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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지라 언제인가 싶어 검색해봤더니 입사기념으로 올린 글이 마지막이더군요.
그 다음 글을 퇴사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게 될 줄은 그땐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퇴사한지는 벌써 한달이나 지났습니다.
뭔가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린월드에 좋은 일이 가득 넘치길래 거기다 초치고 싶지 않아 서 그냥 조용히 있었지요.
...라기보다는 바로 며칠 전까지 속앓이를 했었습니다.

출판계에서는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일이 제가 다닌 회사에서도 일어났거든요.
개념없는 사장과 임금체불(한술 더 떠서 NG 인생의 표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팀장까지).
덕분에 무려 세 달 치 월금을 받지 못한채 지난 달 초에 회사를 나와 9월의 대부분은 밀린 월급을 받기위해 고군분투했지요.
모질고 독하게 마음먹고, 또 모질고 독하게 행동었던 덕분인지 8할은 해결이 되었고, 나머지 2할은 가뿐하게 포기해버렸습니다.

지난 몇 달동안 느낀 것은 왠만한 열정(과 사랑)이 아니면 확신도, 신념도, 열의도, 꿈도, 희망도, 빈곤 앞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흠. 빈곤이라는 단어는 조금 오바스럽네요... --;;)
책을 만드는 일은 기획부터 제작까지 어느 것 하나 재미없지 않았던 게 없었는데...
그래서 평생 이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었는데...
대학 다니는 동안 모아둔 돈이 단 한푼도 없었던 탓에 월급이 밀리기 시작하자마자 경제적으로 바닥을 기는 삶이 시작되면서 의욕이 조금씩 사그라들어 이제는 많은 것에 대해 자신이 없네요.

또한 요즘 돈에 대해 꽤 민감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과 더불어 처우라던가, 무엇보다 '약속(또는 계약)'에 대해 유연성을 잃어버렸달까요.
요즘 친구네 회사에서 알바를 하기로 하고 있는데, 그게 원래는 두 사람이 일을 진행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저 혼자더군요. 거기에 대해 설명도 사과도 없이 누가 봐도 혼자서는 제 시간에 120% 불가능한 일을 혼자 하라고 시키더라구요. 한눈 한번 안 팔고 죽기 살기로 일했어도 결국은 오버타임.
일하는 내내 속았다는 느낌과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더군요. 평소라면 분명 그냥 친구 도와주는 셈치고(물론 친구가 일하는 부서와 제가 일하는 부서는 별개지만) 가뿐하게 일했을 텐데, 그깟 일 좀 더 한다고 분노했던 거지요.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여전히 짜증이 났고, 동시에 돈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이 참으로 속물스러워 이중으로 짜증이 났달까요.
아마 알바가 끝나는 날까지 이런 딜레마를 안고 혼자 괴로워하겠지요. -_-;;
금전적으로 예민해진 촉각이 어서 수그러들길 바랄 뿐입니다. ( '')

그래도 요즘은 제법 여유롭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아마도 다시 경제적인 여유를 찾았기 때문인 듯).
알바에 대한 처부는 몹시 불만스럽지만, 알바를 하지 않는 날에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학교에서 그동안 못 읽은 책을 읽는 시간은 꽤나 유쾌하거든요.
그리고 조금 촌스런(?) 노래에도 심취해 있습니다.
김영임의 '홀로 아리랑'이라던가,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이연실의 '목로주점'같은 노래요.
하하~ 친구들이 사회 초년기를 하도 호되게 보내서 취향이 약간 비틀린 것 같다지만. ^^;;

어쨌거나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은 더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말입니다.

P.S. 소서노님의 결혼 축하드립니다.
       남궁준광님과 창룡님도 부부의 연을 맺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비요른님께 아내가 생겼더군요. 별로 축하하고 싶진 않습니다. 요즘 고생을 좀 했더니 속이 꼬여서 말입니다.
       지난 7개월간 린월드에 들어선 모든 분들에게도 뒤늦은 환영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 외 기타 등등 모든 좋은 일을 축하~ ^^

이강

[2004/10/05]

^-^ 안녕하세요 카니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