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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 7월호] 김영준 감독, 변희성 촬영감독 인터뷰
 thewolfstar  | 2001·03·07 23:54 | HIT : 446 | VOTE : 43 |
게시일시: 2000/07/13 오전 1:21
게시자: thewolfstar
제목: KINO 7월호

Dossier2 비천무

전설적인 만화작가 김혜린의 무협활극 만화의 영화화. 한이 쌓인 비천검술
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배어가는 고독한 검사 자하랑의 파란만장한 사랑
과 죽음을 홍콩 SFX 액션팀과 엮어나간 김영준 감독의 데뷔작에 관한 인터
뷰. 그리고 이어지는 변희성 촬영감독과의 인터뷰.

元末劒舞悲戀歌
옛날 옛적 검무 엘레지
▶Interview 김영준·변희성 l Text 김용언

순수하게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무술과 현실 속에서는 도저히 가능할 것 같
지 않은 슬픈 사랑을 그리는 김혜린의 스테디셀러 순정무협만화 『비천무』
가 스크린을 통해 우리를 찾아온다. 21세기의 첫 여름에 바라보는 14세기
의 중국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인물들의 부활은 그 얼마나 새로운 이미
지일 것인가? 이름 모를 무사와 무녀의 정한을 그 누가 가끔 기억해 줄까,
하면서 만화 『비천무』는 끝을 맺지만 영화 <비천무>의 시작은 지금부터
다. 2000년 여름에 만나게 될 유일한 한국‘블록버스터’이자 무협 장르의
부활을 예고하는 첫 신호탄과의 조우.

때는 1343년 봄, 원나라 하북성 산매현의 조그만 움막에 떠돌이 소년이 스
며든다. 한때 ‘호북유가’라는 파를 이룰 정도로 명성을 떨쳤던 고려인의
아들 진하(신현준 분)에게 세상은 너무나 춥고 아프다. 몽고인 장군의 서
녀 설리(김희선 분)는 그에게 처음으로 따스한 희망을 품게 해준 존재다.
그러나 설리의 아버지 타루가 장군(김학철 분) 때문에 둘은 강제로 이별해
야만 하고, 진하는 호북유가의 전설적인 권법인 비천신기를 연마하며 설리
와의 재회를 기다린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한족 귀족인 남궁
준광(정진영 분)은 진하와의 우정과 설리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미련 없이
사랑을 택한다. 까마득한 절망과 분노에 치를 떨던 진하는 10여 년이 흐른
어느날, 자하랑이라는 자객이 되어 반원 세력의 척결에 앞장선다. 이것은
진하 자신과 설리, 준광, 설리의 아들 성(방협 분)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
는 비극의 시작이었다.이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경우이다. 우리의 중학교
나 고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이나 중학교 변태(!)들과 마사루 군으로 대표
되는 근래의 일본 만화들이 쏟아들어오기 이전에 우리는 한국 만화의 고전
걸작들의 탐독에 전심전력을 다했었다. 그 중에서도 김혜린의 『비천무』
는 섬세한 역사 고증과 캐릭터들의 강렬한 개성, 이미 예정되어 있기 때문
에 더욱 가슴이 아팠던 비극적인 결말 등으로 단연코 몇 손가락 안에 꼽히
는 걸작이었다. 진하와 설리는 애절한 사랑의 대명사처럼 불리웠으며 순정
만화에 있어 김혜린의 이름은 절대적인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만, 이것은 우리의 상상 속의 이미지이다. 우리는 『비천무』의
배경인 14세기의 원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더군다나 진하
와 설리는 그 낯선 공간에 위치한 비실존적인 인물들이다(이건 거의 SF적이
기까지 하다).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과 프레임 사이
의 비어있는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총체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직접적으로 눈
에 보이는 영상으로 되살려내는‘영화’버전은 어떨까? 중국 현지 올로케에
서 보여지는 새로운 공간들과 홍콩 무술팀을 동원한 액션 장면들, 김희선
과 신현준이라는 지극히 익숙한 이미지에서 빚어내게 될 진하와 설리라는
캐릭터들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감상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 우리
는 영화 <비천무>로 데뷔하는 김영준 감독과 촬영을 맡았던 변희성 촬영감
독에게 궁금했던 부분들을 질문하였다.

당신은 만화를 좋아합니까?
김영준 : 만화 골수팬은 아닌데, 영화를 하다보니 사진이나 만화 같은 시각
적인 세계에 자꾸 끌린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은 액션이 가미
되면서도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되어있는 만화다.

『비천무』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김영준 : 많은 사람들이 최고라고 꼽는 진하와 설리 사이의 사랑도 물론 중
요한 포인트지만 준광이나 라이, 창룡 같은 인물들이 주인공과 관계를 맺으
면서 갈등하고 화해하는 부분들이 참 좋았다. 이런 식의 무협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새롭다는 생각을 했다.
변희성 : 영화적인 느낌보다는 대하소설이나 서사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
다. 100분 정도로 러닝타임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그 시
간 안에 이 작품을 다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원작의 그 방대함과 섬세한 느낌이 잘 살아날지 불안했다.

당신이 먼저 『비천무』를 택했나요? 혹은 이미 『비천무』 프로젝트가 결
정된 상태에서 당신이 선택되었던 건가요?
김영준 : 예전부터 무협이나 액션 장르 쪽에 관심이 많았고 또 그런 영화
를 직접 만드는 게 꿈이기도 했다. 남들보다 좀 더 잘할 자신이 있고 내 체
질에도 맞는 것 같다. 움직임이 많은 역동적인 표현들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인간의 신체적 표현을 어떻게 카메라로 담아낼 수 있을까에 늘 관심
을 갖고 있었다. 또 액션 장르 중에서도 무협 영화는 한국 관객들에겐 생소
한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해서 욕심이 났다. 게다가 한국영화에서 맨몸 격
투나 총기 액션은 꽤 등장했지만 칼이 나온 적은 거의 없지 않은가? 칼은
액션의 도구로 표현하기 힘든 소재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
이 늘 있었다. 무협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볼까 생각하던 차에 아는 사람이
『비천무』가 나한테 잘 맞을 거라고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그게 97년 쯤
이었는데, 전권을 읽고 난 그 다음 날 바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웃
음). 그러다 태원 측에서 내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화 의사를 밝혔다.

이 작품이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
하세요?
김영준 : 『비천무』 팬사이트가 있을 정도로 골수팬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
큼 원작 텍스트의 풍부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얼굴 표정 하나라든가 사소한 상황 하나만으로도 기가
막히게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남자들 간의 우정이나 충성 같은 감정도 오
히려 남자 작가들의 작품보다 훨씬 잘 그려져 있다. 그래서 남녀 독자 모두
가 이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 『비천무』를 데뷔작으로 결정하고 나서
김혜린 작가의 색깔이 궁금해져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었다. 『비천
무』와 마찬가지로 역사물 쪽에 강하고 삶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한 것 같았
다. 본인을 실제로 만나보아도 진하 같은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라 굉장
히 끌린다(웃음).

이 작품이 영화화하기에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습니까?
김영준 :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역사와 전쟁을
다루는 스케일 쪽이다. 이건 한국 이야기가 아니라 원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게다가 주인공은 한족이고 원나라 때의 실존 인물인 장사성, 진
우량, 주원장 같은 유명한 장군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다루는 것
은 국내 여건상 도저히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그 단점을 어떤 식으로 보완하겠다고 계획했습니까? 혹은 이 만화를 영화화
함으로써 둘 사이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어디에 방점을 찍으셨습니까?
김영준 :『비천무』 자체가 무협만화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원작 작가에게
액션 표현을 왜 더 시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런 무
술 동작이 자기한테는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원작이 주는‘운명
에 갇힌 사람들의 끈끈한 이야기’라는 느낌 속에 영화적으로 보여줄 수 있
는 무협적인 액션이 들어가면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
이 들었다.

원작을 영화화할 때 염두에 두었던 관객은 어떤 층이었습니까? 원작을 읽
었던 독자들입니까, 아니면 내용을 모르는 관객입니까?
김영준 : 러닝 타임 때문에 축약을 많이 해야 했지만, 원작의 느낌을 저버
리고 싶지는 않았다. 또한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사실 원작의 골수팬들에게는 욕먹을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능력 부족이나 물리적 여건
때문에 그게 전달이 되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연령층은
그렇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비천무>에서는 대단히 하드한 액션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주
인공 두 사람 사이의 애정 표현에 대해서는 금욕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웃
음).
김영준 : 솔직히 말해서 첫째 이유로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웃음). 시
나리오 작업할 때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는데, 이 작품 자체가 섹스신과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여진이 나오는 부분에
서 조금 시도해보긴 했는데, 나중에 편집할 때 자르고 말았다.

만화의 프레임 상으로는 공간적 배경이라든가 액션의 동선 같은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그것을 영화적으로 새로 구성해내야 했는데요, 먼저 공
간을 구성할 때의 원칙을 듣고 싶습니다.
김영준 : 중국에 갈 때 굉장히 기대를 했는데 막상 가고 나니까 실망스러
운 점이 많았다. 로케이션 장소 중에는 한국보다도 못한 데가 많았고, 또
생각 외로 개발이 너무 많이 되어서(웃음), 14세기를 재현할 만한 곳이 부
족했다. 실제로 상하이에서 18시간씩 내려가서 촬영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해외 로케할 때 그 나라의 특징적인 배경을 꼭 찍어와야 한다는 강박관념
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의 큰 흐름이나 인물을 놓치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어차피 이 작품이 중국의 광활한 자원을 보여주는 영
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간을 구성할 때 이것이 정말 ‘중국’처럼 보이기를 의도했나요? 아니면
14세기의 원나라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시공간이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
운 상상력을 활용하여 ‘다른 공간’을 구성했나요?
김영준 : 사실 원나라는 100년도 채 안되게 집권했기 때문에 특별한 문명
이 없었다. 중국 사람들도 그 시대를 배경으로 영화 찍을 때는 소품이나 공
간에 관한 고증을 거의 무시한다고 들었다. 나도 이게 어차피 정통 역사물
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의상과 공간, 소품 모두 전통을 따라가기보다는 원
작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쪽으로 역점을 두어 변형하고 재창조한 경
우가 대부분이다.
변희성 : 시대적인 재현은 필요했지만 고증이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
았다. 역사물이라기보다는 액션과 멜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니까. 또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자세한 시대를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넓은 대
지와 웅장한 건물을 배경으로 활극이 벌어지는구나, 색다른 분위기다 라고
만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 낯선 공간을 최대로 이용해서 멋진 스펙터클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변희성 : 타루가나 남궁의 집은 청명상하도 세트장에서 찍었는데, 그 세트
장 전체를 잡으면 뒤에 현대물 세트가 보여서 그렇게 크게 잡기가 어려웠
다. 아마 집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답답한 느낌이 조금 들 것이다. 그래서
넓은 화면을 잡으려면 야경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점이 좀 아쉽다.

『비천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를 꼽는다면 어딘가요?
김영준 : 아무래도 청명상하도 세트장이다. 경복궁의 3배 정도 되는 크기
에, 모든 건물들이 일대 일 실물 사이즈로 제작된 곳이다. 영화를 찍기에
는 정말 좋은 장소다.

중국 로케이션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까 말한 대로 원나라는 어차
피 고증이 힘든 시대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영준 : 한국을 배경으로 찍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상상한 장면 중에서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철기십조가 지붕을 뛰는 장면은 우리 나
라 건물에서는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건물들이 너무 낮기도 하고 여러
채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다. 혹시 시대적 배경을 고려로 바꾸기라
도 한다면 역사적인 문제들이 걸려 너무 복잡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중국 로케이션을 하기로 했다.

멜로 부분을 찍을 때와 액션 장면을 찍을 때 각각 다른 느낌으로 촬영되었
던 것 같습니다. 때로 그 점에서 두 편의 영화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한
국 촬영팀과 홍콩 촬영팀 사이에서 어떤 원칙을 가졌습니까?
김영준 : 액션은 빠르고 역동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와이드 렌즈를 많이 썼
다. 그렇게 되면 인물의 속도가 매우 스피디해 보이고 화면이 매우 넓어보
이는 장점이 있다. 반면 드라마 부분은 대부분 망원 렌즈를 썼다. 망원 렌
즈는 같은 앵글을 찍더라도 화면이 좁아지고 배경이 날아가는 느낌이 들
어 인물이 최대한 부각이 되기 때문이다.
변희성 : 시대적 배경을 색으로 재현해 보려고 했다. 홍콩 무협 영화에서처
럼 푸른색을 쓰기보다는 인물의 스킨톤을 고동색 계열에 가깝게 해서 옛날
분위기를 표현했다. 중국 대륙의 느낌은 대부분 붉은 색이나 황토색이기 때
문에 코랄 필터를 사용했고, 인물의 캘빈은 보통 쓰는 3200이 아니라 2900
으로 떨어뜨려서 인물과 배경에 같은 색이 묻도록 시도했다. 일종의 모노크
롬의 느낌이다. 중국 무술팀이 촬영할 때도 나이트 신은 캘빈 4500을 안 넘
기게, 또 데이 신은 2900으로 가자고 주문했었다. 그렇게 되면 전체 분위기
에 무게가 실리고 진중한 느낌이 든다.

그런 면에서 참고했던 영화가 있었습니까?
변희성 : 예전에 보았던 장 이모우의 <붉은 수수밭>이나 <국두>, 우리나라
에서 얼마 전에 개봉한 버전이 아닌 <징기스칸>, 또 <브레이브 하트>와 <대
부 3>의 색깔도 참조했다. 촬영에 급하게 투입이 되어 사전준비나 테스트
없이 시작한 게 아쉬웠지만 결과는 비교적 잘 나온 것 같아 기쁘다. 조명기
사도 중국인이 해서 처음엔 걱정했는데 수십 년 동안 해 온 베테랑이라 호
흡이 잘 맞아서 다행스러웠다.

원작 『비천무』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장편입니다. 이
것을 한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어떤 기준을 두고 취사 선택을 했나요?
김영준 : 기준을 두고 작업하지는 않았다. 단지 자세하게 다루기 힘든 역사
나 그 쪽의 문화는 처음부터 최대한 배제하기로 했다. 또한 원작을 읽으면
서 내게 와 닿았던 부분들을 되도록 살리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 이럴 때
는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거의 3시간 분량이었던 초고
에서도 많은 부분들을 들어냈다. 어린 시절 부분이 제일 많이 잘렸고, 진하
가 자객이 되어 청부업 하는 부분, 또 사준과 여진의 로맨스 부분도 삭제했
다.

하지만 주인공들에게 이 사랑이 중요한 것은 순수한 어린 시절을 함께 했다
는 것, 또는 가장 소중한 첫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일 텐데요. 그게 삭제가
되면 사람들이 앞뒤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김영준 : 첫 편집 때 어린 시절을 거의 다 뺏다가 모니터하는 사람들이 설
리와 진하가 어떻게 사랑하게 된 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그러길래 아차 싶었
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신현준과 김희선이 보고 싶은 것이지 꼬마들
을 보러온 게 아니다 라는 항의도 하고(웃음). 감정선상으로는 어린 시절
부분을 강조한 다음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포인트만
빨리 잡고 본론으로 진행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엔딩 장면도 처음
엔 에필로그가 있었는데 편집에서 들어냈다. 설리와 진하가 죽고 난 후, 남
궁성과 아리수, 창룡과 라이가 함께 동쪽으로 떠나는 장면이 있었다. 개인
적으로는 각기 다른 민족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동쪽으로 떠남으로써 화해한
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는데, 빠지게 되어 개인적으로 무척 안타깝다. 이건
대중적인 영화니까, 관객들의 생각에 많이 따라줘야 한다고 이해했다.

원작에서 빠진 부분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독백이 아닐까 싶습니
다. 만화 속에서의 독백들은 인물이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독자에
게 알려주는 ‘감정선의 흐름’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그 독
백 부분을 택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일까요?
김영준 : 겉과 속이 다른 감정을 영화적으로 표현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
다. 원작의 대사들을 자막으로 깔거나 내레이션 처리할 수도 없고…. 그 부
분은 연기자들에게 맡겨야만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감정과 느낌들을 요구하
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촬영장에서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배우들
과 꼭 대화를 하려고 한 게 그 이유 때문이다.

『비천무』는 액션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드라마 중심입니다. 게다가 장편이
다 보니 그 흐름이 대단히 천천히 가는 편이라서 긴 호흡으로 읽어내야 합
니다. 영화는 드라마의 흐름을 스피디하게 가는 대신 액션 쪽에 중점을 두
었던 것 같은데요. 그 둘 사이를 어떻게 조율했습니까?
김영준 : 그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멜로와 액션을 5대 5 비
율로 두고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욕심을 가졌다. 원작에서 내가
받은 느낌은 반드시 그 둘이 균등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관객들
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배우들을 선택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먼저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설리라
는 역할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졌었나요?
김영준 : 나는 그녀가 운명 때문에 어쩔 수없이 선택을 계속해야 하는 인물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사랑의 약속을 끝까지 잊지 않는 굳은 신념이
있고 자기 주장이 강한, 일종의 신세대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원작과 영화 속의 설리의 느낌이 다른 것도 그 때문일까요? 영화
속의 그녀는 원작에서보다 훨씬 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 쪽에 가까워 보입
니다.
김영준 : 그렇다. 액션 부분은 진하가 영화적으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진하는 일반 무협영화의 경우와 달리 처음부터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강력
한 무공을 가진 인물이다. 그 부분이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에 설리까지 무
술을 많이 쓰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설리에 가장 적합한 이미지로 처음에 떠올렸던 배우들은 누구누구였습니
까?
김영준 : 한 명도 없었다. 만일 소설이었다면 작업이 훨씬 쉬웠을 거 같은
데, 일단 인물이 형상화되어 있는 만화다 보니까 어울리는 사람을 떠올리기
가 너무 힘들었다. 사실은 설리가 제일 마지막에 캐스팅된 인물이다.

그렇다면 김희선 씨를 택하게 된 이유는 어떤 것입니까?
김영준 : 희선 씨의 마스크는 여러 가지 다양한 캐릭터가 가능하다. 굉장
히 청순해 보이기도 하고 독해 보이기도 하고, 또 신세대적인 이미지가 강
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설리와 잘 맞을 것 같았다.

진하 역을 맡은 신현준 씨의 이미지는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과 흡사한
분위기입니다. 애초에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캐스팅했습니까?
김영준 : 원작을 읽자마자 진하 역을 할 사람은 신현준 씨밖에 없다고 생각
했다(웃음). <은행나무 침대>의 분위기 뿐 아니라 외모 자체가 원작의 그림
과 많이 비슷하다. 현준 씨 본인도 무협을 참 하고 싶어했고. 현준 씨가 <
장군의 아들>을 찍기 전에 단편 영화 두 개를 같이 작업한 적이 있어서 개
인적인 친분 때문에도 캐스팅하기가 쉬웠다.

준광 역을 맡은 정진영 씨는 어떻습니까? 원작 속에서의 준광은 진하의 또
다른 얼터 에고처럼, 그러니까 지금의 정반대 위치에서의 진하처럼 보여집
니다. 그 배우에게서 준광의 어떤 면을 발견했습니까?
김영준 : 자신의 한순간의 실수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설리를 끝까
지 사랑하는 면 때문에 준광이 원작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
다. 망나니 같으면서도 따뜻한, 나는 정진영 씨의 이전작들에서 바로 그런
인간적인 이미지를 발견했다.

액션 부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처음 오프닝 시퀀스가, 영화
의 나머지 부분에서처럼 순차적 배열이 아니라 영화 중간에 도입되어야 할
‘자하랑의 살기에 가득한 싸움 장면’으로 시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영준 : 시간적인 순서로는 그 장면이, 진하가 허청도에게서 설리가 죽었
다는 말을 듣고 출정하여 다 죽여버리는 그 전투장면이다. 그 장면을 처음
에 쓴 이유는, 주인공의 정체를 관객들에게 빨리 설명해주고 작품의 분위기
를 전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화의 프레임 상에 생략된 액션의 동선들은 새롭게 재구성하는 원칙은 어
떤 것이었습니까?
김영준 : 무협 영화를 많이 보았지만 『비천무』처럼 애절한 사랑이 느껴지
는 그런 작품은 별로 없다. <백발마녀전> 정도? 그런 분위기 안에 무협적
인 강력한 액션을 가미하면 좀더 새로운 느낌을 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무협도 아니고 멜로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될지언정 시도해보고 싶은 욕
심이 있었다. 액션을 어설프게 보여주기는 싫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가지
고 간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진하를 고려인으로 설정했으니까 일반 무협
영화에 나오는 것과는 다른 액션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중국의 무술은 대
단히 화려하고 과장되고 아크로바틱한 느낌이다. 또한 양날검을 많이 쓰며
찌르기 동작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본의 무술은 굉장히 정적이며 순간적으
로 상대방을 베어버리는 날카로운 이미지다. 진하가 써야 하는 한국의 권법
은 그 중간적인 형태라 빠르고 강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다. 또한 한국에
서 주로 쓰는 한날검은 양날검보다 공기저항을 안 받아서 일본도처럼 빠르
고 베기 동작에 유리하다. 그리고 진하의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전에
관한 미학을 많이 생각했다. 검으로 사람을 베는 그 순간은 총을 맞은 듯
한 느낌의 강력함을 표현하려 했다. 절단 자체도 그냥 절단이 아니라 한번
터지고 나서 절단되는 그런 느낌을 원했다. 결과가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
지만 그래도 내가 상상했던 만큼의 느낌이 나와주어 기분이 좋다. 가끔 그
런 생각도 들기는 한다. 만일 내가 아니라 여성 감독이 찍었다면 어떤 영화
가 나왔을까? 나처럼 액션 쪽을 강조하지 않은 <비천무>는 어떤 분위기일
까?

각각의 액션 씬에 방점을 찍는 부분들이 있었다면 그 변별점은 어떤 것들이
었습니까?
김영준 : 『비천무』에 등장하는 인물의 민족적 특성에 따라 액션을 달리
구성했다. 진하는 날카롭고 빠른 회전의 느낌, 준광은 찌르기 동작이 많고
유연한 느낌의 중국 정통 무술, 아신은 태권도와 합기도, 곽정은 권법, 라
이 같은 경우는 몽고 씨름을 생각했다. 칼로 찌르고 싸우다가 붙잡아서 던
져버리고 잡아서 꺾는 느낌 말이다.

액션 신이 두 개로 나누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대 일 싸움에서는 굉
장히 강한 감정 중심이고 일대 다수의 싸움은 화려한 움직임이 주로 강조된
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영준 : 맞는 말이다. 일대 일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둘 사이의 긴장
감 표현이었다. 변희성 일대 일로 싸울 때 주로 클로즈업으로 감정 컷을 사
용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와이드 렌즈를 써서 액션을 넓게 담아내려 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중국 산하를 보여주다가 강가에서 급강하하여 부감으
로 신현준과 철기십조의 전투 장면을 보여주는 촬영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변희성 : 산 부분은 헬기에서 찍었고, 강으로 쭉 내려가는 것은 매의 느낌
을 요구했다. 그 부분은 중국팀이 크레인에 매달려서 쓱 내려오면서 찍었
다. 홍콩 쪽에서는 무술 팀들이 무술 장면을 직접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
다. 그런 전문적인 시스템이 부러웠다.

액션 신에서의 카메라의 구도는 사선이나 부감 등의 불안정한 구도입니다.
변희성 : 칼의 움직임과 액션을 잘 살리기 위해서 와이드 렌즈를 써서 핸
드 헬드로 많이 찍었다. 역동적인 느낌이니까 편안한 구도보다는 그 쪽이
어울릴 것 같았다.

진하가 절벽에서 떨어져 물 속으로 빠지는 부분의 수중 촬영은 어떻습니
까?
변희성 : 그 장면은 올림픽 수영장에서 찍은 다음에 CG로 배경을 입혔다.
그냥 물에서 찍으면 라이팅 통제가 안되고 입자 때문에 난반사가 되어 빛
이 다 퍼져버려 푸른색이 잘 안 난다. 그래서 물에 파란 물감을 탄다. 우
리 나라에 전문적인 풀장 세트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
로 온갖 장치를 하고 난 후에도 빛을 일정 위치에서 줄 수밖에 없으니 카메
라도 고정되고, 연기자들이 움직이기가 불편해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철기십조가 지붕을 타고 가는 부분에서 카
메라의 움직임은 어떠했습니까?
변희성 : 30미터 높이의 크레인이 있으면 거기에 세 명 정도가 매달려 움직
일 수가 있다. 배우들에게 묶인 피아노 줄을 5∼10명 정도가 붙잡고 동작
조절을 해준다. 카메라는 고정된 위치에서 그 달리는 모습을 찍었다.
김영준 : 듣기에는 굉장히 간단하게 들릴지 몰라도 크레인을 설치하는 각
도 같은 건 홍콩 무술 팀이 아니면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와이어 액션이 언급되는군요. 이것은 홍콩 무협 영화에서 처음 시작되었던
기법인데, 이것을 주로 어떤 식으로 사용했습니까?
김영준 : 기본적으로 홍콩 영화에 나오는 와이어 액션들은 하늘?날아다니
고 높이 도약하는 부분에 사용된다. 나는 그런 과장된 느낌들이 이 영화와
는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홍콩 팀들이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해
사인이 잘 안 맞아서 스턴트맨이 다친 경우도 있다. 그 이후로는 호흡이
잘 맞게 되었지만….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장면을 표현하기 힘들 것
같아 포기하려고 해도 무술 감독이 연구해서 그대로 실현시켜 주었다. 간단
한 원리의 액션이지만 정말 좋은 효과를 낸다. 아까 말했던 지붕을 달리는
장면은 아주 옛날부터 꼭 찍고 싶은 장면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해보았다
(웃음). 와이어 액션은 그렇게 힘든 장면 말고도 아주 간단한 장면에서도
많이 쓰였다. 연기자가 공중에서 회전하는 장면뿐 아니라 몸이 터지는 부분
에서도 사용되었다. 내장이나 피주머니 등에 와이어를 설치해서 잡아당기
면 강하게 터지는 느낌이 나온다.

홍콩에 수많은 무술 팀들이 있었을 텐데 이번에 작업했던 팀을 선택한 이유
는 무엇입니까? 그들은 이전에 어떤 영화를 작업했었고, 그들의 어떤 부분
이 영화에 장점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김영준 : 무협영화 중에 내가 액션 부분에서 최고로 치는 영화는 <동방불패
>와 <신유성호접검>이다. 공교롭게도 그 두 작품의 무술 지도 모두 마위청
이라는 무술감독이 했다. 이 사람은 정소동의 조감독으로 출발했는데, 그
가 추구하는 동작은 그 어느 무술 감독보다 더 역동적이고 빠른 편이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과 잘 맞았기 때문에 그를 선택했다. 그 역시 틀에 박
힌 홍콩 무술만 하다가 한국적인 새로운 액션을 시도한다는 사실에 큰 관심
을 보였고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에게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

진하의 권법인 비천신기는 아주 희귀한 무술로써 원작에서는 대단히 급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진하
가 거의 매 전투 장면에서 이 신기를 사용하는데요, 신기의 어떤 점이 영화
적으로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나요?
김영준 : 진하는 굉장한 고수인데, 그 무공을 보여주는 영상적 표현이 참
한정되어 있다. 과장된 표현은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궁리 끝에 검기를
사용하는 게 제일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말하자면 검을 총처럼 설정하였
다. 검기가 땅을 가르며 치솟아 사람을 터뜨릴 정도의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것, 그런 부분들이 맘에 들었다.

검기가 땅을 가르는 장면은 어떤 식으로 찍은 건가요?
김영준 : 그것도 와이어를 사용했다. 일단 땅을 파고 관을 심어 바퀴가 달
린 수소 레일을 집어넣는다. 거기에 수소통을 줄로 연결하여 압력을 조절하
면 수소가 튀어 오르면서 흙이 튀는 효과를 낸다.

진하가 화살을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는 여러 특수 효과가 사용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영준 :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사용했다. 컴퓨터로 동작을 일단 입력시키
면 재촬영을 해도 그 기억된 데이터대로 속도와 각도가 조절이 되는 카메라
다. 바닥은 그린 톤을 깔고 진하가 떨어지는 장면을 카메라에 입력하고 나
서 여러 번 재촬영을 거듭한 후에 배경은 3D로 합성했다.

풍경 부분, 이를 테면 소홍 거리 부분도 실사 위에 CG효과를 덧입혔다고 들
었는데요.
김영준 : 준광과 진하가 언덕에 서서 소홍 거리를 내려다볼 때 그 배경 자
체가 그래픽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곽정이 죽는 장소도 미니어처를
찍어서 합성한 경우다.

설리와 진하의 성장을 암시하는 부분에 쓰인 CG는 어떤 효과를 염두에 둔
것입니까?
김영준 : 그 부분도 모션 컨트롤 카메라를 썼다. 인물의 움직임을 컴퓨터
에 입력해서 동선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나머지 배경에는 CG와 3D를 합성하
여 동화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 주인공들의 성장 과정을 최대한 자연스럽
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한 장면에서 4계절이 바뀌는 느낌을 주려
고 노력했다. 한 공간 안에서 이들이 그만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다는 암
시도 주고 싶었고.

음악의 설정 기준도 궁금합니다. 무협 영화로서는 의외로 현대적인 느낌의
음악이 사용되었는데요.
김영준 : 촬영 전에 음악이 미리 나와 있는 상태였다. 나는 무협 영화를
볼 때 항상 비슷하게 북과 나팔 소리가 들리는 음악이 나오는 게 싫었다.
액션 장면에선 좀 더 박진감 있고 강한 음악, 가능하면 테크노적인 느낌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철기십조가 지붕을 달리는 장면
을 찍을 때 그 부분의 음악을 틀어놓음으로써 거기에 맞는 감정을 살리고
자 하였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힘들게 느꼈던 장면은 어떤 것입니까?
김영준 : 진하가 타루가를 죽이는 장면이다. 외적으로는 일정이 너무 부족
해서도 힘들었지만, 내적으로는 이 장면 자체가 내게 굉장히 큰 부담이었
다.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설정, 굉장히 비장하고 마음 아픈
장면이다. 이런 순간의 액션은 어떨 것인가, 끝나고 나서의 주인공의 심리
를 어떻게 표현할까, 철저하게 콘티를 짰음에도 연기지도가 힘들었다.
변희성 :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씬의 감정과 연출자의 의도, 연기
자의 자연스러움들이 잘 배합되어 알맞는 사이즈로 나와줘야 한다는 점이
다. 그에 따라 조명과 의상과 소품이 제대로 배열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
이 합일되지 않는 순간은 참 힘들다. 예를 들어 설리가 갇혀있는 방에 진하
가 찾아오는 부분에서 그 방이 대단히 협소해서 동선을 그리기가 어려웠
다. 두 사람의 감정선을 죽 따라가며 살려내야 했는데, 너무 좁은 나머지
한 쪽의 감정을 담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아마 관객들에게도 그 장면이 답
답하고 부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다. 또는 설리가 춤추다가 공중에 떠올라
조백승의 가슴에 칼을 꽂는 장면에서, 그로테스크하고 살기가 넘치면서도
주인공이 예쁘게 나와야만 했다(웃음). 그래서 라이트와 카메라의 각도를
살리느라 고심했다.

<비천무>를 만들면서 전체적으로 가장 강하게 염두에 두거나 참고 모델로
삼았던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영준 : 홍콩 무협 영화보다는 오히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았다. 정
형화된 스타일의 홍콩 영화보다는 실사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나타나
는 애니메이션, 예를 들면 <월하의 검사>, <바람의 검심> 같은 작품들이 새
로운 느낌을 주었다.

<비천무>로 데뷔하기 이전의 단편 작업과 연출부 생활이 이 작품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김영준 : 단편을 필름으로 4개를 했는데 전부 스턴트맨,공사장 인부, 소매
치기, 경찰 같은 비주류적인 인물들이 주인공인 액션 영화였기 때문에, <비
천무>의 액션 장면들을 .찍을 때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연출
부 생활할때는 감독으로서의 덕이나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배웠
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는 연출부마다 다 기획 단계에서 엎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그럼 내가 직접 감독해야지, 이렇게 건
방지게(웃음).

최근 들어 무협을 다룬 작품이 쏟아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
세요?
김영준 : 시대적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멸망에 대한 두려움
이 컸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강했는데, 이제 새로운 세
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인류의 시작과 결부되는 옛날에 대한 향수가 생기는
것 같다. 또한 나도 30대지만, 내 나이 정도 되면 무협은 정말 그리운 대상
이다(웃음). 영화계에 30대 감독이 늘어나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 계획중인 작품이 있습니까?
김영준 : 없다(웃음). <비천무> 하나 끝나는 데도 너무 정신이 없었다. 기
획부터 2년을 매달렸기 때문에 거의 생활의 한부분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
래도 다음 작품으로는 또다른 액션 영화를 시도해 보지 않을까? 농담 같은
얘기지만 과거 이야기를 했으니 미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있다(웃음). 무엇보다 감독으로서의 준비가 더 철저해야 될 것 같다.
변희성 : 첫영화를 찍고 나서 너무 라이트가 안 보인다고 고백하니까 대선
배 한 분이“난 80편을 찍어도 잘 안 보이더라”라고 했다. 나도 이번이 겨
우 4번째 작품인데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 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이무영 씨의 <휴머니스트>를 하면서 또다른 새로운 시도들
을 해보려고 한다

키노7월호 (http://www.nkino.com/moviedom/paperkino_index.asp?bookno=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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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씨네21 260호] 외전 비천무 : 무공소년 비천무 하계대전 출정기  paraban 01·03·08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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