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다니는 만화학원으로 올라가는 곳에 도자기 가게가 있어요. 얼마 전, 그 가게의 진열장에서(유리로 만든 벽이라서 훤하게 다 비칩니다)『훈민정음』의 글귀가 새겨진 하얀 머그잔을 봤는데, 그걸 본 순간, 너무너무 사고 싶어서 못 견디겠더군요.
그런데 값이 12800원이라서(그것도 깎인 값이랍니다. 원래는 16000원이었어요), ‘돈 모아서 사자. 며칠만 참자.’고 생각하면서 몰래 비상금을 모았죠(하루에 3000원씩 모았습니다).
마침내 15000원이 모인 날, 학원으로 올라가기 전, 가게로 가서 그 머그잔을 골랐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서 아름다운 무늬를 감상하는 동시에 그 잔에 차(茶)를 담아서 마시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들이 바로 그 머그잔을 디지털 카메라(새로 산 건 아니고, 아버지가 쓰시던 걸 물려받았습니다)로 찍은 거예요.
모처럼 실용적인 예술품을 손에 얻어 기쁜 나머지, 이 기쁨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그리고 사진도)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