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전용 게시판

린월드는 완전개방 팬클럽이긴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어요.
먼저 '가입인사' 카테고리를 선택해서 자기소개를 해야 회원자격이 주어집니다.
원하는 닉네임을 정한후 이름검색을 해서 중복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 <북해의 별> 팬북 질문 & 답변 게시판 ★
(린월드 회원이라면 무조건 클릭하세요~!!)

5471

219

218


	Category

	잡 담 (5081)

	제안&토론 (83)

	가입인사 (214)

	정 보 (91)

View Articles

Name


	모범이

Subject

어머님께.

어머님, 저 '작은 젊은이''입니다.
(우리 집안은 독특하게 며느리에게 '아가'나, '에미' 그런 말이 아니라 '젊은아''라고 부릅니다.)

제가 딴데서는 뭐, 안 모범의 대명사일지라도
시댁에서만은 말 그대로 '모범'일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다는 걸 어머님도 아시지요.

늘 장사핑계로 맏며느리 역할을 눈꼽만큼도 안하시는 형님께도
한번도 불평 안코 1년내내 제사 부족하나마 제 몸바쳐 열심히 했구요,

명절때도
음식 다해놓고 늦게 오시는 형님 밥 차려 드리고 설겆이 까지 제가 다 해드리고
평소 친정 잘 못간다고 제사만 달랑 지내고 형님 친정 보내드리고도
전 늘 휴가 마지막날까지 시댁에서 손님, 시누이 뒷바라지 다 하고 해도
(솔직히 혼자 몰래 울긴 몇번 했지만서리) 불평 못 했습다요..

2-3일에 문안 전화 한번씩 꼭 드리고

주말에 별 일 없으면 시댁가서 어머님 말벗 해드리고
부족한 솜씨나마 음식 장만하고

또 시누이들 한테도..

(말 하다 보니 뭐 억수로 잘 한 거 같구만, 그런 것도 아니구요... 한게 아무것도 없구만요)

....

어머님,

진짜 어머님께는 모범 '젊은이''가 될려고 애쓰고 있는데.

저, 지난 수요일 너무 아파서 학교도 결근 했걸랑요..

근데 그 전화 한번 빼먹었다고 (지난 월요일 전화하고 금요일 까지 통화를 못 했더랩니다)

'전화도 한번 안하고, 내가 죽어야 전화라도 할끼가!!"
마구 역정내시더니 제 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툭!! 끊어버리시다니..
그냥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서럽기도 하고...

솔직히 화도 좀 났더랬어요.
어머님이 너무 하신다 싶어서요.. 형님은 정말 드신 밥그릇 하나 설겆이 안하고 밥상 그대로 놔두고 장사가버려도 뭐라 야단 한번 안 치시면서

그간 저 한테는 제사 준비 하러 빨리 안 온다고 역정내시고,.. (그것도 퇴근하고 제딴엔 서둘렀는데, 형님은 아예 오시지도 않는데,)
...너무 하셔요.. 어머님.. 소리가 목까지 나오는걸 그래도 ..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울고 말았어요. 청승맞게.

그래도 어머님,

저 정말 부산에 중요한 모임이 있었거든요.

꼭, 진짜 꼭, 가고 싶었는데.

화도 난 김에 확!! 가버릴까도 했는데.

이래도, 저래도 마음이 너무 불편하여

꼴딱 밤새운 새벽에야 어머님께 가보기로 맘 정하고
퇴근후 무거운 마음으로, 시댁으로 향했지요.

뭐라 인사드릴까.. 머쓱하기도 하고, 또, 어머님 뵈면 서러울것 같기도 할것 같고.
그랬는데,

막상 방안에 어머님이 다리에 기부스를 칭칭 하시고 머리며, 얼굴이며 너무나 초췌하게 앉으셔서 '볼일 있다더니 왜 왔냐'고 하시던 모습에
눈물이 날뻔 하였어요.

며칠전 빨래 널러 2층 옥상에 올라가셨다가 굴러 떨어지셨다구요.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시고, 식사도 그렇게...

어머님이 그리 역정 내실때야 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인데
그 마음 못 헤아리고 마냥 섭섭해 했던 제가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어머님 손 잡고 한참 있으면서

비록 말로는 못 했지만

어머님..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머님, 다음부턴 나, 아프다. 애야..하고 하시고 싶은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했답니다.

토요일 모임 걱정은 안 하셔도 되요.
모두 마음 넉넉한 분들이라 제 사정 충분히 이해해 주셨으니까요.
사실 제가 좀 아쉽긴 하지만. ^^
어머님, 어서 나으시구요, 아시죠? 제맘.

                                                  2002. 11. 18.
                                                       작은 며느리.

정말 어머님이랑 툭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잘해야 겠다는 마음만 더 앞서는... 어려운 분...

무스탕

[2002/11/18]

모범이님. 끄덕끄덕,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