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해에 이근명 교수가 엮고 우리말로 옮긴『중국역사』[하편](신서원 펴냄)이라는 책을 읽다가,『비천무』에 나오는 요영충이라는 인물이 한 ‘짓’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서에 따르면 그는 주원장의 명령을 받아 한림아를 죽이고 나서 사형당한 사람이라는군요. 그가 한림아를 죽인 해가 서기 1366년(또는 서기 1365년)이니까, 그는 명나라의 건국을 보지도 못한 채 죽은 셈입니다(명나라는 서기 1368년에 세워짐).
“1366년 말 그(주원장 - 옮긴이)는 요영충에게 소명왕(한림아 - 옮긴이)을 살해할 것을 은밀히 명했다. 요영충은 그의 명령을 받들어 소명왕을 남경으로 맞이하기 위해 저주로 갔다가 돌아오는 도중 소명왕일행이 탄 배를 양자강 위에서 뒤집어 물 속에 빠뜨려 죽여버렸다 요영충은 풍랑이 일어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소명왕 등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보고했다. 그 후 이 비밀을 아는 요영충 자신도 주원장에 의해 사형에 처해지는데, 이리하여 주원장은 자신에게 드리워져 있는 백련교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었다.”
-『중국역사』[하편]에서
이는 진순신이라는 일본 출신 화교의 책에서도 확인되는데요, 그는『명사』에 실린 두 가지 설을 소개하면서 한림아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주원장이 오왕(吳王)이라고 칭한 것은 그 다음해의 일이다. 스스로 군왕이 되려고 했던 그로서는 한림아의 존재는 다루기가 난처했을 것이다.
『명사』는
2년 후에 임아(林兒) 졸(卒. 대부大夫같은 고위관료의 죽음을 일컫는 말이다 - 옮긴이)하다.
라고 적으면서도, 주원장이 요영충(寥永忠)에게 명하여 남경(南京)으로 데리고 오는 도중에 배가 뒤집혀 강에서 죽었다는 이설(異說)도 함께 나란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주원장의 성격으로 생각해 볼 때 ‘살해했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다.”
“한림아는 주원장의 명령을 받은 요영충이 물 속에 빠뜨려 죽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 진순신의 책『중국의 역사』제 9권(한길사 펴냄)에서
저 또한 주원장이 즉위한 다음 공신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함으로써 악명을 떨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주원장이 요영충을 시켜 한림아를 죽인 뒤 그냥 “사고로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더러운 일>을 도맡아서 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고 떨떠름했던 적이 있죠(만화를 보면서 품었던 좋은 인상이 싹 가심).
물론 그가 주원장의 부하장수였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도 반원(反元) 감정을 품은 홍건군 출신이었고 여러 번 싸워 공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으나 서달(徐達)에 비해서는 사서에 나오는 횟수가 적으므로 그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냔 말입니다.
그리고 김혜린 선생님의 만화에 나오는 주원장은 ‘풍채 좋고 당당한’ 모습인데(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세 해 전에 산 책에는 주원장의 모습이 그와는 달랐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그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람’이었고 성격도 그에 걸맞게 잔인했다는 글이었습니다.
“주원장에게는 두 종류의 초상이 있다. 하나는「역대제후도(歷代帝后圖)」에 보이는 초상으로서 그는 엄숙하고 기품이 넘치는, 참으로 황제다운 온화한 얼굴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또다른 초상에 의하면 이마가 튀어나오고 턱이 축 늘어졌으며 곰보자국이 가득한 얼굴에 양 끝이 치켜올라간 두 눈은 부리부리하게 생긴, 보기만 해도 추악한 인상으로 그려져 있다. 주원장은 그 우락부락한 용모 때문에 남들에게 인정을 받은 적이 수차례나 있었다. 그러므로 못생기고 기괴한 인상을 담은 그림이 아마 진실을 전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중국역사』[하편](이근명 편저, 신서원 펴냄)에서
그러니까 주원장은『비천무』에 나오는 모습과는 달리 얼굴에 곰보자국이 가득하고 삐쩍 말랐으며 이마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눈은 험악하게 치뜬 모습이었다는 얘기죠(환상을 깨서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사실은 사실인지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겁니다).
물론 저는 이에 상관없이『비천무』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사실을 좀더 고려해서 그리셨다면 ‘더’ 뛰어난 작품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임 : 선생님,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해서 노하시는 건 아니죠?(전 여전히 선생님을 존경하고,『불의 검』도 좋아합니다)
|
|
|
|
5471
21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