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난 한 해 반 동안 망가질 때까지 망가졌던(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던!) 스스로를 돌아 보았습니다. 참담하고 슬픈 마음을 안고, 문득 이 게시판에 썼던 '새해 다짐'(:'지난해' 양력 1월 17일에 썼던 <새해에는..>이라는 글)이 떠올라 그걸 다시 읽었죠. 그 때는 무슨 생각을 품고 살았는지, 그리고 한 해가 다 가버린 지금, 그 다짐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거의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 읽다 보니 그때와는 다른 즐거움('아, 나도 이렇게 꿈을 품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누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다짐했던 걸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대신 두세 가지는 이루었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선 그때는 "되도록 말을 곱게 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는데요, 불행히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말"을 곱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제 마음과 감정만 내세우면서 화를 내기 일쑤였고, 당황해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온 적도 있고, 화가 치미는데도 억지로 웃으면서 거짓말(손님의 비위를 맞추고, 고참에게 아첨하는!)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퍼부었으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거죠.
이 게시판에 "제가 나름대로 꾸민 이야기"를 싣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못했어요. 그동안 '일'이 밀려 있었고 제가 속한 동호회에서 저를 들볶았으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어서 그랬다는 말은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제가 생각해봐도 그래요) 많은 분들이 "실어도 된다."라고 대답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야기의 '뼈대'만 만지작거리고 '살'을 붙이지 못하는 저를 '어찌하오리까'? 글을 싣지 못한 제 나약함과 게으름을 비난할 수밖에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공부를 더 많이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었죠. 부끄럽게도 '깨지고,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삶의 부정적인 점'을 빼고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나머지 겨우겨우 익혀두었던 지식도 많이 잊어버렸고요. 제가 바보가 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멍청해졌으니, 이 다짐도 지키지 못한 셈이죠.
"자아비판"요? 글쎄요. 스스로를 무자비하게, 극단적으로 몰아세우고, 윗대XX들이 보고 듣는 앞에서 비굴하게 깎아내린 적은 많죠. 그것들은 (자학과 참회가 다르듯이) 결코 건강한 "자아비판"이 아니었음을 털어놓는 바입니다.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더 '나빠진' "모습"만 실컷(!) 보여주고 한 해를 마감한 거죠.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야 할까요?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제가 지키거나 유지한 다짐도 있었는데 말이죠.
이를테면 "되도록 푸성귀와 과일을 먹고, 적게 먹고, 적게 마시기로 했다."는 다짐과 "즉석식품(패스트 푸드)", "술"을 멀리하겠다는 다짐은 착실하게 지켰고(덕분에 집에서 저더러 무조건 살이 찌라고 강요합니다. 전 전혀 살이 빠졌다는 걸 못 느끼겠는데도 말이죠 -_-) 지금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많이 씹어먹고 천천히 먹기로 했다."는 다짐도요.(전에는 5분, 10분 만에 먹어치우고 대충대충 씹었는데, 이제는 밥 한 숟가락을 먹을 때마다 서른 번씩 꼭꼭 씹어먹고 김치 한 조각을 먹을 때에도 천천히 씹어먹음. 한 끼를 30분 동안 먹는다)
"편지"에 대해서라면, 지난 한 해 동안 "많이" 쓰지는 못했더라도 '꾸준히'썼으니까(벗이나 동생에게) '아예' 못 지킨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비록 "단목다루와 에벤키 족장에게 쓸 편지"를 싣진 못했더라도 말이죠)
"몸과 마음의 군살을 깨끗이 빼겠습니다."라고 다짐했었는데요, 그 글을 쓸 때는 77Kg였는데, 이제는 70kg 내지는 71kg이니(저는 5kg는 더 빼고 싶은데 부모님이 말리십니다. 제가 너무 말랐다나요? 전혀 안 그런데...-_-;::) "몸"의 "군살"은 뺀 셈이죠.(이제는 더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게 문제임) 다만 "마음의 군살"(분노, 증오, 가부장적인 성격, 폭력성..)은 아직 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키웠으니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다짐을 '온전히' 지키지는 못했다고 봐야죠.(쓴웃음)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전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다짐한 것 가운데 몇 가지는 실천했으니, 조금만 더 행동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두세 가지'만' 지킬 수 있었다면, 새해에는 지키지 못한 다짐들만 골라서 다시 실천하고, 그러면서 최소한 '서너 가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죠.
묵었지만 아직도 실천해야 하는 '새해 다짐'을 다시 꺼내어 추스르며, 마음 속의 정과 망치를 들고 '현실'이라는 바위벽을 담담히 내려치려고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모자란 독자를 (쫓아내지 않고) 받아들여 주신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을 따르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__)
...새해에는 묵은 해의 죄를 갚으면서 살겠습니다. 말없이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 4335년 음력 11월 29일(음력으로 날자를 세는 저에게는 아직 '새해'가 안 왔죠)에, 아직도 새해가 왔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돌배게가 올림(참고로 저도 양띠예요)
*덧붙임 : 그때도 "눈매가 꽤 날카로와자고 험악[?]해져서 걱정됩니다."라고 썼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아침 어머니가 제게 "왜 그렇게 표정이 굳고 험악해?"라고 물어보셔서, "눈매도 그래요?"라고 여쭤보니까, "응."이라고 대답하시지 뭡니까? .. 할 말이 없었죠.(아무리 자주 실망하고 갈등했다지만) 눈매가 더 험악해지다뇨.(쓴웃음) 새해에는 표정관리도 하면서 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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