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음'넷에 진짜 이름으로 실은 글입니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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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어차피(지금까지 깨지고, 실수하고, 실패한 사실이 증명하듯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테니까. 거창한 약속, 헛된 맹세, 하나마나한 '좋은 말'은 하지 말자.
대신 새해에는 지난 열 네해 동안 지은 죄를 갚아 나가자. 불평, 불만, 짜증, 증오심, 오만함, 속물스러움, 뻔뻔함, 욕설, 악담, 이분법적인 사고, 툭하면 찡그리는 버릇, 극단적으로 말하는 버릇, 조금만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씩씩거리는 버릇, '죽어도 [나]를 굽힐 수 없고, 버릴 수 없어.'라는 생각, 사실을 몇 배나 부풀려서 떠드는 버릇, 지금까지 저질렀던 수많은 실수, 실패, 죄악들,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면서 두 손 놓고 앓기만 했던 나, 이 모든 것들을 버리자.
한꺼번에 버리지는 못하겠지. 그래서 죄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하루에 하나씩, 하루에 한 번씩 내버리려고 한다.
그렇게 죄를 버리면서 나를 부정하고 내버리면, 두 해 동안 나를 갈고 닦다 보면 정과 망치를 들고 홀로 바위벽을 뚫는 수도승처럼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겠지. 아니 그렇게 믿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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