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유명도에 관하여
때때로 술집 카운터 같은데서 혼자 한잔하고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 대한 소문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걸 우연히 듣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소문의 대상이 자신도 알고 있는 유명인에 대한 것인 경우도 있고, 직장상사나 동료 또는 친구인 경우도 있는데, 어느 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가장 재미없는 것이 누군가를 칭찬하는 이야기로 "거 ××라고 있잖아, 그 놈 대단한 것 같아. 재능이 있어" 같은 이야기가 되면 이쪽도 따분해져서 "빨리 험담 좀 않하나"하고 기다리게 된다. "멍청해. 그 자식. 정말 멍청해. 구제불능이야"라는 진행상태가 되면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 이 편으로써도 유쾌하기가 그지없다. 몇년전, 요코하마의 〈스토크〉라는 재즈크럽 카운터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젊은 새러리맨풍의 두사람이 줄곧 신교지 기미에(역주: 眞行寺君枝(37) 일본의 여배우 〈鮫肌男와桃尻女〉등에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여태껏 해왔던 것처럼 가만히 엿듣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거 있잖아, 무라까미 하루끼라는 작가말야. 그 사람말이야―"라고 이야기가 되는 바람에 당황하여 그 다음은 듣지 못하고 나와 버렸다. 왜 이야기가 신교지 기미에에서 다짜고짜 나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게 됐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경우는 참 당황스럽다. "그래, 신교지 기미에에 대한 애기는 이 정도하고, 다른 쟝느의 애기를 해볼까" "뭐가 좋을까" "소설 애기나 해볼까" ""젊은 소설가 작품 중에 뭐 읽은 거있어?" "그러니까 생각나는데―"라는 정도로 쿠숀을 주면 이쪽도 일단 경계태세를 갖출 테니까 괜찮지만, 목구멍 밑에서 바로 위가 붙듯이 느닷없이 이야기의 방향을 전환하면 저도 모르게 온더락(역주: On the Rock, 얼음 위에 위스키를 부은 것)잔 가장자리에 코를 박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다. 나는 TV에는 나가질 않기 때문에 〈아주 가끔 있다〉 정도로 끝나지만, 자주
TV에 나오는 사람은 굉장할 것으로 추측된다. 잡지의 사진정도라면 실물과 부딪쳐도 의외로 잘 알아보지 못하지만, TV라고 하는 것은 아주 생생하게 나오기 때문에 굉장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TV에는 나가지 않는다. 가끔 TV출연의뢰가 들어오면 "봉제인형을 뒤집어쓰고 출연해도 좋다면 나가지요"라고 농담조로 말해 보지만 "그래도 괜찮으니까 나와주세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번도 없다. 당연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책의 삽화를 그려주고 있는 안자이 미즈마루(安西水丸)씨도 한번 TV에 나갔는데, 그후 이것저것 굉장했다고 한다. 다음날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와 여러 사람에게 "TV에 나왔더군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TV라는 것은 아주 겁난다. 뭐니뭐니해도 문예지가 최고다. 문예지에 소설을 썼다고 해서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으니.
한번은 진구(神宮)구장의 외야석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야쿠르트와 주니치전을 보고 있는데, 젊은 여자가 다가와서는 "무라까미씨 사인해 주세요"라는 것이었다. 나는 진구구장의 외야 우익수석으로 오는 여자에게는 대개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좋아요"라고 말했더니, 상대방 여자가 "저―, 〈힘내라 야쿠르트 스왈로우(역주: 일본의 프로야구팀)〉라고 써주실래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이 나는 정말 좋다.
소부선(역주: 總武線, 지바에서 토교, 시나가와를 거쳐 요꼬하마까지 가는 일본의 특급전철) 전철 안에서 맞은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가 말을 걸어 온 적도 한번 있다. 단지 나는 이런 경우 심하게 긴장하여 뻣뻣해지는 타입이기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상대방에게 실례를 범했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전철 안에서는 말을 걸어오면 주위의 사람들도 빤히 쳐다보게 되어 정말로 창피하다. 야쿠르트·주니치전처럼 텅텅 비어있었다면 나도 맘 편했을 터인데.
아까사까의 〈베르비〉라는 패션빌딩의 대합실 의자에 뚱한 얼굴로 있을 때(집사람의 쇼핑
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에), 말을 걸어온 적이 있다. 이때의 상대는 젊은 남자였는데 "무라까미씨, 힘내세요"라는 말을 듣고, 엉겁결에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해 버렸다. 무슨 〈프로야구 뉴스〉의 인터뷰처럼 되버린 것이다.
내친 김에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록봉기에서 젊은 커플이 말을 건 적도 있다. 오챠노미즈의 메이지대학 앞에서, 신쥬구 이세단(伊勢丹) 2층, 후지사와(藤澤)의 세이부백화점, 오다루(小樽)의 길모퉁이에서 각각 한번씩 말을 걸어왔다. 오다루에서 만난 사람의 말에 따르면 홋카이도에서는 내 책이 상당히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오다루의 역전 앞 번화가에서 나 같은 사람의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니 정말로 감탄했다.
이렇게 하나 둘 계산을 해보면,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육년간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게 전부 8번이 된다. 대체로 1년에 한번이 조금 넘는 비율인데, 이 〈말을 걸어오는 빈도〉가 나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에게 많은 숫자인가 적은 숫자인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전에 모 가수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옆에 살았던 적이 있어서, 그 사람이 차에서 현관까지 10미터 정도를 전력 질주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아마도 팬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지만, 한시가 넘는 한밤중에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라고 없는 때조차 그러는 것이다. 유명인 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인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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