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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에 느낀 것입니다만,『광야』의 주인공 이름이 ‘김재우’인데요, 제 동생 이름도 ‘재우’입니다(물론 성은 김씨가 아닙니다). 그래서 ‘재우라는 이름이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2. 이건 10년 전에 출판된『광야』2권에서 본 건데요, 김재우(이하 ‘재우’로 부르겠습니다)가 간도로 달아난 뒤 ‘김산’이라는 가명을 쓰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고 본명이 ‘장지락’이고 ‘김산’이라는 가명을 썼던 일제강점기의 독립투사가 떠올랐습니다(님 웨일스 여사가 그 분의 삶을 다룬 책인『아리랑』을 썼지요).『광야』2에서는 재우가 일본 경찰에게 고문을 당하는데, 장지락 선생도 일본 경찰에게 고문을 당했지요(『아리랑』에 따르면, 얼마나 고문을 심하게 당했는지, 외조카가 감옥에서 나온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문으로 얼굴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 거지요). 재우는 식민지 조선의 경상남도에서 간도로 달아났는데, 장지락 선생은 평안도에서 살다가 중국 땅으로 달아났습니다. 만화에서 제가 알고 있는 역사를 다시 한 번 확인했기 때문에 그 만화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3.『보고』5호(서기 2014년 12월에 펴냄)를 보고 오랫동안 품고 있던 수수께끼를 풀었습니다. 저는『광야』1권을 읽으면서 ‘혹시 꽃네가 자라서 황이강(이하 “이강”으로 부릅니다)이 된 게 아닐까? 그래서 이강이 재우를 만났을 때 “여전하구나, 너는.”이라고 말한 거고? 재우는 그걸 모르기 때문에 이강을 “낯선 사람”이라고 여긴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벌써 11년 전의 일이군요),『보고』의 연재분에서 세르게이가 ‘꼭두, 당신 덕에 내 몸에 배인 것 치고 그럴싸한 건 하나도 없어. 그리고 황이강을 그만둔 지금 내게 남은 건 그런 것들 뿐이네. 세르게이도 그만둘까? 그럼 뭐가 남지? 그래도 꽃네랑 업동이가 남나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와서 ‘아하! 그럼 내 추측이 맞았구나! 꽃네가 이름을 황이강으로 바꾸고 간도로 달아나서는 다시 세르게이라는 이름을 썼네!’라고 생각하고 무릎을 탁 쳤단 말이죠. 제 추측이 맞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4. 하지만 아직 안 풀린 수수께끼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광야』1권 첫머리에서 “한 왕조(아마 대한제국이겠죠)의 마지막 숨통이 끊어졌을 때, 그녀는 살해당했다.”고 말하며 ‘순지야 … 순지야!’라고 외치며 빗속을 뚫고 어딘가로 달아나는 한 남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겠고(이게 ‘복선’인 건지, 그리고 이 남자가 주인공들과는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어릴 적에는 꽃네라고 불리며 남사당패에서 춤추던 소년(아마 재우는 소녀라고 잘못 안 모양입니다)이 10대 후반(아니 20대 초반인가요?)에는 어떻게 ‘황이강’이라는 이름으로 함경도에 있는 어느 집의 식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연재가 계속되면 이 수수께끼가 풀리겠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네요. 목을 기린처럼 길게 늘이면서 기다려야겠습니다.
5.『광야』2권에서 간도(크게 보면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재중동포 - 중국식 이름 ‘조선족’ - 의 선조들)을 보며 가슴 한 구석이 서늘했는데, 요즘 그 내용을 되새기면 가슴이 서늘한 정도가 아니라 속이 쓰리고 슬픕니다. 재중동포와 한국 시민들이 사이가 나쁘고 후자가 전자에게 적개심을 품고 헐뜯으니까요(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저 세상에 있을 재우는 - 그리고 사금이도 - 이런 상황을 보고 가슴을 치며 슬퍼하고 화를 내지 않을까 합니다. 이래서 제가『광야』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거지요.『광야』를 다시 그리기로 마음먹으신 김혜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 오늘도 교보문고의 잠실 지점에 가서『보고』최신호를 찾았지만, 없어서 낙심하고 돌아온 돌베개(참고로『보고』4호와 5호는 직접 사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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