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일시: 2000/06/30 오전 1:37
게시자: 누이
제목: [한겨레신문] 하늘을 나는 무협, 땅을 기는 캐릭터
6월 29일 한겨레 문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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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는 <아나키스트>처럼 한국이 중국에서 찍은 `홍콩영화'다. <아나키
스트>가 불뿜는 총격을 화폭처럼 펼친 홍콩누아르에 충실했다면, <비천무>
는 칼과 몸이 현란하게 날아다니는 홍콩무협극을 빌어왔다. 검은 복색의 무
사들이 지붕 위를 우아하게 날거나 강물 속에서 솟구쳐 나와 물위를 달리
는 <비천무>의 화려한 액션은 홍콩 무술촬영팀의 실력을 사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볼거리다. 하지만 무려 40억원을 들였다는 이 한국형 블록버스
터는 한국 스타배우와 홍콩무협액션의 단순조합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
다. 힘이 좌우하는 역사 속에 비참하게 휩쓸려가는 인간의 조건을 섬세하
게 그려낸 김혜린 원작만화에서 로맨스만을 빼어냄으로써 자초한 결과다.
원작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인물들의 복합적인 성격들은 감정이입을 막을 정
도로 단순화됐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임을 주입하려는 상황들은 껄끄러울
뿐이다.
몽고가 지배하던 중국 원나라 말엽, 고려 유민의 자식 진하(신현준)는 몽
고 장군과 한족 첩의 서녀 설리(김희선)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
만 아버지 타루가 장군이 설리를 소흥으로 데려가면서 이들의 비극은 시작
된다. 비천신기를 연마하던 진하는 자객의 습격을 받고서야 출생의 비밀을
알게되고, 처음으로 우정을 나눴던 준광(정진영)에게 설리를 빼앗긴 뒤 청
부자객 `자하랑'으로 거듭난다. 감독 김영준. 이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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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김혜린의 작품세계 &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