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혜린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군요. 제가 83년생인데 그때 데뷔작이 '북해의 별'이시니까...
제 나이도 스물.. 혜린님이 펜대를 잡은지도 20여년이네요.
그리고 제가 혜린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지는 9년이 됩니다. 짧은 생이지만 그래도 반생(초등학교2학년때부터니까^^:)을 혜린님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는 얘기죠?
가장 먼저 본 작품은 '불의 검'이었어요. '댕기'연재하는 걸 봤으니까..거기에 쟁쟁한 작품들이 많았죠. 같이 시작한 시대물 중에 김진님의 '바람의 나라'도 있었고 원수연님도 연재를 했었고... 개인적으로는 요즘에 마구 난무하는 만화잡지보다 애착을 가지는 만화잡지지요.
그리고,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세주문화에서 재판된 '북해의 별'을 읽었어요.
유리핀 조안 아우구스트 멤피스...
저로 하여금 불면의 밤을 지새우게 한(!) 캐릭터...
(참고로 제 한멜 아이디는 yuriphin이랍니다.^^)
처음에는 깔끔한 선에 익숙해져 있어서 선뜻 손이 안가던 작품이었는데, 읽기시작하니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결국 재판본이 다 나오기 전에 만화방에 가서 대본소판으로 싸그리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우수어린 눈빛과 고결한 인간성... 그러나 권력욕과 모함에 의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그.
냉철함(비정함을 가장한)이 더해지지만 여전히 가슴에는 보랏빛 제비꽃의 아가씨를 그리는 따뜻한 마음이...ㅠ.ㅠ
그리고 비요른 누벨...
북해의 별에서 가장 느와르적인 인물...그러나 유리핀과 비교해 너무나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기에 도리어 애착이 느껴지는...
또 너무나도 가련한 운명을 겪어야 했던 사람. 주로 한국 만화에서는 흑발이 히어로이고 중심적 역할을 이끌어 가는 반면, 북해의 별에서는 비요른이 절대악임을 자처한 조역으로 나타나서 좀더 색달랐던 기억이...^^
여러모로 감명깊게 읽었던 책인데, 지금은 세주문화사 판이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군요. 새로이 단장해서 재판할 생각은 없으신가요?혜린님?^^
그리고 저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 '비천무'...
제가 중3때 화이트 코믹스에서 깔끔하게 출판해낸 작품이죠. 그때 저는 진로에 대해 한참 걱정할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시험 직전날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병적으로 만화책을 한아름 빌려 읽곤 했어요..^^:
그렇게 긴장감 없는(?) 중3이었지만, 진로는 고민이 됬었죠.
그때 비천무를 보고 마지막장 '하늘을 오르는 춤' 을 읽다가 눈물을 줄줄 쏟아부었던 기억이... 설리가 너울너울 춤을 추다 쓰러지는 그 장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장까지 정말 꺼이꺼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그 작품에 매료되어 진로를 선택하게 됩니다. 외국어고 중국어과로요.
요즘은 중국어 열풍이 거세지만 그때 까지만 해도 좀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이후로 기숙사에 비천무 만화책을 모셔다 놓고 가끔 읽으면서는 재미있는 점도 알게됬죠. 원래 중국어 발음으로는 "짜이지엔"이라고 말해야 할 부분을 진하가 "쟈이젠"이라고 말하고 있다든지. "슬"이라고 해야할 부분에 "시"라고 말하고 있다든지...^^;
그래도 중3의 저에게는 유일한 중국어 텍스트였던 셈인데..저 심각하게 발음연습도 했었다니까요..^^
그밖에도 화이트에 연재하셨던 '광야'; 역시 주목했었던 작품입니다. 지금은 연재되고 있지 않지만... 그걸 읽고서 문학시간에 노천명 시인이었던가?
"남사당"이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절절한 심정으로 읽었어요. 그 시를...
그밖에도 테르미도르, 아라크노아,샤만의 바위, 로프누르 -잃어버린 호수 등등 혜린님의 작품은 빠짐없이 열심히 찾아 읽고 있지요.^^
그러나 언제나 느끼는건...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절절한 사랑, 사랑, 사랑들...
요즘은 인스턴트 식품처럼 금방 달아올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해지는 그런 사랑들을 많이 소재로 다루는 데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인지 그런 절절한 사랑을 느끼기는 힘이 들어요. 그래서 시대물, 역사물과 함께 그안에서 부평초처럼 살아간 사람내음이 물씬 나는 가슴 찡한 사랑얘기로 엮어진 혜린님의 작품을 사랑합니다.
불의 검.. 막바지로 접어들었는데, 모두가 행복해질 결말을 기대합니다. '모두'라는건 어쩜 저만의 아집일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북해의 별 다시 예쁜 책으로 재출간했음 소원이 없겠어요. 유리핀님을 집에 빨리 모셔야하는데...ㅠ.ㅠ
광야도 언젠가는 다시 얘기가 엮어져 나오겠죠? 아라크노아도...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도 모르지만, 기다릴겁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말이죠.
혜린님, 당신이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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