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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천무 』의 남주인공 ‘유진하(자하랑)’에 대한 짧은 생각
 돌베개  | 2023·05·07 22:44 | HIT : 68 | VOTE : 1 |
약속 대로라면, 원래는 만화 『 인월(引月) 』 의 연재분을 다룬 감상문을 먼저 써서 올려야 하나, 부끄럽게도 아직 그 글을 다 쓰지 못했고, 열 해 전부터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더 이상 썩힐 수 없어 우선 이 글부터 써서 올린다(부디 김혜린 선생님과, 이 누리집[‘사이트’/‘홈페이지’]의 회원 여러분이 이런 나를 용서해 주시기를 빈다).

나는 열 두 해 전인가 열 세 해 전에, 어느 잡지에서 “순정 만화에 나오는 남성들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성들이다.”하고 주장하는 글을 읽었다(누가 쓴 글인지는 잊어버렸다).

나는 그 글의 내용을 곱씹었고, 내가 열 한 살 때부터 혼자서 역사책을 읽으면서 갈마(‘역사[歷史]’ 를 일컫는, 순수한 한국어 낱말이자 옛 한국어 낱말)를 배운 사람이자,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역사학(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곧 그 글을 김혜린 선생님의 역사만화이자 무협물이자 순정만화인 『 비천무(飛天舞) 』 의 남주인공인 ‘유진하(다른 이름 “자하랑”)’에게 그 글이 설명한 ‘법칙’을 써먹었다.

그러니까, 나는

“만약 순정만화에 나오는 남성들이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성들’이라면,

- 실제 갈마와 현실에 존재하는 이른바 ‘중화권(中華圈)’의 ‘한족(漢族)’들은 북중국 출신 ‘한족’이자, 대만 시민이었던 ‘보양(柏楊.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는 <백양>)’ 선생의 지적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이 일이 내게 이익이냐, 손해냐?>만 따지는 족속’이고,

요즘은 제하(諸夏 : 수도 북경[北京]. 이 이름은 정사[正史] 『 삼국지 』 를 쓴, 서기 3세기에 살았던 서진[ 西晉 ]의 관리 ‘진수’가 이른바 ‘중국’을 가리킬 때 썼던 이름이고, 신해혁명이 성공한 뒤, ‘한족’의 새로운 나라 이름으로 ‘위대한 하[夏]나라’라는 뜻을 지닌 ‘대하[大夏]’를 쓰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있으며, 중화사상을 드러내는 이름이고 ‘세상의 중심인 나라’라는 뜻도 지닌 ‘중국[中國]’과는 달리, 그냥 ‘한족’의 첫 번째 고대국가인 ‘하[夏]나라에서 비롯된 모든/여러 나라들’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므로, 나는 이 이름을 ‘중국’ 대신 쓰자고 제안한다)의 ‘한족’들이

중화사상과 ‘한족’ 중심주의와 국수주의를 바탕으로 정음(‘한글’을 일컫는 – 그리고 남북과 코리아[Corea]계 민족들이 모두 쓸 수 있는 - 또 다른 공식 명칭. ‘훈민정음’을 줄인 말이다)이나 김치처럼 엄연히 한국과 조선 공화국(수도 평양)의 문화인 문화들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나아가 비엣남(Vietnam. 나는 다른 나라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베트남’ 대신 더 정확한 발음인 ‘비엣남’으로 표기한다)의 전통 복장까지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서양 문화와 문명이 고대 이집트나 페니키아나 바빌로니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서양 문화와 문명의 뿌리는 ‘중국(제하)’에서 비롯되었다고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할 정도로 탐욕스럽고 뻔뻔하므로 -

『 비천무 』 에 나오는 유진하도 ‘현실 세계에는 없는 한족 남성’인 걸까?

왜냐하면 그는 ‘다른 나라 사람’이자 ‘오랑캐’인 고리(高麗)의 아이 ‘아신’을 구해주었고, 유배지를 뒤엎고 달아날 때 그와 그의 여동생인 ‘아리수’를 함께 데리고 나왔으며, 아신이 망향단을 만들어 안남(비엣남) 사람이나 서역(중앙아시아) 사람들을 비롯해, ‘한족’이 아닌 여러 민족들을 데려와 마을 안에 안착하게 해 줄 때 그 일을 도와주었고(만화 속에도 나오는 사실이지만, 유진하가 어른이 된 아신과 이야기를 나눌 때, 아신에게 망향단에서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안남인 집안에게 돈을 주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한족’ 군벌인 진우량이 망향단을 짓밟고 없애 버렸을 때는 머리끝까지 분노하며 복수를 다짐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아신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며, 나중에 아리수를 다시 만났을 때에는 자신이 아신을 ‘친우(親友. 친한 벗)’로서 존경한다는 말까지 하고, 죽기 전에는 주원장에게 망향단을 다시 세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을 자신이 명나라 군사를 위해 몽골제국의 원나라와 싸우는 조건들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화사상과 ‘한족’ 중심주의를 받드는 현실 세계의 ‘한족’이라면 하기 힘든 일이다.

실제 갈마라면 남송(南宋)의 유민이자 ‘한족’인 – 그리고 그 때문에 원나라에 맞서는 봉기에 뛰어들어 군인이 된 - 남성이라면 원나라에 대한 증오로, 그리고 (비록 전쟁에서 져서 항복한 뒤 속국이 되어서 그랬다지만) 몽골제국과 원나라를 따르던 고리(高麗)에 대한 분노로 (고리 사람들을 비롯한) ‘한족’이 아닌 ‘오랑캐’들에게는 무자비했을 테니까.

그러므로, 나는 유진하 대협(大俠)을 ‘백성의 아픔을 아는 사람’으로, ‘약자를 존중하는 훌륭한 무사’로, ‘지위나 벼슬이나 재물이나 명성에 집착하지 않는, 그리고 오만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여기고 존경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한족(漢族) 남성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어. 지난 갈마를 통틀어 보아도 찾기 힘들고.’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하다.”

고 판단한 것이다.

뭐, 그래도, 그런 ‘한족 남성’이 만화 속에서라도 있는 편이 현실세계에서도, 허구의 세계에서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고, (아직은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지만) 만약 제하(북경)가 혁명을 통해서건 투쟁을 통해서건 지금의 정부가 아니라 더 자유롭고 더 민주주의를 보장하며 더 바람직한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면, 그땐 5.4 운동과 천안문(天安門) 항쟁과 (민주화를 위한) 홍콩의 투쟁이 이루어내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테니, 그렇다면 그땐 현실 세계에서도 유진하 같은 ‘한족’ 남성들이 나타날 ‘무대’가 마련되지 않을까? 나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제하 ‘한족’ 인민들이 하는 짓이 실망스럽지만) 희망을 완전히 버리려고는 하지 않는 것이고.

부디 이런 내 생각이 헛된 것은 아니기를 빈다. “이것으로 내 말을 마친다.”

- 음력 3월 18일에, 김혜린 선생님의 제자/독자이자, 만화 『 비천무 』 를 좋아하는 사람인 돌베개가 몇 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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