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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선생님의 작품들에 대한 즐거운 상상 - 게임편
 ▩돌베개    | 분류 : 잡 담 | 2013·12·01 18:51 | HIT : 302 | VOTE : 21 |

얼마 전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생각인데, ‘만약 김혜린 선생님의 명작만화들이 컴퓨터 - 또는 비디오 - 게임이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러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요?”라고 물어보실 테니, 정직하고 솔직하게 대답해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들에 어울리는 바름직한 게임 장르’는 이렇습니다.  

-『불의 검』: 롤플레잉(역할 수행) 게임 또는 실시간 전략 게임(리얼타임 시뮬레이션 게임). 아니면 롤플레잉 +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산마로 말고도 아무르 쪽에 속한 다른 사람들을 골라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 만화 자체가 워낙 극적인 일이 많다 보니 롤플레잉 게임으로 만들면 이벤트 변화가 자주 일어나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거예요. 전략 게임으로 만들면 아무르/카르마키/화족(남쪽나라) 뿐만 아니라 에벤키나 나나이스나 오로촌이나 후룬이나 아민이나 실보족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그들의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겠네요.

-『비천무』: 이건 그냥 롤플레잉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음.『불의 검』과는 달리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나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유진하(자하랑)나 남궁 성을 조종해서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다.’

-『북해의 별』: 이건 롤플레잉 + 전략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음. 만들고 나면 진짜 명작 게임이 나올 것 같습니다.

-『광야』: 이건 … 음 … 어드벤처 게임? 주인공 김재우가 산마로 형이나 유진하나 유리핀 씨처럼 무척 센 사람도 아니고,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테니 그냥 어드벤처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배경이 일제강점기니『국사』교과서와 공영방송(요즘은 차라리 ‘국영방송’이나 ‘어용방송’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만)이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근현대사의 숨은 진실을 게임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르쳐주는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인월(引月)』: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나오면 딱일 듯. 소재 자체가 ‘해적과 싸우는, 신분이 낮은 - 또는 평범한 - 군인들의 이야기’이니 어드벤처 게임의 요소가 들어있는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 되면 좋을 듯합니다. 능소를 조종해서 왜구들과 싸울 수 있다니 설렘을 금할 수 없네요(웃음).

물론 게임을 만드는 회사들 - 그리고 프로그래머들 - 이 원작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다듬어서 내놓아야겠지요. 음악과 게임 그래픽과 효과음과 캐릭터의 움직임과 오프닝/중간 데모/엔딩이 원작 못지않게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한국 회사와 프로그래머들이 만화를 게임으로 옮길 만한 실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들이 ‘원작’인 만화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의 게임 산업은 지금 한국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탄압(!)받고 있어서, 그 저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고요(어릴 적부터 비디오게임을 하며 자랐고, 오락실을 자주 들락거렸으며, PC 게임도 자주 했던 저는 “게임이 4대 사회악 가운데 하나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을 꺼낼 때도 주저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도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옵니다.

‘문화의 봄’이 올 때까지 굴을 파고 틀어박혀서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추위를 참고 견디며 ‘모닥불’이라도 피워야 하는건지 그걸 결정할 수가 없네요. 부디 이 글에 적은 생각이 ‘단순한 망상’으로 끝나지 않고 언젠가는 실현되기를 빕니다.
가람 저는 북해의 별은 왠지, 은하영웅전설이라고 아시나요? 그런 게임처럼 만들어졌으면 했는데^^...
참 오랜만에 와 돌베개님 글부터 읽었네요.ㅎㅎㅎ

13·12·08 20:52 삭제

돌베개 아, 가람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먼저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감읍이오([불의 검]에서 삭검이 아벌한 물려에게 한 말)." 가람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북해의 별]을 빼 놓고 이야기했다는 걸 알아 부끄럽기 그지없네요.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만화도 게임으로 만들 가치가 있는데 그걸 빼먹다니...

13·12·08 23:4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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