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7년 4월 1일 밤 11시 50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지금 올립니다)
1. 요즘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사는 게 아주 쉽더라고요. 그래서 아침밥도 꼭꼭 챙겨먹고 있고, 밤 11시에 잠을 자기 때문에 살도 쑥쑥 빠지고, 몸에 노폐물도 안 쌓이고, 아주 건강하게 잘 살고 있죠.
2. 간식을 안 먹고, 몸에 나쁜 음식은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치킨이나 육포 같은 음식은 아예 입에도 안 댔지요. 앞으로도 이런 버릇을 유지하며 살 가능성이 높아서 아주 행복해요.
3. 살이 10kg나 빠져서, 지금 몸무게가 77kg입니다. 제 몸에 맞는 ‘적당한 몸무게’보다 1kg이나 적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게다가 이제는 몸에 근육이 붙었습니다. 얼굴도 더 이상 통통하거나 둥글지 않고, 뺨이 푹 들어간 얼굴이에요. 저절로 콧노래가 나옵니다.
4. 책을 읽을 때, 하루 만에 다 읽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으면서 존 적은 한 번도 없고, 책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다 들어오며, 일단 한 번 읽은 책 내용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하죠. 책을 읽느라고 1주일을 허비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5. 운동을 안 하고 지나치는 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저는 하루에 한 번씩은 무조건 운동합니다. 이제 잘 하면 무술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쌓였어요. 운동도, 무술도 다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몸이 좋아졌습니다.
6. 더 이상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기 때문에, 따로 생활 계획표를 짜서 움직이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주위에서 저만큼 시간을 아껴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어요. 솔직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우쭐합니다. 약속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고, 가야 할 곳에 늦게 가는 법도 없지요. 그런 제가 칭찬을 듣는 것은 당연합니다.
7. 틈만 나면, 그러니까 자고, 밥 먹고, 운동하는 시간을 빼면 무조건 그림(만화) 그리는 일에 매달립니다. 스케치북과 연필과 지우개로 만화 그리는 법을 얼마나 열심히 복습하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색하고 답답해요. 그리고 펜 툴과 태블릿과 포토샵을 다루는 법을 완전히 익혀서,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습니다. 만화가가 제 천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들을 설득하는 만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게 다 잘 될 겁니다. 이걸로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어요.
8. 카페를 관리하고, 운동을 하면서도 동시에 만화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못 하는 게 없으며, 그래서 동시에 모든 일을 할 수 있죠. 예전에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좀 더 일찍, 빨리 현실에 적응했을 텐데요.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잘 할 수 있으니 당장 밀고 나갈 겁니다.
9. 저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는 달리 민주주의와 평등과 자유와 존중과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의 강철 같은 의지로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지요. 최근 집에서 겪고 있는 상황(예를 들어 부모님의 불평이나 싸움 같은 일들)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하찮은 것일 뿐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제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어지지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10. 얼마 전까지 제 머리와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던 분노와 울분과 증오가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이제 양심과 도덕과 법을 지키며 착하게 살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될 겁니다. 저는 이제부터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는 삶을 살 거예요.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11. 저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믿고 사람을 따를 수 있습니다. 동물보다 사람을 더 믿을 수 있고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고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하자고 말하면 1초도 의심하지 않고 그들을 따를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사람이 되다니 정말 기쁩니다.
12. 요즘은 툭하면 웃습니다. 사는 게 아주 즐거워요. 특히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저절로 웃음이 튀어나와서 웃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이 세상도 재미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웃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13. 얼마 전, 새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옛 애인과는 달리 저와 비슷한 나이고, 개를 비롯한 동물보다는 저를 더 사랑하고, 제 말에 귀를 기울여 주고, 제 생김새와 키와 몸무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가난한 남자는 질색”이라는 말을 하는 대신 자기가 돈을 내서라도 저를 도와주고, 아주 똑똑하고, 속물스럽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아주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이런 여성과 사귈 수 있어서 기쁩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지면서 입은 상처 때문에 - 그리고 옛 애인과 헤어진 뒤 보고 들었던, ‘안 좋게 헤어지고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 아직 완전히 마음을 열지는 못했고, 둘 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천천히 다가가자.’고 생각하며 ‘선’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좋네요. 이제 제게 행복이 다시 찾아오려나 봅니다.
14. 두 달 전에 모조리 인연을 끊었던 구호단체와 시민단체에 다시 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이제 웹툰 작가가 될 것이 확실하니 더 이상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다, 사람들을 돕느라 식구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겠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이렇게 한 거죠. 사람들을 돕는 일에 몰두할 수 있으니,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나면”하는 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15. 이제 조금만 있으면 식구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옵니다. 제가 몸 담을 주거지(제 ‘집’은 아닙니다만)를 찾았거든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제 삶을 즐길 수 있는 주거지가 생겨서 아주 기쁩니다. 뭐 제 집을 구하는 일은 …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금은 식구들로부터 독립해서 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니까요. 발품을 팔다 보면 더 좋은 집이 나오지 않겠어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16. 요즘 보고 있는 건 한국 만화와 한국 만화영화 뿐입니다. 다른 나라의 만화는 아예 눈에 안 들어와요.
어떻습니까? 다 읽으셨나요? 그럼 진실을 말씀드릴게요. 이상은 만우절을 맞아 일부러 길게 늘어놓은 제 거짓말들이었습니다. 진짜로 아셨다면 사과할게요.
- 어떤 거짓말은 참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돌베개가 올림
|
◆ 여기는 김혜린의 작품세계 &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