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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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밭의 시단(詩壇. 시가 있는 제단)

                                                - 고형렬

비가 치면 구석에 가 앉는다.
무릎을 안고 손깍지를 낀다.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면
눈뜨지 않고 마주보지 않으련가.

진종일 너만을 생각하였다.
네가 다가올 때까지
다시는 너를 슬프게 하지 않으마.
날개를 달고 날아와
눈 앞에 앉아 모든 말을 해주마.
네가 웃을 때까지

마음을 풀고 나를 쳐다보아요.
다시 너를 사랑하련다.
또 떠나려는 길 돌아보는 날
이젠 미워하지 말아요.
오늘 꼭 너와 눈맞추고 싶다.

(서기 2001년 3월 26일 월요일 [한국일보] 1면에 있는 <한국시단>에서 퍼온 시입니다. 이걸 읽은 순간, 웬지 [불의 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연인들이 떠올라서, 안 옮겨올 수가 없더군요. - 웃음 - 그리고 그들에게 바치면 더 좋아할 거라고 여겨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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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돌배게는 제멋대로 시를 풀이하면서 즐거워(!) 하렵니다.

* 비가 차면 구석에 가 앉는다 :

3권에서 아라가 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 애를 밴 몸으로 - 무리하게 빗물이 가득 찬
물동이를 옮기려다가 가라한 아사를 만나죠. 그 뒤 정말로 보고 싶었던 마음을 억누
르면서 가라한을 내칩니다. 가라한이 돌아가고 난 다음 숙소에 쪼그리고 앉아서 우는
아라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또, 5권에서 가라한 아사가 적들을 죽인 뒤 군막 안에서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얼마나 더 '도살자'처럼 죽여야 하는가. 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군막 안도 따지고 보면 "구석"이죠)

* 온갖 미사여구가 아니면 눈뜨지 않고 마주보지 않으련가 :

이 부분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멋대로 "민들레가 봄을 알리기 전에는 [눈뜨지 않고 마주보지 않으련가]." 라고 고쳐서 풀이합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_-;:::
이걸 읽으면서 아라의 마음도 이럴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카르마키를 무찌르고 아무르에 '봄'이 오기 전에는 자신의 님도, 현실에게도 "눈뜨지 않고 마주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 진종일 너만을 생각하였다
   네가 다가올 때까지 :

   설명이 필요없죠? 산마로는 아라에게, 아라는 산마로에게,
   해조는 무타에게, 무타는 해조에게 이렇게 대했죠.

*  다시는 너를 슬프게 하지 않으마 : 위와 같음.(웃음)

*  눈 앞에 앉아 모든 말을 해주마
    네가 웃을 때까지 :

    아마 혼동강가로 돌아갈 때 해조가 무타에게 이렇게 했을 겁니다.(웃음)
    말을 타고 가면서 엄청난 수다를 떨었겠죠. 무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 말을 들어주었겠고.(말 몰면서 얘기까지 들어주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죠?)

*  마음을 풀고 나를 쳐다보아요 :

    해조와 무타에게, 산마로와 아라에게 모두 적용되는 말이죠.(웃음)

* 다시 너를 사랑하련다 : 위와 같음. 특히 산마로가 아라에게(9 권에서처럼), 무타가
  해조에게 그렇게 했을 듯 합니다. :-)

* 이젠 미워하지 말아요 : 이하 동문.

* 오늘 너와 꼭 눈맞추고 싶다 : 기왕이면 눈만 맞추는 게 아니라 꼭 끌어안아야겠죠?
   (웃음. 이거 외설은 아니죠?)

- 저 떨고 있습니까? 크흑흑. 그럴 겁니다. 남의 시를 이따위로 '난도질(?)'해서 엉터리
   로 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그래도 전 밀고 나갈 겁니다! -_-+++ 안 된다고 하
  기만 해봐라...돌팔매질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 못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