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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돌
김혜린 지음/길찾기 펴냄/2만원
사슴을 닮은 큰 눈망울, 조각상 같은 오뚝한 콧날, 바람에 나부끼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
'얼짱'들조차 울고 갈 눈부신 캐릭터와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한국 순정만화를 대표했던 작가 김혜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단편집을 냈다.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이 책에는 그가 그동안 발표했던 단편만화 11편이 망라돼 있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신작 <노래하는 돌>이 특히 주목을 끈다. 웹진을 제외하고는 거의 활동을 접고 있었던 그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기 때문이다.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을 통해 김씨 특유의 신비로운 감수성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마다 말미에 작가의 감상과 독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실어 이해를 돕고 있는 것도 이번 단편집의 특징이다.
1983년 북유럽을 무대로 일어난 부르주아의 가상 혁명을 그린 <북해의 별>로 데뷔한 김혜린씨는 <비천무> <아라크노아> <샤만의 바위> <테르미도르> 등 역사의식이 또렷하고 스케일 큰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80∼90년대 최고의 순정만화 작가로 군림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역사나 사회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서사 순정만화가로도 불린리는데, 특히 <북해의 별>은 한때 대학 신입생들의 '의식화 교재'(?)로 꼽혔을 만큼 사회변혁에 대한 치열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김씨는 "철기 문명 도래기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장편서사극 <불의 검> 막바지 작업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쁘다"고 근황을 전하면서 "이번 단편집이 지루한 일상에 자그만 활력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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