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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김만권, 개마고원)' p.307~310입니다.
하버마스의 초기 이론은 사회 문화이론이라 볼 수 있다. 근대 국가권력의 팽창 속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회와 문화에 내재된 합리적 능력을 모색하는 것이 하버마스의 작업이었다. 하버마스의 이론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담론(discourse)'과 의사소통적 합리성(communicative rationality)'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알아두면 좋다.
담론이란 말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상호 이해를 목표로 비판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여 공유하는 행위다. 일상에서 사람들은 대개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교환한다. 하지만 담론에서는 어떤 주장을 할 경우, 그것이 과연 어떤 중요한 의미 혹은 효력이 있는 것인지를 증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담론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숙한 성찰이 요구되는 대화과정 혹은 대화 그 자체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주장의 의미나 효력을 증명하려는 것은 다른 이들과 가치나 규범을 공유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이렇게 담론의 형성을 통하여 타자들과 가치나 규범을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많은 의사를 교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대개 자신의 필요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의사를 교화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버마스는 이런 의사소통을 전략적 의사소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 의사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보며, 이런 행위를 '의사소통적 행위'라고 부른다.
하버마스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가 제거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의사소통구조의 제거는 구성원들 간의 규범과 가치의 공유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하버마스의 문제의식은 체계와 생활세계라는 개념을 통해 볼 수 있다. 그가 의미하는 체계란 한 사회의 복합적 구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경제나 관료적 행정으로 통합되는 사회 부분이다. 체계가 담당하는 것은 주로 특수한 조정기제를 통하여 사회를 통합시키는 일이다. 그러므로 체계의 목표는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관리와 행정을 통해 사회 내의 행위자를 사회적 관점에서 합목적적인 행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결국 체계는 사회적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사회세계이다.
반면 생활세계란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자들이 연계되는 사회적 그물망으로 삶의 소통적 영역을 의미한다. 생활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에 참여하는 이들 간의 공유된 가치인데, 이것이 소통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생활세계에서 소통에 참여하는 이들은 서로를 이해시키는 주장을 펼치며 사회적 동일성을 확인한다. 이렇게 본다면 생활세계란 효율성보다는 소통을 통해 공유된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소통적 합리성이 강조되는 사회세계이다.
하버마스는 생활세계가 문화, 사회, 인격성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문화는 소통에 참여하는 이들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 지식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이 지식은 타자와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사회는 정당한 질서와 구성원들 간의 연대를 배우는 곳이다. 구성원들은 다양한 집단에 속하여 멤버십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를 배운다. 인격성은 하나의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체는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다.
하버마스는 근대 사회의 문제가 효율성과 관리를 추구하는 체계가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에 기반하는 생활세계를 침범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경제적 관심과 관료적 행정이 중요해질수록 체계를 복잡한 소통과정과 소통을 통해 찾아내는 지루한 합리성보다 간결하고 명료한 효율성의 원리를 선호하게 되기 때문에, 체계가 자연스럽게 생활세계의 고유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지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쉽게 말하자면 체계가 효율성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활세계를 식민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체계와 생활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보완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생활세계가 체계에 지속적으로 저항해야 한다. 이것은 일방적 명령에 근거한 경제적 조정이나 행정에 대해 생활세계의 구성원들이 상호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소통적 문제 제기는 일방적 명령에 근거한 체계를 견제하며, 나아가 생활세계의 행위자들 간의 유대와 연대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된다.
읽다가, 요즘의 정치상황과 맞는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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