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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때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갈 무렵때부터 가리라 가리라 다짐했던 과였는데,
3학년때 원서를 쓰려고 하니, 선생님이 말리시더군요.
그 과는 남자들이 많아서...가 이유였습니다.
그 과 아니면, 경찰대학 갈꺼라고 했더니만 더 이상의 말씀을 안해주시고 써주시더군요.
시험을 보고 입학을 하고 OT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미 말로는 들었지만, OT로 가는 자리에서 확인해보니... 역시나... 그 과엔 남자들...무진장 많았습지요...
확인해보니, 180명 정원인데 그해, 저까지 포함해서 여자가 5명, 남자가 175명이라고 했습니다.
남자애들은 모두 철푸덕 철푸덕 지멋대로 앉아서 편안하게 있는데,
여자 다섯명 쪼르르 불러놓고 좋게 말하면 신주단지 모시듯,
나쁘게 말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만큼 욱죄고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 속에서
인상만 벅벅 쓰고 있었지요...
선배들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때부터 기분이 심상치않게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여학생이 줄어든다... 전전해에는 여학생이 아홉명이었는데, 작년엔 여섯명이었구...올핸 다섯명이네...
그 말을 들으니, 2년전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하게 나더군요...
그리고 경주...
OT에서 여학생들을 한 방에 놓느냐, 다른 방에 분산배치 하느냐 굉장히 고민하던 선배들은, '현재 방이 총 10개로 나뉘어져있는데, 분산배치하면 다섯 개 방에는 여학생이 없다, 그럼 남학생들이 섭섭해산다'는 이유로 저를 포함한 다섯명의 새내기 여학생들을 한방에 밀어넣더군요.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고삐쟁겨다니는 마소들처럼 다섯명은 이방 저방으로 끌려다니며 입아프게 소개하고 술 한잔씩 받아먹고 노래부르라면 노래도 한곡조씩 뽑고...그랬었더랬습니다.
마음이 영 불편했던지... 전 그 담날부터 몸이 당장 아프기 시작했었지요...
결국, 저는 그냥 몇날 며칠 누워서 지내다가 OT에서 돌아왔더랬습니다.
이윽고 다니게 된 학교...
쬐끔 안면익힌 남자 동기 한 명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 얼굴을 그 담부터는 거들떠도 안보게 되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그 친구가 한 말 때문이었지요...
'이번에 여자가 5명이고 남자가 175명이니, 여학생 한명당 남학생 37명씩 상대해주면 되겠다'...
더도 덜도 없는 그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들고있던 커피를 얼굴에 부어버릴까 하다가 커피가 아까워서 꿀꺽 삼키고, 한 마디 해줬습니다. 난 199x년에 대학에 배울게있어서 들어온거지, 일제시대에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온게 아니라고...
그리고나선 뒤도 안돌아보고 그 자리를 떳었더랬습니다.
나중에 그 말이 퍼지자, 남자동기 여자동기 할 것없이 저를 향해 별거 아닌거 가지고 참 유별나게 군다며 한 마디씩 해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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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재단에서 나온 불의 검 초판에 보면, 카라가 표지로 나온 책...5권이던가요?
거기에 카라에 관해 선생님께서 쓰셨던 글 중 카라의 음침한 성격이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쓰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당했어도 남자와 여자, 둘에게 가해지는 남성위주의 가치 평가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쓰셨던 것 역시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 돌베개님이 쓰신 글...
인간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을때는 분명히 지탄받아야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천성적으로 타고난 성의 기준,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가해자가 외려 고개 빳빳이 세우고 먼저 달려들며 반성이라곤 눈꼽만큼도 하지 않는 그 뻔뻔한 모습을 보며,
내 앞에 있다면 한판 뒤집고 또 한판 뒤집고 몇 판은 뒤집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시인이고 나발이고 문학계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죄다 뒤집어엎어서 깽판놨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나는 이 일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나는 단지 이 피해자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지금 당장 내가 해야할 일은, 내가 '사람'이라는 틀을 가지고 '여성'이라는 컨텐츠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며, 직접적인 관련자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뒤에서 조용히 밀어주고 받쳐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답답 또 답답해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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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있었던 부산대 월장 사건도 그렇고...
이번에 알게 된 깡패 박 사건도 그렇고...
이 땅에선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이 없고
약하고
양보라는 이름아래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못가지고 빼앗기고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도 혹시나 남성에게 거슬리지 않을까 위태로운 마음 가져가며 조심스럽게 해야하고,
한번 말한 것에도 그 말에 누군가 쐐기박아가며 내 사생활을 노출시키지나 않을까 덜덜 떨어야하고,
지금 이 남성에게 베풀고 있는 친절어린 배려의 행동이 혹시나 나를 치마끈 풀고다니는 여성으로 보는 것은 아닐까 조바심 내야하고...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일까요...
아아아... 우우우... 어우어우어...우....
괜히...열받아 어쩔줄 모르고 있는 무사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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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랑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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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받지 마세요. 전 사회 나올 때까진 그런 거 못 느꼈는데, 결혼하고 애 낳으니, 더 심하게 느낍니다. 전 딸이 좋지만, 세상이 이러하니, 딸을 보면 안스럽게 느껴지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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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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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커피를 그 놈 낯짝에 확 부어버리지 그러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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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apa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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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랑님 의견에 정말 공감...나중에 태어날지도 모를 제 아들과 딸들이 너무 안스러워요..애들을 위해 외국으로 이민가는 부모 심정을 이해할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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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apa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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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고 돌베개님,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어버리기에 커피는 조금 식은 편이었고, 무엇보다 커피가 아까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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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명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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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글을 읽고 올립니다. 정말이지 이런일을 당할때마다 여자로 이사회에 산다는 것은 .. 은근히 여자는 조용히 입다물어라 하는 사회 분위기에 기가 질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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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 |
[2001/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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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아직까지 그런일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제가 워낙 드세서..^^;;;;; 그냥.... 머리를 퍽!!!때리는게 낫겠네요.정신차리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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