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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김혜린 선생

지크	\| 분류 : 잡 담 \| 2016·09·22 01:17 \| HIT : 203 \| VOTE : 11 \|

내가 김혜린 선생의 작품 '북해의 별'을 처음 봤던 것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올해 내 나이가 마흔 아홉이니 삼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선생의 작품과 삶을 함께 해 온 독자라고 자부해도 좋을 성싶다.  일본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와 더불어 김 선생님의 만화 작품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사고가 정립되어가던 사춘기부터 청년시절을 거쳐오면서 삶과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한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내 의식이 그렇게 형성되어버렸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나는 가끔 김혜린 선생을 '만화계의 도스토프옙스키'라고 부른다.

마흔이 되던 해에 나는 사이버 만화동호회 '베르사유의 장미' 카페에 가입을 하고 나로선 낯선 장르였던 '팬픽'을 쓰기 시작했다.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팬픽방'을 활성화시켜보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렇게 픽질(?^^)을 시작한 것이 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베르사유의 장미를 뼈대로 해서 쓰는 픽션이긴 했지만 참 글 연습 하나는 속된 말로 뻑적지근하게 했는데 지금도 그닥 잘 쓰는 팬픽은 아니지만 내 글을 내가 조금은 냉정한 입장에서 읽어봐도  알게모르게 김혜린 선생의 필이 많이 녹아있다. 물론 선생과 내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똑같을 수야 없지만...지금은 또다른 베르사유의 장미 동호회 카페 카페지기노릇을 하고 있기도 하다.
둥글둥글하던 여중생이 시쳇말로 김선생께 '팬레터'한 장 보낼 용기도 가지지 못했었지만 꼭 한 번 뵙고 싶다는 열망은 오랜 세월이 지나 드라마같이 이루어졌었다. 나는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차가운 겨울 날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자하랑님'자택에서 열린 모임이었을 것이다. 언감생심 꿈에 그리던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아파트 복도에서 같이 맞담배질(?)을 하는 영광까지 누렸으니 소망이 절실하면 이루어지는가보다. 그 때 고인이 되신 은산호님도 같이 계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ㅜ

지금이야 아픈 과거가 되었지만 나는 오래전 대학선배로부터 사기를 당해 그렇잖아도 가난하게 살던 주제가 그야말로 알거지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북해의 별이 재간되어 나왔을 때, 마음이야 굴뚝이었지만 도저히 살 형편이 못 되어 교보문고 가서도 멍하게 쳐다만 보았었다. 당시 이 린월드에 주책맞게도 이런 내용을 올린 적이 있었던 모양인데,  내용을 보셨던지 김혜린 선생께서 한셋트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다. 정말 벼락맞은 기분이 딱 그느낌이었다. 감사하다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만큼 고맙고 또 눈물겹게 마음이 따뜻했다. 빚에 몰려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던 그 때, 그 충격으로 깊은 병까지 들고 밑바닥을 헤매는 지경이 되었어도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 한 자락 덕이었을 것이다.

감히 선생님의 작품세계를 평한다는 것은 외람된 일이지만 내가 선생의 작품을 정말로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그 안에 '사람'이 있어서다. 선생의 작품 안에서는 '악인'조차도 단순한 감정으로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금수저'에 해당하는 인물들조차도 삶이란 것은 결코 녹록한 것이 아니다.
대하(大河)! 나는 김선생의 작품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수많은 작품 속 인물을 통하여 말하는 사람, 삶. 시간, 더 나아가서는 역사에 대해 나는 큰 공감을 보낸다. 이런 공감이 늘 '개구라'(ㅋ)라고 자평하는 내 3류 팬픽 속에서 그대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생이 언제나 강건하시기를 기원한다.

▷◁돌베개

저는 지금 김혜린 선생님의 작품(『불의 검』)을 바탕으로 한 팬 소설(Fan Fiction)을 쓰고 있습니다. A4 용지로 10장 반(21쪽)을 넘겼지요. 다 쓰고 나면 이 누리집의 '감상 게시판'에 올릴 거예요. 그래서 지크님이 만화로 팬 소설을 쓰신다는 것을 알고 '아, 나만 소설을 쓰고 있는 게 아니구나!'하는 것을 깨달아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괴롭고 힘들 때, 김 선생님의 작품 속에 나오는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을 달랬다는 것, 김 선생님의 작품이 "대하(大河)"라는 것에 100% 동감합니다. 저도 그 때문에 김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해요.

16·09·24 09:13 삭제

▷◁돌베개	아직 팬 소설을 다 쓰지 못했습니다. '단편'인데, 이렇게 쓰기 힘들 줄은 정말 몰랐네요. 지금은 소설 분량이 A4 용지로 16장 반(33쪽)을 넘겼습니다. 아무튼 다 쓰고 나면 꼭 이 누리집에 올릴 테니, 기다려 주세요. 16·11·07 02:50 삭제

▷◁돌베개	드디어 팬 소설을 다 써서 '감상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재미삼아 한번 읽어 보세요. 소설을 다 쓰고 나니 속이 후련하네요. 16·12·04 19:50 삭제

▷◁돌베개	다 쓰고 나서 세어봤더니, 소설 분량이 A4 용지로 25장(50쪽)입니다. 이걸 '단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네요. 16·12·04 19:5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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