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가 탐 방 / 김 혜 린


   묵직한 내용 전개와 독특한 이미지로 개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 김혜린. 전 16권의 대작인 <북해의 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의 작품 배경과 작가 세계를 알아본다.

작가의 의식은 작품 속에 융화

   초여름의 햇살이 옷깃을 헤치며 목덜미를 파고드는 오후, 커다란 디자인 백을 들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나타난 작가 김혜린 - 그의 주인공들처럼 깔끔한 선과 긴 머리가 인상적이다. 부산 사투리가 역력하던 그가 서울에서 만났다고 서울말을 쓴다. 김혜린은 첫인상이 차갑고 어눌한 듯한 느낌이나 실제로는 쾌활한 성격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차가운 첫인상은, 아마도 진지한 삶의 자세에서 비롯된 듯.

   그의 작품 주인공들을 보면 매우 진지하며 무거운 문제의식과 감정을 다스려 간다. 억압된 무엇인가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그의 세계가 작품 속에 융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품에서의 주인공들은 강렬한 개성과 주체의식이 돋보이는데, 이런 주관적 이미지는 다소 고집스럽기까지 하지만 바로 매력이기도 하다.

   최근 잡지연재 때문에 단행본에 전념하지 못해 후속편을 기다리는 팬들을 애타게 하지만, 그는 작품에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최선을 다하는 작가로 평이 나 있다. 출판사 또는 동료작가들을 방문하기 위하여 가끔 서울 나들이를 하는 그는, 여정이 다소 길어질 것 같으면 아예 원고뭉치를 싸들고 올라온다.

'북해의 별' 데뷔작이자 히트작

   1982년 대학 재학중 작가 황미나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서 김혜린은 만화계에 나온다. 중·고 때부터 그림과 글을 습작해 온 그는 만화만이 취미생활의 전부였다.

   "황미나 선생님에게 보낸 5장의 문의편지는 8장의 답장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만화작법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이었고, 그후 서울을 오가며 어깨 너머로 부족한 창작법을 익혔지요. 그리고 바로 83년 초 '북해의 별'로 데뷔했습니다."

   '북해의 별'은 전16권의 장편으로 5년간 연속 출간하여 그를 일약 스타덤에 끌어올린다. 즉, 데뷔 작품이 히트작이 된 것이다. '북해의 별'은 18세기의 시대극으로 스칸디나비아반도 서반에 위치한 가상의 공간에서 부르주아적 혁명이 아닌 근대혁명의 형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밖의 작품으로는 활극적 요소가 강한 '비천무', '우리들의 성모님'을 비롯한 '나인' 동인지에 발표했던 단편들, 1986년부터 만화광장에 10회 연재했던 '겨울새 깃털 하나' 등이 있다.

   '비천무'는 현재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있는 작품으로서 '북해의 별'을 창작하면서 느낌 단점들을 보완, 서구 중심의 문화에서 눈을 돌려 동양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 본 작품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 대한 접근의 기초작업으로 김혜린을 보고 있다. 또 토속문화와 현대 젊은이-운동권 젊은이- 사이의 갈등을 그린 '우리들의 성모님'은 그가 아끼는 작품이며, '겨울새 깃털 하나'는 한 소설가의 순수한 환상적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이 긴 것은 머리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저의 탐미주의의 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점으로 인하여 황미나 선생님과의 유사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수에 찬 듯하면서 강렬한 캐릭터

   김혜린의 작품 주인공들은 우수에 찬 듯하면서도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준다. 또한 그의 작품은 자신의 긴 머리만큼이나 주인공의 머리가 매력적인데, '테르미도르'의 남자주인공만 보더라도 머리카락이 열정을 누르고 부르르 떨고 있는 듯한 어깨를 덮어 내리고 있는가 하면, 그렁그렁 눈시울이 젖어 있는 눈을 살짝 가려주고 있다.

   김혜린은 주인공들이 자신도 모르게 세심한 부분에서 작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캐릭터가 비슷한 점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런 작가의 의식을 쪼개내어 한 부분씩 나누다 보니 유사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 유사성은 모든 작가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이면서도 작품과 작품 사이, 작중인물과 인물 사이에서 작가의식의 색깔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캐릭터 연구를 통해 우리 나라를 무대로 한 테마와 캐릭터를 개발해 가겠다는 김혜린. 한 특징만을 통해 개성이 표출되는 조연급 성격묘사에 자신이 있다는 그는 극단적으로 어둡고 침울하고 내성적이며 고독한 주인공의 성격을 외형적이며 포괄적인, 즉 다양한 성격으로 표현해내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우리 민족적 주제 다루고 싶어

   그가 작품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감정의 표현이다. 사건의 전개와 인간 감정의 조화 속에 긴장과 완화의 울림, 빛과 그림자의 현상을 밀도 있게 표현하고자 한다.이는 작품의 극적 효과와 흥미성까지 유발시켜야 한다는 점에, 힘들면서 중요한 작품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무겁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작품의 중후함에 대한 찬사이면서 질타이기도 하다. 즉, 분위기를 무겁게 이끌어감으로써 경쾌한 맛이 없고 만화답지 않다는 것.

   "아마도 주관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취향이기도 하겠지요. 나이가 들고 경륜이 쌓이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되리라 봅니다. 지금 모습의 바탕 위에 다양한 성격의 인물을 다루어 가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작품 속에 그린 삶의 과정은 어둡고 무겁지만 항상 결론에는 선택의 여지를 주고 깨달음의 삶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줌으로써 행복을 제시하고자 하지요."

   사극 취향의 작품은 계속 다루겠지만 가능하면 성격 구분 없이 다양한 작품-특히 우리 민족에 관한 이야기-을 다루겠다는 김혜린. 자기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 가장 부담스럽다며 사진 찍히는 일을 부끄러워하던 그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변신에 기대를 걸어본다.

▧  작 가 비 밀  ▧

생년월일*고향*학교: 1962년 9월4일생(음) / 경남 창녕 /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중퇴.
가족관계: 아버지, 언니, 여동생이 교사 / 1남 3녀 중 차녀.
신체조건: 키 156㎝, 몸무게 46㎏ 쯤. 머리카락 길이 60㎝ 정도.
성격*혈액형: 명랑 쾌활함. A형.
취미*특기*여가: 취미-음악 & 독서, * 특기-된장찌개 끓이기, * 여가-공상.
주로 읽는 책: 한국 문제작가들의 작품(소설), 논문, 역사(정사).
종교: 집안은 불교적 분위기, 그러나 특별한 믿음 없이 신의 초자연적인 힘에 매력을 느낌.
최근 마음을 지배하는 생각: 시사적인 문제, 정의에 대한 생각, 그리고 만화에 대하여…
40~50대 자신의 모습은: 그때도 아마 만화를 그리고 있겠지.
결혼: 할 수도 있다. 급할 때 피를 나눠줄 수 있는 사람.
작품이 안 풀릴 때의 버릇: 누워 천장을 보거나 연습장을 놓고 낙서. 그러나 정신적으로 지치면 잠을 잔다.
좋아하는 음식*색*옷*꽃: 음식-커피(이것도 음식인가?),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국 종류, * 색-짙은 갈색(가구) / 프러시안 블루(만화가로서) / 초록색(유년시절에 대한 미련), * 옷-갈색조 / 채도가 낮은 색깔 남방셔츠를 즐겨 입어, * 꽃-들꽃(유년의 추억 때문일까).
생활신조: 첫째, 무엇인가 더렵혀지지 않아야 할 것을 더럽히지 않는다. 둘째, 최후까지 지켜야 할 것을 지킨다.
르네상스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맑고 강한 여성 ♡
주소: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557-1 예그린아파트 2동 206호

《르네상스》 198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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