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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올리는 정옥의 근황;;;;입니다;;;만, 오늘은 생각해 보면 여러 모로 최악의 날이라 넋두리를 좀 하고 싶네요. 뭐, 사적인 것에다 집안 얘기니 여러모로 뒷담화이긴 합니다만.
정옥과 정옥의 가족들은[어머님은 말고] 이모님과 사이가 별로 안 좋습니다. 이유인즉, 저희가 미국에 오면 뒤를 다 돌봐 줄 것처럼 어머니한테 얘기해 놓고, 실상은 그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얘기를 다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는 데다, 막말로 더 크게 뒷담화를 까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오늘 있었던 얘기만 할게요.
한 한 달 전쯤에, LA에서 외사촌들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외할머니도 오셨고요. 외할머니는 이모님 댁 큰아들 졸업식을 보러 오신 거지요. 그 때 잠깐 사촌 언니를 보고는, 졸업식에서의 비참함 때문에, 그리고, 외사촌들이 달라스에 온 후에 정옥이네에게 할 때와 정옥이 외사촌들에게 할 때의 이모님 태도가 너무 달라서 만나기엔 썩 내키지 않는 집이거든요. 그래도 그것까진 괜찮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1남 3녀 중 셋째라 집안에서 구박을 많이 받으셨고, 그래서 저희들도 항상 뒷전이었던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는 편입니다.
근데, 오늘은 아니군요. 안 그래도 밀어닥치는 과제 때문에 잠 못 자서[화요일은 한 시간 반, 오후에 약 네 시간 가량, 그리고 오늘 새벽에 세시간 반 자고 일어났음;] 뇌가 메롱스런 상태인데, 다녀와서는 잠도 못 자고 사촌언니와 쇼핑몰에 나가야 하게 생겼습니다. 원래는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그날 중간에 언니가 전화를 하더니 수요일이 어떻겠냐고 해서 오늘 만났습니다.
같이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갔습니다. 마침 저도 바지를 한 벌 살 일이 있어, 거기에 리바이스 매장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나중에, 하는 맘으로 갔지요. 가서 언니도 친구들 줄 거라며 이 옷 저 옷 막 고르고 있는데, 밖에서 웬 백인 남자애가 들어옵니다. 본인이 뭐라고 하든, 정옥이같은 솔로에겐 염장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아는데, 안 그래도 뇌가 메롱스러운데 염장질까지 당하니 울컥 하는 심정이 되더군요.
뭐, 그것까진 참아줄 수 있습니다. 언니가 누굴 만나고 다니든 제가 무슨 상관이에요? 더구나 전 지금 졸업에 목 매여서 남자 만나고 다닐 시간도 없는데.
언니가 이것 저것 더 쇼핑할 게 있다고,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릴 수 있느냐 하는데, 그 남자애가 그러라고, 자긴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다며 헤어졌습니다. 그리곤 언니와 둘이서 좀 더 돌아다녔지요. 그러다 뜻하지 않게 리바이스 매장을 찾았습니다. 들어가서 청바지를 보는데 언니한테 이모님 전화가 왔더군요. 지금 이모님과 할머니 스타벅스 근처 카페에 있어서 자긴 그리로 갈 테니, 바지 사고 그리로 오라 하여, 그래, 그러고는 저 혼자 바지를 골랐습니다.
바지 사 갖고 거기로 갔는데, 그 남자애가 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젠장할. 뭐, 그래도 인사는 해야겠기에 가서 인사 드렸습니다. 그리고 나니, 이모님 왈,
"언니랑 쟤랑 데이트 하는데 너도 같이 갈래?"
....................................[....................]
.............데.이.트........................
그래도 일단은 웃으며 정중하게,
"아뇨, 둘이 데이트 하면 전 빠져야죠."
언니는 그런 거 아니라며, 같이 놀러 가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제가 과제 때문에 잠 못 잔 걸 대며 안 간다 그랬습니다. 물론, 언니는 절 약올리려고 그런 게 아니란 건 알고는 있죠. 그렇다고 제가 눈치 없는 인간은 아닙니다. 둘 사이가 어떻건, 전 거기 갔다가는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안 간다 했습니다. 뭐, 그래서 둘이 먼저 가고, 뭐 샀냐는 이모님 질문에, 청바지 샀다고, 잘 맞느냐는 말에, 맞는 사이즈가 있긴 한데, 살 좀 더 뺄려고 일부러 조금 낀 걸 샀다 했습니다. 너무 끼어서 못 입으면 안 되니까.[살 빼려면 큰 옷으로는 못 뺍니다.] 비닐백에서 바지를 꺼내 보시더니 이모님 왈,
"너도 살 좀 더 빼서 나중에 백인 남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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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사냐건 웃지요[콰직]
일단은, 그것도 인연이 있어야지 만나느니 하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더 이상 있을 기분이나 상태가 아니더군요. 그래, 가서 좀 잘래 같이 쇼핑 좀 더 할래 하는 걸 그냥 가서 좀 자겠다 하고 혼자 와 버렸습니다.
오면서, 좀 처량하고 비참하더군요. 아까도 누차 얘기했지만, 계속되는 수면 부족으로 인해 뇌가 메롱스러운 상태인데, 의도하지 않았던 염장질에다, 소금 폭탄까지. 완전히 소금 얹어서 돌아왔습니다. 데이트란 말에는 네 분수를 알란 말 같고, 살 더 빼서 나중에 백인남자 만나란 건 네 주제를 알라는 말 같았습니다. 젠장할. 제가 살 못 빼서 남자 못 만난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말투가 꼭 백인님자 만나 결혼하는 게 성공이라는 투로 들렸는데, 글쎄요, 백인남자 만나 결혼하는 게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미국 와서 단순히 백인 남자 만나 결혼하면 그게 성공한 겁니까? 도대체 백인 남자가 뭡니까? 단지 피부색만 다를 뿐, 우리랑 똑같은 인간 아닙니까? 근데, 그게 무슨 성공의 보증수표라도 되는 듯이 떠받들며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그게 무슨 자랑입니까?
오면서, 백화점에서 본 이모와 외할머니 생각을 하니, 웃기고 한심한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그런데다, 이모님은 외사촌들 하면 껌뻑 죽습니다. 외할머니도 그러시고요. 안 그래도 없던 정마저도 오늘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전엔, 제 마음 한 켠에선 어쩌면 제가 이모님을 그렇게 만들고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늘 보니 그런 생각이 싹 달아나게 해 주더군요. 제가 남자 못 만났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이모님의 태도가 너무 다릅니다. 저희에게도 좀 신경을 써 주었더라면 저런 식으로 말했을까요? 속 상해서 어머니께 전화하면서, 만약 어머니 같았으면 그 상황에서, '너도 좋은 남자 만날 거야' 하고 얘기했을 거라 그랬습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바로 앞에서 노골적으로 데이트니 살 좀 더 빼서 백인 남자 만나라느니, 무슨 말이 그럽니까?
아버지도 그 얘길 들으시고는 분개하셨고, 동생도 화를 내더군요. 그러면서, 너 기죽을 거 없다, 너 학교 다니고 있고, 비록 턱걸이일 망정[;;;] 네가 원하는 대학에 편입도 했으니, 보란듯이 네가 더 노력해서 당당하면 그만인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는 게 다 우리 잘 되는 게 배아파서 그러는 거라 하시더군요.
성공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자신이 선택한 분야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지, 단순히 백인 남자 만나 결혼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 와서 단순히 백인 남자 만나 결혼하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 하면, 그 인생, 참으로 웃기고 한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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