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winamp'의 사용법을 동생에게서 배워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지금 나오는 노래가 '엄정화'의 '몰라'이다. 경쾌하고 발랄한 음색과 리듬때문에 혹은 가사때문에 좋아하는 거고, 노래방에서 가끔 부르기도 하는데 쪼금 딸린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요즘 엄정화가 출연하는 드라마 '아내'를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이 드라마의 열성팬이시다. 어디 가셨다가도 시간 맞춰 오시려고 달음질 치는 건 예사요,정히 못 보시면 재방송이라도 챙겨보신다. ^^동시에 약간은 높은 음색으로 드라마평까지 하는데, 나는 이 드라마에 고개를 잘래잘래 흔든다. 내용도 그렇고 드라마 처음서 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눈물바람'이 빠지지를 않기 때문에 없던 두통이 생기고 짜증이 나기 예사다.
극중의 엄정화(서현자역)는 대선배 신구, 유동근, 김희애 사이에서 나름의 연기를 펼치고 있고, 정말 착한 여자로 나온다.
착한 여자역으로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몰라'노래속의 그 생기 발랄한 엄정화와 청승드라마(?)의 착한 여자역의 엄정화. 이 둘 사이의 조화를 내 머리속에서 하기가 꽤나 힘들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빠서일까?^^
국제적인 경제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민들의 가계가 좀처럼 펴지지 않는 가운데 내 주위의 상황만을 본다면, 영화는 비중있는(속칭 골치아픈) 영화보다는 코믹물이 다수를 이루고 있고, 텔레비전도 다큐맨터리나 기획물보다는 드라마, 코메디,쇼프로가 대부분이고 특히 드라마 같은 경우는 삼각관계(예전부터 가장 많이 쓰던 소재가 아닌가?),애정에 치우친 궁중비사류(장희빈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님 비슷한 소재가 대부분인 아침드라마류다.
연기자는 자신이 살 수 없는, 살기 어려운 여러 인물들의 삶을 표현하고 한정적인 시간안에서나마 다른 그 삶을 살아간다. 이 매력있는 요소들을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느냐에 따라 시청자 다수에세 어필할 수 있고, 당연한 결과로 그녀(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좀체 수정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고두심, 김용림, 정혜선등의 오랜 연기자는 그 나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역을 맡더라도, 마치 오래 입어왔던 옷과 같이 그 역할에 딱 맞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한 길을 계속 걸어왔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들어 연예인들이 고정적인 한 직업(가수면 가수, 탈렌트면 탈렌트)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이 다른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새로운 이미지 변신과 더불어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고 펼치고 있다. 분명 이것은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한 것은 왜일까?
한 사람의 두 가지 이미지로 인해 약간은 생소함을 가지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내가 이미 기성세대라는 표시일텐데도, 한 가지에 자신의 평생을 거는 장인(匠人)과도 같은 예술인들을 점점 보기가 어렵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걱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다. 마치 강물과도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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