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금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크레몬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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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기형도는 다른 세상 사람 같아요. 문투도 이국적이고.. 이 시는 특히 뭐랄까 번역체의 느낌이.. 19세기 독일문학의 일본어번역본의 한글번역본 같은 그런 문투.. 그 생경함이
크레몬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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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매력의 하나이기도 하지만요^^;; 암튼 기형도는 제게 좀 사연이 있는 글들이라..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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