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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2주일을 넘긴 사회 초년생; 정옥입니다.
돈 한 푼 벌기가 쉽지 않음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지요. 더욱이 한달이란 기간을 이미 알고 있어 그런지 몰라도 자꾸 실수하고 그러는 바람에 2주째 야단만 맞고 있습니다;;
Case 1)
어제는 아침부터 비 온다고 하늘도 우중충에 꾸리꾸리하더니, 출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쪼매난 좀도둑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한 대여섯 쯤 되었을까, 출근하고서 잠깐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손님이 왔더군요. 어느 여자 손님 한분과 그 아들이었고, 또 그들 말고도 다른 손님들도 몇 있긴 했지만요.
손님이 오셨길래 카운터로 가서 매장을 주욱 보고 있는데, 이 쪼매난 놈이 자꾸 절 슬쩍슬쩍 훔쳐 봅니다, 손에는 조그만 나무 브러쉬를 든 채로. 제가 성격상 사교적이지 못하고 낯가림[무슨 애냐?]도 좀 있어서 사람들을 잘 못쳐다 봐요. 그닥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그래서 그 애도 못 본척 하며 곁눈질을 했죠. 근데, 이 꼬마가 계속 빗을 만지작하면서 제 눈치를 봅니다. 애 엄마는 물건 고르느라 정신이 없고요. 계속 제 눈치를 살피던 이 꼬마는 저 구석진 진열대에까지 가서 몸 숙이며[그때까지도 손에 빗을 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절 보나 안 보나 살피고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계속 쳐다 봤습니다. 웃지도 않았어요. 낌새를 보니 훔쳐가려고 눈치 보는 게 눈에 보이는데 웃음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사장님께선 물론 다른 손님들 상대하거나 그 분들을 보고 계셨고요. 물론 저도 다른 손님들도 보긴 했습니다만, 계속 그놈이 절 쳐다보며 눈치 살피는 게 거슬려서 그놈을 더 주시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제 눈치를 살피던 그 놈이, 제 엄마 옆에 붙어서 역시 눈치를 살피다가 빗을 든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더군요. 아마도 제가 못 봤을 거라 생각했나 봅니다. 빗 손잡이가 나무라 손 색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서 빗이었는지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를 주머니에 넣는 걸 봤습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빗을 제자리에 놓는 것도 못 봤으니 분명 그건 빗살이 솔로 된 빗이죠. 그러고는 제 엄마한테 그 옆에 있는 플라스틱 손잡이의 솔빗을 사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살짝 기가 막히려 하더군요. 하지만 그애 엄마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몇번 졸라 봤는데도 안된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그 플라스틱 빗을 내려 놓습니다. 그러고선 사장님 계시는 쪽 카운터로 가는데 이놈의 표정이 시무룩한 표정이 아닙니다[보통 애들은 원하는 걸 사 달라고 졸라도 안 사주면 시무룩하잖아요.]. 사장님 카운터에 애 엄마가 물건을 내려놓고 또 더 살 물건이 있나 없나 저 쪽으로 가는데, 그 꼬마애는 엄마 말 듣고 나갈 준비를 한다고 문에 바짝 가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사장님께 조용히 말씀 드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순간 꼬마가 카운터 옆으로 바짝 왔습니다.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요. 저는 상관 않고 사장님께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사장님께선 그게 어떤 빗이냐, 그게 우리 것 같느냐고 물으시길래 나무로 된 브러쉬인데 우리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꼬마에게 물으십니다. 너 주머니에 브러쉬 갖고 있느냐, 고개를 끄떡입니다. 갖고 싶으면 여기 내려놓고 돈 내고 가져가라,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꼬마가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놓습니다.
그 뒤는 보지 않고 신경도 안 써서 빗값을 치르고 갔는지 아니면 안 사고 그냥 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안 난 것 같으니 안 샀거나 돈 내고 가져갔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사실 주머니에 넣고 제 엄마한테 또 다른 빗을 사 달라고 할 때 그 빗이 우리 물건이었나 다시 한 번 헷갈렸지만, 만일 다른 가게에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산 거라면 왜 제 눈치를 보나요? 당당하게 들고 다니지.
Case 2)
어느 날 여자애 둘이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전 그때 문쪽 카운터에 있었습니다. 여자애 둘이 들어오더니 카운터에 붙어서 하나는 사장님께 머리를 사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갑자기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순간, 눈 맞추기를 잘 못하는 저는 시선을 돌렸습니다만, 낌새가 이상했습니다. 왠지 뭔가 하나를 훔쳐갈 것만 같았어요. 안되겠다 싶어 계속 쳐다 보기로 했습니다. 그 하나가 머리를 사기 위해 뒤쪽의 머리 진열대로 사장님과 함께 갔습니다. 저희 가게에서는 묶은 모양의 머리도 팔거든요. 가발은 아니고, 포니 테일이라고 한데 모아서 위로 묶는 머리들을 팝니다.
하여간 하나는 머리를 보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매장을 둘러보러[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카운터에서 멀어졌습니다. 하나는 머리를 주문하고 다른 살게 있나 둘러보는데, 다른 하나는 싸게 파는 머리집게를 제 머리 위에 꽂고서는 제 머리인 양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결국 떼어서 내려 놓더군요. 그리고는 머리를 사는 애가 그걸 사러 카운터로 오는데, 제 얘기를 한 건지 아니면 사장님 얘기를 한 건지, 하여간 계속 자기들 쳐다봐서 기분나쁘다는 얘기를 제 친구에게 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눈을 떼지 않았죠.
머리를 사려다 말고 앞에 있는 진열대의 선글래스들을 보더니 이거 저거 꺼내 달라고 합니다. 사장님께서 꺼내 주시는 동안 다른 한명이 또 저를 쳐다보며 그 앞에 있는 아이섀도우 연필이나 립스틱 연필이 담겨있는 연필꽂이에서 그것들을 막 만지작거립니다. 꼭 또 뭔가 훔쳐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애 얼굴은 안 보고 손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습니다, 옆의 애가 선글래스를 고르거나 말거나.
결국은 머리만 사 갔습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신 사장님께서 그 앞으로 오시더니 그 녀석들, 선글래스도 못 훔쳐가서 안달이라고 하시더군요. 카운터가 ㄱ자로 꺾여 있으면 그 코너에 아이섀도우 연필과 립스틱 연필꽂이가 있고, 왼쪽으로 그 옆에 목걸이가 있는 진열장, 그 옆에 귀걸이 진열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향유 선반이 있는데 향유들의 뚜껑이 까매서 그 앞에 물건을 놓으면 잘 안 보입니다. 이러면 눈에 보이도록 계산대로 내어 놓기 전까지는 신경이 막 곤두섭니다.
Case 3)
출근 사흘째였습니다. 정오 즈음 한 무리의 여자애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옵니다. 뭔가 이상한 포스-_-;를 풀풀 풍기는 게 낌새가 이상합니다. 한 명은 손에 비닐 보따리까지 들고 있더군요. 사장님께서 그 애한테 짐은 카운터에 맡겨 놓고 들어가라고 하시자 그 애가 미안하다며 막 수다스럽게 떠들어댑니다. 물론 짐은 앞에 내려 놓긴 했지만요.
매장으로 들어서자 사방으로 쫙 흩어집니다.[...] 사장님께서 제게 오시더니 이런 애들을 잘 살펴봐야 된다고 하시더군요. 사방으로 흩어진 애들이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한명은 속눈썹 있는데서 이거 얼마냐고 뭍습니다. 전 다른 애들 살피느라 말은 들었어도 대답할 수가 없었죠. 사장님께서 대신 심드렁하게 답해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더는 묻지 않고 매장을 주욱 둘러 보더니 그냥 가려고 합니다.
근데, 한 명의 손에 빗이 들려 있는 게, 꼭 우리 빗 같단 말이죠. 사실 제 신경이 쏠린 것도 그 애들 중 하나가 본격적으로 흩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빗이 담겨 있는 바구니에 손을 댔을 때부터였습니다. 그 빗 우리 거 같은데.... 란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데 애들이 그냥 나가려 하자 가만 있을 수가 없어 기다리라고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사장님께 저 빗 우리것 같다고 얘기를 하려는데 그 애들이 또 막 수다스럽게 우리가 물건 훔치려고 그러는 줄 아느냐고 말합니다. 방정맞고 수다스럽게 떠드니 혼이 쏙 빠지더군요. 그래, 사장님께 얘기를 하려는데 캐쉬 레지스터에 붙여 놓은 귀걸이를 만지작 하면서 막 웃고 떠듭니다. 사장님께선 역정을 내시며 왜 가게에 와서 짐 내려놓고 돌아다니느냐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애들을 내쫓으셨습니다. 애들이 가고 나자 이것들이 귀걸이 뒤의 고정핀 하나를 분명 빼 갔을 거라 하시며 계속 역정을 내셨습니다. 그 후로는 저도 그들이 다 도둑놈으로 보이더군요. 일전에 한번 좀도둑스런 일을 당했다는 건 이 일을 얘기하는 겁니다.
Case 4)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무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첫 봉급을 받기 전이군요. 가게에 한 모자가 왔습니다. 아들녀석은 닌텐도 어드밴스를 하고 있더군요. NDSL이 출시된 지 꽤 많은 시일이 지났는데 저걸 하고 있는 거 보면 역시 가난해서 그런가보다....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게임 하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고, 애 엄마는 물건을 고른다고 액세서리 있는 데서 이것 저것 집어 보는데, 갑자기 이 아줌마가 절 쳐다보듯 보면서 아들내미에게 귓속말을 합니다. 눈 맞추기에 약한;;; 정옥인지라 역시 시선을 피했습니다만, 기분이 좀 그랬어요. 그런데다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졸립기도;;;;;;;; 했고요.
아주머니가 아들에게 귓속말을 마치자 게임하던 녀석이 제게 와서 귀걸이는 얼마예요, 목걸이는 얼마예요, 선글래스는 얼마예요, 막 물어 봅니다. 바로 위에 쓴 좀도둑 사건을 당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순진한[....;;;] 정옥이었기에 꼬마애가 신기하고 호기심에 하는 질문으로 생각되어 값을 다 말해 줬습니다. 물론, 그 아주머니한테도 시선을 보내긴 했지만, 앞에서 묻는데 대답을 안 해 줄 수가 없더군요. 그러고서는 조금 있다가 그 모자가 사장님께 물건값을 내고 갔습니다.
근데, 그 모자가 가고 난 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매우 기분이 나쁘더군요. 꼭 물건을 훔치려고 아들 녀석에게 시선 끌라고 귓속말로 시킨 것 같았단 말이죠. 물론 값을 지불하지 않은 건 아닌데, 기분이 꼭 그랬습니다. 귓속말을 마치니 그 아들녀석이 제게 와서 이런저런 말 시킨 것도 기분 나쁘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렇다면 왜 절 쳐다보는 듯이 보면서 아들에게 귓속말을 하고, 귓속말이 끝나자 그녀석이 제게 와서 이것 저것 물어보며 시선 끄는 짓을 하냐는 말이죠.
이들은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기들을 쳐다보는 거 기분 나쁘다고. 물론 도둑으로 의심받는 거, 그런 취급 당하는 거, 기분 나쁜 일인 줄 압니다. 저도 한국에 나갔을 때 한 번 당해 보았으니까요.
한국에 나갔을 때, 교뵤문고에 뭘 좀 살게 있어 나간 일이 있습니다. 그 때가 연말연시에다 신년 정월 초하루가 겹쳤던 때였으니 매장에 사람들이 많았죠. 무얼 살까 이것 저것 집어 보다가 액체 향비누로 골랐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손 안에 있는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 놓은 뒤 다른 걸 계산하려고 뒤로 돌았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바로는 못 가겠더군요. 할수 없이 바깥쪽으로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 직원 분 하나가 절 세우더니 이걸 왜 가져가느냐고 합니다. 저는 제자리에 갖다 놓으려고 그랬다고 했지요.[정말입니다!!!!! 정말 제자리에 갖다 놓으려고 했어요!!!!!!!!!!! 절대로 훔칠 생각 같은 거 없었습니다!!!!!!!!!!!!!!!!!!!!!]그러면 자기한테 주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했지요. 그런데, 계산을 끝내고 나오는데 기분이 매우 불쾌했습니다. 왠지 도둑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 불쾌감이 무럭무럭 솟아오르더군요. 차라리 그냥 카운터로 가서 이건 안 사고 다른 것만 사겠다고 얘기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니,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전 그 직원분의 행동을 이해했고, 지금도 이해합니다. 그 분 입장에서는 제가 물건값도 안 치르고 그냥 가려던 사람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모르지요. 그 분이 저처럼 자기 지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 때 제가 도둑놈으로 둔갑되어 있을 지도. 게다가 당시는 연말연시라 사람도 많았고, 재고 확인시 수량 안 맞으면 월급에서 그 물건 값만큼 감봉될 테니까요. 그 때, 아무리 불쾌했어도 전 그 분의 행동과 입장을 이해했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아닌가봐요. 들어올 때 가방도 척척 열고 들어오는 게, 사람 정말로 신경이 곤두섭니다. 물건도 막 만지작거리고 또 손에 든 물건 다른 엉뚱한 데에다 갖다 놓고, 애들 데리고 오는 사람들은 애들이 매장 안을 막 돌아다녀도 단속도 잘 안 합니다.
물론, 이 지역 사람들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알아요. 아무리 그래도 개중엔 제값 지불하고 사가는 사람들 있는 거 압니다.[그래도 그 지역이 그나마 나은 지역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러나 계속 저런 식으로 당하면 아무리 선한 사람도 곱게 안 보입니다.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닥치고 보면 그럴 수가 없어요. 계속 신경 쓰인단 말입니다.
아버지께서 이 얘기를 들으시더니, 거기서는 애들이 물건을 훔쳐도 나몰라라 한답니다. 어제 일을 들은 어느 아는 사람은 그게 그 모자가 짜고 한 일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당하고 나면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다 도둑놈으로 보여서 딱 달라 붙은 옷 입고 물건 하나 사러 오는 손님 아니면 안심이 안 됩니다. 사장님과 오빠는 너무 그렇게 쳐다보면 또 싫어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눈치껏 보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손님이 들어오면 조금 긴장을 하는 편입니다.
제발, 물건을 갖고 싶으면 돈 내고 사가라고 하고 싶어요. 돈이 없으면 사질 말던가. 돈은 없는데 물건 갖고 싶다고 그렇게 훔쳐 가고, 훔쳐 간 것 때문에 신경 곤두설 수 밖에 없는데, 도둑놈 취급한다고 뭐라 그러면, 장사하는 사람들 다 땅 파서 장사합니까?
어제 회사일 끝내고 가게 도우러 온 언니[사장님 딸입니다.] 말로는 이런 일 말고도 다른 케이스들도 많이 있는 것 같지만[물론, 저도 다른 케이스가 좀 더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 수법이 다 비슷해서...], 여름이 이 정도면, 두꺼운 옷 입고 다니는 겨울엔 더 피곤하겠지요.[여름 한달 동안이라 다행........;ㅁ;]
플스1)사장님께 야단 맞는 건 도둑놈들 상대가 아니라 물건 잘못 찍어 생기는 실수로 야단을...........[쿨럭]
플스2)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어머니 가게가 생각나더군요. 낮에는 어머니 혼자서 장사하시는데, 화장실 간다거나 오전에 어디 들렀다 와서 늦게 출근할 때면 가게 열어 둔 채 텅 비게 되는데 도둑들 없을까 했는데, 그래도 거긴 똑같이 생긴 점포들이 많아 보는 눈이 많을 테니 함부로 못 집어갈 거라는 데 약간 안심이....[동대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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