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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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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불의 검] 완결편을 샀습니다.

아, 이 감격, 이 기쁨, 너무 기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웃음소리(읍!).....를 억누르기 힘드옵니다(너무 기뻐서 눈물도 나옴. 흑흑흑, 엉엉엉..). 하지만 그 전에, 제가 어떻게 이 책을 얻었는지부터 말씀드리고, 그 다음 제 느낌을 털어놔야겠네요. 한번 읽어 보세요.

전 오늘 외할머니 댁에 가서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 은행에 가서 (못 움직이시는) 외할머니 대신 돈을 냈죠.

그때까지만 해도 답답했고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났더랍니다(집에서 자꾸 '취직 어떻게 할래?'라는 압력을 넣고 있었고, 학교 성적이랑 제 졸업논문 때문에, 그리고 제 지인知人이 '현실이 답답해 죽겠다'고 털어놓는 편지를 자꾸 보내왔기 때문에 숨막히기 일보직전이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집에서 '(교보문고로 갈 테면) 취직과 관련된 책을 사 오라'고 했던 말이랑, 제가 원래는 김혜린 선생님의 [불의 검] 12권을 사려고 나왔다는 게 기억나더라고요. 광화문까지 갔다 오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지하철을 탔죠.

문제는 교보문고에 온 다음에 매장을 아무리 꼼꼼히 훑어봐도 그 만화를 찾을 수 없었다는 거예요(끙....!). 결국 참다 못해 직원한테 책 이름을 대고 그게 어디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19번 코너로 가보세요."라고 대답해 주대요. 고맙다고 하고 그쪽으로 갔죠.

그런데 그곳을 아무리 살펴봐도 책이 없는 거예요. 다시 다른 직원한테 책 이름을 대고 그 책이 있는 위치를 물어봤더니, 다른 코너로 가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그쪽으로 갔죠.

'순정만화' 가 꽃힌 책장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그 책장 옆에 있는 다른 책장을 봤어요. 그 책장의 밑부분에 제가 찾던 책이 쌓여있지 뭡니까. 순간, 너무 기뻐서 아무 말도 못 했죠(에헤라디야~!!! 으하하하하하!). 싱글벙글 웃으면서 한 권을 집어들었어요. '아, 드디어 말로만 듣던 - 그리고 8~9년 동안 기다리던 [불의 검] 마지막권을 사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4천원이라는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죠(그래도 제가 '교보문고' 회원이라서 카드를 활용했어요. 마침 카드에 1천원이 들어있어서 그걸 내고 3천원만 현찰로 냈거든요).

전 ([불의 검] 때문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면서, 이번에는 취직과 관련된 책을 찾았어요(미리 돈을 뽑아서 가져왔음). 마침 [3주만에 취업코드를 맞춰라!](삼양미디어 펴냄)라는 책이 있길래 그걸 골랐죠. 그것도 돈을 냈는데, 내가 [불의 검]을 산 뒤 남은 돈을 다 내니까(1만 2천원) 살 수 있더라고요. 그래도 좋았죠. [불의 검]을 손에 넣으니까, 온 누리가 다 제 것 같았어요(이해하세요?).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의 검] 12권을 읽으면서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거든요.

한편으로는 오늘 이때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놓지 않은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또 아무르가 마침내 카르마키/화족과 싸워 이기고 행복을 되찾았듯이, 저도 - 비록 지금은 많은 문제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 노력하면 제 앞에 놓인 문제점들을 뛰어넘고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집을 떠날 때 품고 있던 답답한 기분은 깨끗이 사라지고, 눈이 저절로 빛나고[그동안은 썩은 생선 눈이었음], 없던 힘이 생겨나고, 저절로 씩씩해지고, 웃음이 돌아오는 거 있죠? 4년 전, 춘천을 처음 떠날 때처럼 '그래,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자!'는 생각이 든 거예요. [불의 검]이 잊고 있었던 제 꿈을 되살렸고, 그 꿈이 제 기를 살린 거죠. 새해에는 열심히 노력해서 어떻게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던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합니다.

선생님, 좋은 작품으로 제 의지를 북돋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독립의지를 다지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돌베개

*덧붙임 : 단목다루를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직 살아있어 주었구나, 그리고 새 땅에서 잘 살고 있구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구나...그렇게 생각하니까 고맙고 반가워서 울고 싶었더랍니다.

(사족인데, 산마로와 에벤키 족장의 관계는 - 비록 잠시 동안만 그랬지만 - 산마로와 수하이의 대립과도 비슷해요. 그렇지만 전자가 후자보다는 오래가지 않았고 곧 둘은 화해할 수 있었죠. 산마로와 단목다루와의 관계는 - 양아버지와 양아들이라는 점에서 - 온구트와 수하이와 비슷하지만, 전자는 후자와는 달리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고요.

그래요, 삶은 '절망'을 갖다 주지만, 어떤 사람들은 - 조금 시간이 걸리고 쓰라릴지언정 - 그 절망도 받아들여서 녹인 다음 '희망'으로 바꾸죠. '절망'과 겉모습만 같을 뿐이지 속알맹이는 전혀 다른 '희망'으로요...전 그래서 인간이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카니오

[2004/12/30]

흠. 천기누설이 좀 지나치네요.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도 생각하셔야죠~ ;;; 애장판 기다리려다 충동구매해서 방금 읽게 된 게 천만다행~ 이글 먼저 읽었다면 좀 슬펐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