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를 조금 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절뚝 절뚝거리며,
다리가 아파 쳐다보기도 싫은 계단,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오늘 하루 동안엔 몇 번씩이나 총총총 뛰어오르고 내렸네요.
아시겠지만,
'그 일', 제가 접수했습니다.
아마도, '그 분'께는, 저, 천하의 때려죽일 역적이 될 겁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길가다 칼 맞을 각오, 뒷통수 가격을 당할 각오, 진행하다 각종 온갖 태클 당할 각오, 진행이 안되고 엎어져 나자빠지면 감당 안되어 어디론가 은신처를 찾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각오...
두렵고 무섭지만, 그런거 저런거 다 각오하고 덤벼들어 접수한 겁니다.
외부적으로는, 글쎄요... 아마, '저 인간, 무쟈게 욕심 많은 넘일세'하며 욕하실 분들, 상당히 많으실겁니다.
뒷 얘기들은 또 얼마나 많이 들릴 것이며, 각종 음해들은 또 얼마나 난무하게 돌아다닐 것인지... 안봐도 비디오, 안들어도 오디오입니다.
그러나, 부디 알아주시길.
제 마음 한 켠에, 제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욕심 있다는 거 부정하진 않겠지만,
그 욕심보다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생채기 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여러분들 나이대에...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렸을 적에...
소위 나이 든 어른이라 하는 사람들의 욕심부리는 행태덕에,
안 겪어도 될 일, 안 보아도 될 일, 안 들어도 될 일...
참 많이도 겪고, 보고, 들었습니다.
그때 입은 상처들...해를 지나면서 딱지가 덮이고 살에 묻혀 없어진 듯 하지만,
그 자욱은 여전하여,
지금도 돌아보면 가슴 한 켠이 칼로 후벼내는 듯 아프기만 합니다.
그때마다 다짐했습니다.
나는,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라 하여, 어린 사람들이라 하여,
함부로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깔보고 깔아뭉개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 마음에 힘 실어주고, 가진게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용기 북돋아주고 격려 한 마디 위로 한 마디 더 건네주면 건네줬지,
최소한 상처입히고 아프게끔 괴롭히진 않을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햇수로 2년...정확히는 1년하고도 6개월...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오로지 '그 일' 하나 하겠다고 바라보며 온갖 뒷바라지 시다바리 일 다 하며 견뎌낸 여러분들이라는 것...
그 시간 모두 함께 지내진 않았어도, 이미 경험이 있어 잘 압니다. 알구말구요.
'그 일' 자체의 잘못이나 결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의 결심과 의지가 없음이 원인이 되어 '그 일' 자체가 백지화되어 날아가버린 것을 알고 난 후에,
부끄럽게도...비겁하게도... 외면하려 했습니다.
지금 제 한 몸의 일신이 편치 못하여, 작년에 당한 일 아직도 수습못한 이 마당에...기타 등등의 이런 저런 여러가지 이유로,
안타깝지만 내 일이 아니다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눈 돌리자... 그리 마음먹었습니다.
정말 독하게 독하게...
그렇지만...
충격으로 파리해진 얼굴로, 뭐라 말로 표현못할 만큼 울컥한 심정이 가득한 얼굴로,
가방을 들고 짐을 챙겨 등을 돌려 나가버리는 모습에,
눈물번진 얼굴 떨군 채 휴지를 들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에,
어른들로부터 상처입고 혼자 울며 지내야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 후에 얼마나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고 지냈어야 했는지도 말입니다.
어이없고 미련하고 무모한 배반의 결단이었습니다.
당장, 제 몫으로 떨어지게 될 소위 몇 백, 몇 천대의 돈이 있는데,
그로 인해 제가 꾸려나가고 싶은 다른 일들은 또 얼마나 가까이 오는데,
한 번만 못 본 척 못 들은 척 눈감아버리면 그만인데,
저의 동업자이자 조력자인 '그 분'은 또 제게 얼마나 많은 힘을 실어주실 분인데...
그걸 뿌리치다니... 배신하다니...
또 나중엔 얼마나 엄한 소리 듣게 될 지 뻔한데,
그런 뒷 말, 뒷담화들, 죽도록 듣기 싫어하면서도 자처하다니...
될 지 안될지 잘 알지도 모르면서 확신도 없으면서,
어쩌면 지금, '그냥 쓰디쓴 경험 한 번 했다 치고 다음부터 조심하며 다녀라'며 여러분들 놓아주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뻔히 했으면서 이렇게 벌려버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씁쓸한 입맛이 돌 뿐입니다.
그러나,
부디, 이것만은 알아주시길.
저의 이 선택이 최고가 아닐진 모르나,
현재 저의 모든 가치관의 통합이 이루어낸 최선의 결단이요 행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정말 결말적으로 바라는건...
제 한 몸의 입신양명의 명예욕이나 재물욕 같은 것 때문이 아닙니다.
나중에,
여러분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성장하여,
제 자리에, 혹은 저와 같이 일을 벌려버리기로 작정하고 뛰어드신 분들의 자리로 올라왔을 때,
여러분들은, 여러분들보다 나이 어리고 약한 다른 여러분들에게,
여러분들의 손목이 아프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환하게 웃으며 손 내밀어 당겨주고 끌어올려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바로 그 마음, 그 욕심때문입니다.
억지로 외면하려 했던 처음의 제 모습은, 결코 옳은 게 아닙니다. 그건 틀린 것입니다.
나 하나 편하자고 모른 척, 못 본 척, 못 들은 척, 순진한 척 하며 눈 동그랗게 뜨고 '왜 어디 아파?'하는 식의 태연함은,
단순한 비겁함을 넘어서서,
다른 여러분들이, 자기보다 조금 더 강하다, 나이많다 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아버린 상처에 칼부림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그런 태연함을 가진 사람들이 되길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저도 아이를 갖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아이가, 가능한 좋은 것, 옳은 것, 밝은 것만을 보고 자라길 원합니다.
아니, 나쁜 것, 틀린 것, 어두운 것을 보게 되더라도,
저것은 나쁜 것이야, 틀린 것이야, 어두운 것이야, 이렇게 분명히 판가름하고 정의할 수 있을만큼,
그리하여 나쁜 것은 좋게, 틀린 것은 옳게, 어두운 것은 밝게 고칠 수 있을만큼 강하고 슬기롭고 바르고 아름답게 자라길 바랍니다.
아마도, 제 아이들의 앞엔, 바로 여러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제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나며, 제 아이들의 아이들을 다시 그렇게 이끌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앞에 서계셔야 할 겁니다.
그러기에 제가 여러분들의 앞에 감히 나서봅니다.
저는 위와 같은 말들을 여러분들께 꼭 할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신은 믿지 않지만,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고 또 바래봅니다.
혹여 실패하여 최악의 결과가 나올지라도...
이 마음만이라도, 노력만이라도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음...하는 것...
그리 과욕은 아니겠지요?
저도 한낱 인간인지라...
이제 겨우 나이 서른 갓 넘은 어린 인간인지라...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제 자신의 무모함에 겁이 납니다.
그러나, 제가 한 번 흔들리면 여러분들은 열번 흔들흔들거리는 것을 알기에,
제가 눈물 한 방울 흘리면 여러분들은 피눈물 열 바가지를 흘리는 것을 알기에,
저는, 겁 없는 척, 아무 것도 안 무서운 척, 앞으로 나설겁니다.
혹여 제 이런 모습 엿보이더라도, 가증스럽다 생각지는 말아주십시오.
그저, 사람이니까... 하며, 눈감아버리십시오.
본 적도 없다는 듯 그냥 잊어버리십시오.
그리고, 믿고 따라와주십시오.
뒤돌아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이 뒤에 바싹 따라와있다는 걸 느낄 때마다,
저는 한 보, 열 보, 백 보,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기실은...일만 생각하며 날 가는 것만 세다가, 저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각종 비싼 음식과 술과 음료와 선물 가득한 생일상도 감동이었고,
100명 가까이되는 사람들이 모인 생일상도 감동이었고,
단촐하지만 친구, 애인, 있을 건 다 있었던 생일상도 감동이었습니다만,
오늘을 혹여라도 놓칠세라,
오늘 자정에 몇 시간 앞서 받은,
훈제닭고기 한 접시, 팝콘 한 접시, 맥주 하나, 케잌 하나, 그리고 케잌에 딸려나온 폭죽 두개가 울려퍼졌던 조촐한 어제의 생일상이,
제겐 생애 최고의 생일상인 거 같습니다.
더더구나, 여기, 린월드에서도,
하늘 큰 활 천궁님의 특별한 공지덕에 린월드 고운 여러 님들의 넉넉한 축하의 마음까지 받으니,
오늘 미역국 한 그릇 안 먹어도 될 만큼, 세 끼 내리 굶어도 될 만큼,
왠지 내 백그라운드가 생긴 것만 같은,
두둑해지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해할 따름입니다.
지금, 무슨 꿈들 꾸십니까?
좋은 꿈 꾸고 계시죠?
한창 예쁜 나이들이시니, 좋은 꿈들만, 예쁜 꿈들만 꾸십시오.
편한 잠 이루실 수 있도록 제가 작은 보호막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대신, 나중에 여러분들이,
다른 여러분들을 위하여 지금의 저와 같은 작은 보호막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 명심하시구요. ^^ (너무 부담주지 말라구요? 후훗 ^^)
날이 많이 찹니다.
목도리, 장갑 꼭 끼시고, 옷깃 꼭꼭 여미시고,
모든 것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 오늘,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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