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답변 게시판

전 한창 사춘기 시절에 이 작품을 읽었었죠.개성적인 캐릭터가 많았지만 무엇보다 전 유리핀이라는 주인공에게 빠져들었죠.왜냐구요? 잘 생겨서? 너무나도 완벽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서? 아니요, 그가 모든 것을 잃고도 자기 삶을 사랑한 방식 즉,자유의지에 매혹되었기 때문이죠.이는 그가 고문받는 부분에서 그의 대사를 통해 직접 드러나지요.

   비요른:후작-당신은 죽는 것이 억울하지도 않습니까? 어째서 그렇게 송장처럼 가만히 있는 겁니까? 왜-삶을 저주하고 더러운 세상을 저주하고 한 마디 발악이라도 해보지 않습니까? 왜 내 얼굴에 침을 뱉고 통곡하지 않습니까? 벌써 체념한 겁니까? 당신은 그정도의 남자였습니까?
   유리핀:흠- 비요른군 난-체념했기 때문에 조용히 있는건 아니야 나 자신이 당사자니까-누구보다도 원통하며 고통스럽다 내가 젊은만큼 살고싶은 마음도 크다 그러나-여기서  내 삶이 끝난다하여 슬퍼하고 통곡하거나 지금까지의 내 삶 자체를 저주하고 후회하지는 않아 ....귀족들이 한가롭게 노는동안 나는 수십번 전장을 뛰어다녔다.그들이 노름과 사치로...돈을 탕진할 때...나는 군비조달을 위해 동분서주 해야했다...지금...나를 위해 일어서 줄자는 그들중엔 없다 폐하도 나를 버렸고 귀족들도 나를 버렸다 나는...조국에서 매장되어간다.그러나-그렇게 싸워왔던 내 삶을...나는 사랑하며 자랑스러이 생각한다.그것은-왜냐하면 스물여덟해 나의 삶은 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에는 삶 그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가장 존귀한 가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한순간도 삶을 후회해본적은 없어 괴로울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을 때 삶은 즐거운 때보다도 그런때가 더 많은 것 같지만-그 어떤 순간에도 그것은-삶이기 때문에 살아있음의 증거이기 때문에 참으로 존귀한 생명의 순간이다 누구라도 생명을 얻은 것은 고귀한 축복을 받은 것이다 태어남의 축복-그 한번뿐인 삶을 더럽고 험난한 세상일지라도......자유롭게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볼만 하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고-지금도 내 의지의 옮음을 믿는다...미련이 없다면 거짓이겠지 분노도 고통도 가슴속에선 일렁인다 그러나 그 어느순간 종말의 한숨까지 나는 부끄러움없이 당당하게 내쉴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삶의 최후의 막이므로 이것은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나의 자유의지요...삶의 방법이다         <북해의 별/창만사 출판:3권 10~12페이지에서 발췌>

전 유리핀의 이 대사가 너무 감동적이라 자유의지를 제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았죠.품절된 이 작품을 찾다찾다가 겨우 헌책뱡에서 구했을 때는 얼마나 기뻤던지...그런데...다른 작품에서...똑같은 상황에 놓인 어떤 인물에게서 똑같은 대사를 발견했을 때는 정말 제 눈을 의심했답니다.주인공의 대사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의 대사까지 똑같더군요...!

     현겸:무장! 당신은 죽는 것이 억울하지도 않소? 왜 그렇게 송장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오? 왜 삶을 저주하고 더러운 세상을 욕하는 한 마디의 발악조차 하지 않는 것이오? 어째서 내 얼굴에 침을 뱉지 않고 통곡하지도 않는 것이오? 벌써 체념한 것이오? 그래...당신은 고작 그 정도의 인간에 지나지 않았었단 말이오?
     혁무완:흐음...현겸...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체념했기 때문에 결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실은 나 자신이 이번 소용돌이의 당사자니까 그 누구보다 더욱 원통하고 이 현실이 저주스럽다.또한 내가 젊은만큼 살고싶은 마음도 크기만 하다. 그러나...내 삶이 여기서 끝난다하여 슬퍼하고 통곡하거나 지금까지의 내 삶 자체를 저주하거나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문관귀족들이 한가롭게 노는동안 나는 죽을고비가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 전장을 숱하게 누비고 다녔다.그들이 노름과 사치로 재물을 탕진할 때 나는 군비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었다.지금 나를 위해 일어서 주거나 옹호해 줄 자는 그들 가운데 아무도 없다. 폐하도 나를 버렸고 귀족들도 나를 버렸다.나는...내가 기꺼이 뜨거운 피를 바쳐 굳건히 지키고자 했던 나의 제국에서 매장되어 간다.그러나...그렇게 싸워왔던 내 삶을 나는 사랑하며 자랑스러이 생각한다...스물 여덟해 나의 삶은 나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에는 삶 그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가장 존귀한 가치라고 여겼다.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어느 한 순간도 나의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물론 괴롭고 슬플 때가,혹은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을 때가,즐거울 때보다도 더 많은 것이 삶인 것 같지만...그 어떠한 순간에도 그것은 삶이기 때문에 참으로 존귀한 생명의 순간인 것이다.태어남의 축복...그 한번뿐인 삶을 설사 더럽고 험난한 세상일지라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볼만 하지 않은가.그렇다.누가 뭐라한다 해도 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으며 지금도 그러한 내 의지의 옮음을 믿는다! ...그래,미련이 없다면 거짓이겠지.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내가 무심한 표정이라고 해서 마음까지 그렇다면 나 자신에 대한 속임이겠지.분노...폭풍처럼 나의 가슴을 몰아치고 있다.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그러나! 그 어느 순간 종말의 최우선까지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거절하고 당당히 숨을 내쉴 것이다.내가 사랑하는 삶의 최후의 막이므로... 이것은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나의 자유의지다.<대맥/세종출판공사 3권 226~228페이지에서 발췌>

참고로 <대맥>은 원나라말기 및 명나라초기를 배경으로 한 중국역사소설입니다.작가인 능몽초는 1584년에 출생한, 중국 명나라 시대의 문인이지요.능몽초의 최후역작이라 일컬어지는 <송공면뇨원소잡극>40편 가운데 역사장편소설로서의 골격을 갖춘 부분을 평역해서 출판된 것이 <대맥>입니다.<대맥>은 1988년 양제우님이 평역한 것으로 세종출판공사에서 출판된 것입니다.하지만 <대맥>원작은 1983년에 출판된 김혜린님의 <북해의 별>보다 3-4세기 앞서지요.

사실 위의 발췌부분 외에도 똑같은 대사는 더 있지만...제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두 작품의 글을 옮겨 가며 적고 있는지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저의 오랜 궁금증을 해결해 주실 분 혹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