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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큰 놈 학교에서
전교생이 무슨 발표인지 뭔지 한다는 말을 듣고
"엄마도 가야하는거냐? "
"아마 와야할껄.. 대부분 식구들이 다 온다고 하더라구." 라는,
와도그만 안와도그만 이라는 투의 말투에
갈까말까 스리살짝 고민 좀 하다가
세식구밖에 안사는데...
그래도 지깟놈이 한달간 준비한 과제물발표하는 거라는데..
가주자! 라는 심정으로 학교를 갔었더랬지요.
행사장(체육관)에 발을 한발짝 내딛는 순간.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더군요.
코엑스 전시장에나 가면 있을 법한,
전 세계의 나라에 대한 과제물 발표가
둘이 한조를 이룬,
전교생에 의해 곳곳 부스를 나누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를 맡아서 고생이 많다나모라나..
한달간 열심히 떠들던 아들놈의 말이 그제서야 가슴에 와 닿고,
이눔아... 박람회 같은 거라고 진작 말을 했더라면
엄마도 준비를 좀 제대로 해줬을텐데!! 하소연했었지만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들 이렇게까지 준비하고 올 줄은 몰랐지...
대답하는 큰애를 마냥 탓할수만도 없었더랬습니다.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런 수업일꺼라는건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정말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 듯이
각국의 음식까지 서비스로 준비한 아이들,
그나라의 의상을 입고, 지나가는 어른들이 행여 눈길이라도 줄라치면
빙긋 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해제끼는 아이들,
한명이라도 더 자신의 부스에 유치하려고
hello~하며 눈웃음을 줄기차게 짓는 아이들,
그 와중에 뻣뻣히 서 있던 우리 큰애 또한 경각심이 들었는지(성적에 반영된답니다)
어쩌다 눈빛만 마주쳐도 씨익 웃으며 어른에게 다가가
자신이 한달간 준비한 나라, 아르헨티나에 대해 목청껏 피력하더군요.
(실제로 지지난주엔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 이러면 아르헨티나가 더 발전할꺼다.. 등등 -
편지를 써서 보내는 과제도 있었답니다)
........ 2시간여를 돌아보며,
가슴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새벽 1시까지 학원이다 숙제다 밤잠을 설칠떄,
이곳의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야 맛볼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교육을 체험하고 있더군요.
자신만의 공간인 부스를 부여받아
지나가는 사람들앞에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목청껏 설명하고
손님을 유치하는 박람회...
이럴때부터 이런것을 몇번씩 반복하며 자란 아이들과
꾸벅꾸벅 졸아가며 숙제와 암기에 바쁘게 자란 아이들과
과연 어른이 되었을때,
대적이 될 수 있을런지...
남 앞에만 서면 쭈뼛쭈뼛 목소리가 작아지는 우리의 아이들.
반면에 늘 저런 교육을 받으며 크기에,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을 확률이 큰 아이들.
점점 빛을 잃어가는 한국의 교육에
아주 많이 마음이 아팠던 하루였습니다.
여담 1. )
얌마. 너도 저런거라는거 진작 알았으면 아르헨티나 의상도 좀 마련해서 입고,
그 나라 대표음식이라도 좀 만들어 달라고 하지 그랬어!!!
엄마.... 내가 모르는거 아니었는데, 난 진짜 하기 싫었어...
그나마 부스 꾸미기라도 정말 나름대로 죽어라 열심히 한거라구..
왜 안했는데??
2인이 1조가 되어서 하는거라,
내가 만점을 받아도 상대방이 10점 받으면 난 합산점수라서 55점이야..
그런데 내 파트너 아까 봤지?
자리 10분이상 비우면 성의없다고 벌점인데
저 녀석 오늘 3시간동안 30분도 안붙어있었어...
어차피 내가 죽어라 해봐야 별 수 없다고...
그래도 혹시나하고 한달간, 부스를 채울 내용은 진짜 내가 열심히 한거야.
저녀석이 한건 하나도 없어... 점수 잘 안나와도 뭐라고 하지 말아줘.
(진짜 큰애의 파트너인 오리지널 캐나다 애는
줄기차게 돌아다니며 서비스 음식 줏어먹기 바쁘더군요 ^^;;)
아니, 왜 하필이면 저녀석하고 파트너를 한건데?
내가 선택한게 아니고,
뺑뺑이 돌려서 걸린거야... 내 팔자지모.
- 2인 1조가 되어 과제물을 제출하고, 합산점수를 나눠서 둘에게 똑같이 점수를 주는 것...
행여 시들한(?) 파트너라도 만나면 어쩌나,
우리나라 엄마들은 미리부터 아주 난리가 날텐데
여긴 아무렇지도 않은가봅니다.
1년에 두번씩은 저런걸 하면서, 공동체의식과 협동을 배우라는... 뭐 그런 의미겠지요.
여담 2)
6월 18일~8월 17일까지, 두달간 한국에 갑니다..
딱 1년만에 밟게 되는 내 나라 내 땅..
그리운 신랑. 엄마. 아부지... 그리고 여러분들.
맘 같아서는 먹고죽자 번개 쳐서 밤새 놀고먹고 회포를 풀고싶은데.
불행히도 이번에는 어렵겠네요.
엄마 아빠와 함께 두달간 한집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얼굴들은 볼 수 있겠지요?
다들 너무 그립습니다.
여담 3)
간간히 수다방에 오메가 이름이 자주 보이네요.
메디나/오브낭의 공백을
저렇게 아드님께서 이어주시나 봅니다.
북별대표로 누가 우리 아들 오메가에게 상 하나 안주시나요? ^^
기다려라 아들아... 에미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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