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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슈그백작	\| 분류 : 잡 담 \| 2005·02·22 16:22 \| HIT : 222 \| VOTE : 6 \|

걸어서 출근합니다.
겨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죠.
요즘은 코끝이 싸하고 귀가 아리죠.
그래도 걷는게 좋습니다.
30분 거리가 머리속 상상으로 충만해져 짧기만 합니다.
집에서 내려오며 논둑을 걷다보면
누구 허벅지만한 잉어가 잡힌다는 저수지가 지금은
황량한 모습으로 흔들립니다.
그모퉁이를 돌아 보리밭 사이로 길을 재촉하다보면
작은 내 사이에 다리가 있습니다.
그다리에서 항상 멈추어 물을 내려다 봅니다.
깨끗하고 아름다워서가 아니고 그저 그곳에 내가 있어서
그렇게 한소끔 쉬어갈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머지않아 보리가 황금물결을 이룰겁니다.
10년전 처음 이곳에 와서 적응을 못해
혼자 야산 꼭대기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데
귓가를 스친 바람이 아래쪽 보리밭을 훑고 지나가며
찬란한 황금물결을 일으키더군요.
참아름다웠고 견딜 힘이 되었죠.
항상 바람이 불면 손가락을 펴서 바람을 만져봅니다.
크리스틴 바로우가 느꼈던 그 바람일까?
내영혼까지 가만히 만져줄 그 바람일까?
북해의 바다에서 그가 맞았던 그 바람일까?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내영혼의 쉼표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바쁘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숨쉬고 사는지
궁금하다 할정도로 동동거리지만
견딜 수 있는것은 그런 영혼의 쉼표 때문인가 봅니다.
내삶을 사랑하는 만큼 견딜 수 있다던 그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었길 바랍니다.
나에게는 너무도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메디나	햇살처럼 따사롭고 평안한 글입니다..... 문자메세지 잘 받았습니다 슈그님. 답메세지를 보내야 하는데... 제가 그런짓을 잘 못해서요. 핫핫. 보내주시는 것은 회원들과 더불어 감사한 마음으로 먹겠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는 점... 진정 아쉽습니다. 언제고, 기회가 오겠지요....^^* 05·02·22 19:29 삭제

유제니	슈그님의 예쁜 마을과 아름다운 마음이 담뿍 담긴 글이네요. 덕분에 저도 마음이 평화로와집니다. ^^* 05·02·22 22:04 삭제

무스탕	제가 그 물가에 서 있는 기분이군요 ^^ 그 바람을 몰고와서 나눠주실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05·02·23 10:31 삭제

樓蘭	황금빛 물결의 보리밭길을 거니는 슈그님이 떠오릅니다. ^^ 05·02·23 12:34 삭제

musapa	고와요... 부럽구요... 한 친구가, 꽃피는 4월에 섬진강에 놀러가자고, 2년전 제가 못지켰던 약속지키라며, 꼭 가자고 하고, 한 친구는, 바다보러가자고 하네요 가게 된다면, 그때, 슈그님 글을 꼭 다시 읽고 가야할 거 같아요 ^^ 05·02·26 23:5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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