳에서 조용히 사시는 분들을 존경하지요. 옛 이야기에 나오는, 속세를 벗어나서 숨어 사시는 분들을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제가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인지는 확신할 수 없네요)
또 제가 “일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높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평가에도 100% 동의할 수 있었어요. 저는 늘 ‘완벽해야 해.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안 돼. 난 100% 완벽해야 해. 만약 그렇지 않거나, 그러지 못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하고 생각하며 살거든요.
제게 “필요한 것”은 “평소 존경할 만한 사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동경심을 갖는 인물을 찾는 일”이라는 말은, 저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면서, 제가 꼭 해야 하는 일을 가르쳐주는 말이고, 제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심리테스트를 풀기 전부터 백기완 선생님이나, 이오덕 선생님이나, 녹두장군 전봉준 님이나, 응구기 와 씨옹오 선생님이나, 마흐무드 다르위시 선생님이나, 암베드카르 박사님이나, 엘 하지 말릭 엘 샤바즈 선생님[말콤 X 목사가 죽기 한 해 전에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고쳤습니다. 성이 ‘샤바즈’고 이름이 ‘말릭’이죠]이나, 사아달라 완누스 선생님이나, 루쉰 선생님이나, 마리우스 젠슨 교수님이나, 칼 폴라니 교수님이나, 홍기빈 소장님 같은 분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분들을 본받으려고 하고 있죠).
또 제가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이라는 평가는 아주 타당하고(그래서 페이스북에서 “당신이 페이스북에 당신 얼굴을 찍은 사진을 올린 지 다섯 해가 넘었으니, 이제는 새 사진을 올려라. 낡은 사진을 더 이상 올리면안 된다.”고 경고했을 때에도, 여러 번 망설이고 미루다가, 하는 수 없이 며칠 전에 휴대전화[스마트폰]로 제 얼굴을 직접 찍은 뒤 그 사진을 새로 올렸죠), 제가 “일을 할 때 시작이 늦고, 본격적으로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래서 “마감을 지키지 못하거나,” “남들보다 진행이 느”리다는 지적은, 너무 정확해서 할 말을 잊었습니다. 부끄러웠어요.
제가 “(사람을) 목적 없이 만나는 일을 귀찮아하는 타입”이라는 평가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였고, 제가 “일을 할 때,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 하는 분야는 몰입해서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소홀히 합니다.”는 평가도 옳다고 생각했습니다(특히,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소홀히 합니다.”는 평가는 아무리 곱씹어도 반박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제가 “상사의 지시나 핵심을 놓치기 일쑤라, 대충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평가는 … 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그렇건 아니건) “대충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줘요. 이건 제가 뉘우치고 고쳐야죠.
이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저는 제가 “혼자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못 믿겠고, 제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말도 받아들일 수 없어요(가끔 이성을 잃고 거친 말을 하거나, 거친 글을 쓰지만, 평소에는 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말도 여러 번 생각한 다음에 하니까요).
또 제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해야 할 일을 절대 방치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 저는 제가 게으르고, 할 일을 미루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착하지 않게 군다는 걸 너무 잘 아는지라 - 제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했고, 제가 “남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는 - 저는 평소에 “귀만 있고, 입은 없는 사람”으로[다시 말해 사람들의 말을 들을 ‘의무’만 있을 뿐, 입을 열어 솔직하게 말할 ‘권리’는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특히, 집에서 그렇게 살 것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합시다) 도저히 정확한 평가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글을 쓰고 나니, 한 달 전인가 두 달 전에 ‘다음Daum' 넷의 게시판에서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고 목줄을 채우는 조치를 놓고 [젊은 여성이자, 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과 거친 말을 쓰며 싸운 게 떠올라서 부끄러워지네요. 네, 그 때 저는 “남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고 화를 냈습니다. 감정과 원한이 앞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거친 말을 퍼부었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털어 놓기 부끄럽고, 생각하면 할수록 참담하니, “그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겠습니다)
끝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골라서 말씀드리자면, “당신에게는 냉정한 조언자가 필요”하다는 충고와, “당신은 현실감각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평가와, 제가 “사람과 교류하는 일이 서툴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평가와, “<아직 준비가 덜 됐어.>라며 꾸물거리지 말고, 지시가 떨어지는 즉시 행동에 옮길 필요가 있”다는 충고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심하게 짜서 차례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는 충고예요.
저는 자신을 “냉정한 조언자”로 여겼지, 제가 “냉정한 조언자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저는 제가 감정을 억누르고 태연한 척을 하는(그러다가 들켜서 추궁 당하는) 사람이라고 여겼지, “현실감각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여긴 적은 없었으며,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사람과 교류하는 일이 서툴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깜짝 놀라면서 ‘그럴 리가 없어.’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자신이 그래도 “계획”을 짜서 행동하는(그래서 ‘차분한’ 편이며, 일을 곧바로 실행하거나, 감정대로 굴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부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심하게 짜서 차례대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합니다.”하는 충고를 듣고는 … ‘뭐야? 내가 그렇게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었어?’하고 생각하며 멍하니 있었습니다.
심리테스트를 풀다 보면, 이렇게 제가 모르던 제 얼굴(그리고 제가 도저히 ‘제 얼굴’이라고 부를 수 없는 얼굴)도 튀어나오니, 이런 것도 심리테스트를 풀 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겠지요. 다음에 쓰는 글에서는『이슈』지 12월호에 나온 심리테스트를 풀 때 나온 결과들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빕니다.
- 서기 2018년 양력 2월 25일(단기 4351년 음력 1월 10일)에, 메히코 원주민의 전통음악을 들으며 글쇠를 두드리는 돌베개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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