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랑팔랑 :
“사물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고르지도 못한 모습(손성태 교수)”. “국어사전에 ‘칠랑팔랑’을 ‘칠령팔락(七零八落)’ 또는 ‘칠락팔락(七落八落)’이라고 적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말을 한자어로 기록한 것으로 판단된다(손성태 교수).”
* 칠락팔락 :
사물(事物)이 서로 연락(連絡)되지 못하고 고르지도 못함
(<네이버> 한자사전)
(두 달 하고도 사흘 만에 올리는 글에 “칠랑팔랑”이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이 글이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짜깁기해서 올리는 글이기 때문이고, 글이 다루는 이야기들이 하나로 이어지지도 않으며, 끝으로 이제까지 올린 글의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짓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1. 지금 제 몸무게는 85kg입니다. 예전에는 91kg이 넘었던 적도 있으니, 6kg이 빠진 거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가 뚱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5kg을 빼자고 다짐하고 식이요법을 실시하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5kg을 빼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꾸준히 운동하면 언젠가는 빠지겠지.’라고 믿을 수밖에요. 만약 5kg을 빼는 데 성공하면 그 때는 다시 2kg을 뺄 겁니다.
제 목표는 몸무게를 78kg이 될 때까지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겁니다(얼굴과 뺨과 턱의 살도 빠졌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면 제가 더 나이 들어 보일까요?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살이 빠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2.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고 멀리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자꾸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충동이 들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술 끊은 지 7년째고, 앞으로도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담배는 싫어하면서도 “사람이 하루에 술은 석 잔 정도 마셔야 한다!”고 큰 소리로 떠드는 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술을 생각하게 되고, 또 요즘 저도 일이 자주 꼬이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환멸을 품다 보니 술을 마시던 옛 버릇을 되살리고 싶은 충동이 자주 듭니다.
‘치매에 걸리기 싫으면, 통풍을 멀리하려면, 배가 나오기 싫으면, 지방간을 갖고 싶지 않다면, 자제력을 잃거나 술주정을 하지 않으려면 술을 멀리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자신을 억누릅니다만, 그게 쉽지 않네요.
기껏해야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밤중에 일어나서 물을 실컷 마신다거나, 술 대신 두유를 꺼내서 빨아먹는다거나, 견과류(호도/아몬드/땅콩)을 한 줌 먹는다거나, 식구들 몰래 TV를 켜고 위성방송에 나오는 요리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며 식욕을 달랜다거나 하는 것뿐이라서, 집 안에 있는 술들(물론 다 아버지가 산 것뿐입니다)을 내다 버리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술 좀 마시지 마세요!”라고 요청하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 충동을 참아야 하는 자신이 힘없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그래도 혼자서라도 이 충동과 싸워야죠. 안 그러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니까요. 달리 뭘 하겠습니까?
3. 2주일 전에 학원에서 51회인 장편을 그리라고 해서, 장편만화를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이것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작품 이름을 정했고(<설흔 : 어느 창잡이의 이야기>), 작품 장르를 정했고(고대 동아시아/북아시아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 역사물, 학원 강사님한테는 ‘동아시아 판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작품의 큰 흐름과 뼈대도 정했는데, 정작 시놉시스(Synopsis)를 만드는 데에서 막혀서 끙끙거리고 있네요. 주인공 얼굴이랑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이름/됨됨이도 다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렇게 쉽지 않아서야 어떻게 밀고 나갈 수 있을지.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볼 생각입니다.
원래는 후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를 다룬 작품을 구상했습니다만(가제 : <망인열전(忘人列傳)>),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하니 덜컥 겁이 나고, 제가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는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그 작품 대신, 제가 3년 전부터 생각하던 것을 고른 거죠. 작품이 다 만들어지면 여러분에게도 보여드릴게요.
4. 요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전통 악기인 ‘디저리두’ 연주에 푹 빠져서 지냅니다.
5년 전, 처음 그 연주를 들었을 때에는 ‘아니, 뭐 이렇게 시끄럽고 귀를, 아니 머릿속을 울리는 요란한 음악이 다 있어? 사람을 고문하려고 이런 음악을 들려주나?’하고 생각하고 뜨악해 했는데, 몇 달 전, ‘네이버’에서 디저리두 연주를 소개하는 글을 읽고 - 그 글에는 디저리두 음악이 명상할 때 좋은 음악이라고 평가하는 대목이 있더라고요 - ‘그래?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들어봐야지.’하고 생각하고 디저리두를 연주하는 동영상을 찾아 헤맸죠.
동영상으로 다시 한 번 들어본 디저리두 음악은 정말로 군더더기 없는 단순하고 깔끔한 음악이었어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음악이었고, 듣다 보면 온갖 잡생각이나 괴로움이나 분노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고, ‘아, 정말 명상하는 기분이 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스피커의 소리 크기를 낮추어서 들은 다음에야 이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익숙해지기 전까지 여러 번 들어야 했지만, 일단 익숙해지자 이제는 그 단순하고 거세게 울리는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툭하면 그 음악을 찾아서 듣는답니다. 늦게나마 좋은 음악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요.
앞으로 어떤 것이 저를 사로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그것을 디저리두 음악처럼 처음에는 뜨악하게 여겼다가, 나중에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5. 가끔(아니 사실은 자주) 제 사랑과 연애와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내가 이런 식으로 여성을 만나서 사랑하고, 사랑해 달라고 빌고, 청혼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건 이성애자 독신 남성으로서 내가 이기심과 본능을 바탕으로 잘못된 요구를 하는 건 아닐까?
내 인생의 황금기에 이미 한 번 사랑에 실패했고, 여성들에게 여러 번 거절당하고, 너무나 보수적이고 완고한 집안의 문화에 실망하고, 서로를 부려먹거나 헐뜯는 데에 익숙한 우리 부모님에게 실망하고, 11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는데, 그리고 이젠 30대 후반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데 이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살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 수 있을까?
내가 집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 그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부담”을 안기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싸늘해집니다.
저한테 희망이라는 게 남아 있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제 욕심인 건지 그걸 모르겠어요.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슬퍼서 이젠 눈물도 안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도 저 같은 고민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요. 부디 다른 사람들은 저보다는 덜 괴롭기를 바랍니다.
6. 반찬을 제 손으로 만들어 먹는 법을 익혔습니다.
버섯을 사서 물에 씻은 뒤, 그것을 칼로 잘게 썰고, 잘게 썬 버섯을 양철 함지박 속에 넣은 뒤 거기에 달걀 한 개를 깨뜨려서 집어넣고 소금을 한 차숟가락 넣은 뒤 손으로 주무르고 비비죠. 그 다음 프라이팬에 올리브 기름을 두른 뒤 불을 켜고 함지박 속에 있던 것들을 쏟아부은 뒤 뒤집개로 뒤집으면서 4~5분 동안 지집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버섯을 접시에 담으면 반찬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미 여러 번 이 반찬을 만들어 먹었고, 이제는 아주 익숙하게 잘 만듭니다. 앞으로 다른 반찬도 만들어 먹어볼 생각입니다. 물론 반찬 뿐 아니라 요리에도 익숙해져야죠. 지금 할 줄 아는 요리가 떡볶이(고추장 떡볶이/궁중 떡볶이)랑 김치볶음밥이랑 비빔국수 정돈데, 앞으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방법도 익힐 겁니다.
7. 크로포트킨 선생의 책인『빵의 쟁취』를 다 읽었습니다. 정말이지 경제를 다룬 사회과학 서적은 읽어도 읽어도 새롭군요. 예전에 기본소득을 다룬 책들을 읽을 때보다도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칼 폴라니 선생의 책인『거대한 전환』과, 예전에 사 두었지만 미처 읽지 못했던 책인『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가라한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계산이 서투르니" 제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경제학 서적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서 올바른 경제 관념을 익혀야지요.
물론 그렇게 하면서 '어떻게 하면 너도 나도 다 함께 잘 살 수 있을까?'/'어떻게 해야 내가 돈과 물질의 종이 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해야 합니다.
학창 시절에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습니다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곱씹으며 이제라도 열심히 배우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새롭게 깨닫는 게 있다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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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쓰고 싶은 게 많았는데, 차마 털어놓을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다 보니 이렇게 다섯 개만 남았네요. 오늘은 이쯤에서 만족하렵니다. 다음에 올 때는 즐거운 소식이나, 희망을 담은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빌게요. 그럼 다음에 글을 올릴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 이틀 전 김혜린 선생님이 “제2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2016) 개막식”에서 “코믹어워드” 상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 돌베개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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