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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쓰여진 글 – 어느 독자의 잡담들
 돌베개    | 분류 : 잡 담 | 2021·05·15 15:30 | HIT : 63 | VOTE : 2 |
▶ 글쓴이(돌베개)의 말 : 이 글의 이름(<어렵게 쓰여진 글>)은 윤동주 시인의 시 이름인 <쉽게 씌어진 시>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심심해서, ‘어느 독자(네, 저 말입니다)의 잡담들’이라는 작은 제목을 따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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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붓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밥상으로 쓰는 나무 탁자를 놔 두고, 거기에 신문지를 깔고, 그 다음 붓과 먹물로 화선지 위에 붓글씨를 쓰죠. ‘미르(“용[龍]”을 일컫는, 순수한 한국어 낱말)’를 쓴 적도 있고, ‘홍익인간’이나 ‘임전무퇴’를 쓴 적도 있으며, “만물은 서로 돕는다(크로포트킨의 사상인 ‘상호부조론’의 골자).”를 쓰기도 했으며, 견리사의(見利思義)나 우공이산(愚公移山) 같은 사자성어를 쓴 적도 있어요. 이번 설날에는 우리 조카들(우리 형의 아들과 딸)에게 제가 쓴 붓글씨들을 아토(‘선물’을 일컫는 순수한 한국어 낱말)로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하(西夏. 탕구트) 문자나, (운남성 원주민의 글자인) 동파 문자나, 비엣남(Vietnam)판 이두인 쯔놈이나, 비엣남에서 지금 쓰는 글자인 ‘꾸옥 으(한자로는 “국어[國語]”)’로 붓글씨를 쓰기도 했어요. 앞으로 다른 나라의 다른 글자들(예를 들면, 필리핀 원주민이 에스파냐의 침략을 받기 전, 중세시대에 썼던 ‘바이바인’ 문자나, 에티오피아의 글자나, 북아프리카의 원주민인 이마지그[흔히 ‘베르베르’로 불리는 민족의 바른 이름] 족의 글자나, 버마[미얀마]의 글자요. 그것 말고도 다른 글자들로도 붓글씨를 쓰고 싶습니다만)로도 붓글씨를 써 볼 겁니다. 사자성어 뿐 아니라 배달민족의 속담이나 격언도 붓글씨로 써 보고 싶고요, 시나 산문이나 격언도 붓글씨로 써 보고 싶네요. 앞으로 해야 할 게 많아서 즐겁습니다.

붓을 들고 붓글씨를 쓰다 보면, - 비록 무릎을 꿇고 글씨를 쓰는 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 마음이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고, 제가 고상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라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붓글씨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2. 스마트폰으로 아주 간단한 게임들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활로 사과를 쏘는 게임이라던지, 아니면 까마귀가 구슬을 물고 가다가 어항 속에 떨어뜨리는 게임이라던지, 아니면 고양이가 배를 타고 물고기를 낚는 게임이요. 엔딩도, 보스와의 싸움도, 이벤트도 없는 게임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그게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그야말로 대 서사시인, 엔딩이나 중간 데모나 이벤트가 화려한 게임들을 좋아했는데, 중년이 되고 나니 그런 게임들에서는 멀어지고, 대신 이렇게 간단한 게임들을 하게 되더군요. 제가 현실에 지쳐서 ‘간단한 위안거리’를 찾는 걸까요?

머리를 쓰는 게임이 아니라, 단순하고 간단한 게임을 더 즐기는 오늘날의 자신을 보니, 조금(?)은 씁쓸합니다. 저는 바보가 된 것일까요?

3. 음식을 가려서 먹고 마실 것도 가려서 마셔야 몸이 건강하듯이, 문화상품도 가릴 수 있는 데까지 가려서 받아들이고 즐겨야 마음이, 얼과 넋이, 정신이 건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요즘 세상엔 ‘영양가가 높은 고급 음식’인 문화상품보다, 비뚤어진 성(性) 인식이나, 속물근성이나, 폭력이나, 제국주의/군국주의 미화 같은 잘못된 요소들을 집어넣은 ‘불량식품’인 문화상품이 더 많거든요(심지어 인기가 많은 문화상품 가운데에도 그런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만화를 볼 때나 만화영화를 볼 때나 소설을 읽을 때나 노래를 들을 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혹시 이 작품에 문제점은 없는지’를 따지고, 만약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거르죠.

그 작품이 남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도, 인기를 끌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집어넣는 것이라도, ‘이게 아니야.’하는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않고 버려요. 등을 돌리죠.

반대로, 그 작품이 좀 오래된 것이라도,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라도, 유행과는 상관이 없다 해도, ‘옳은 것’이라고 판단하면 끌어안고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유행보다 옳음을 따라야 하지요. 이 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배 안에 들어온 물을 온 힘을 다해 퍼내며 노를 젓고, 폭풍우에 맞서 싸우며 목적지를 향해 노를 젓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 일(골라내는 작업)을 꾸준히 계속할 생각입니다.

4.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CD와 DVD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만화영화를 보며, 종이책과 종이로 된 만화책을 읽는 것을 고집하는 저는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인 게 분명합니다. 이제 디지털이 다스리는 정보화사회임을 뻔히 아는데도, ‘머리로는’ 디지털에 적응해야 작가가 되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아는데도, 아날로그를 버리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을까?’하고 궁리합니다. 저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사이에 꽉 끼인 샌드위치 같아요. 어느 한 쪽에 온전히 속할 수 없으니까요. 그것을 어떻게 ‘장점’으로 바꿀 것인지를 연구해야겠죠.

5.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과 유튜브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종이책의 글을 움직그림(‘동영상[動映像]’을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낱말)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글이 화면에 떠서 그걸 읽으면 되더라고요. 한 시간짜리도 있고, 30분 짜리도 있고, 세 시간짜리도 있었습니다. 어떤 움직그림은 글은 없고 목소리만 나오고요.

들고 다니면서 읽거나 들으면 되기 때문에 편하기는 한데, 사실 그래도 전 종이로 된, 활자본(活字本)이 더 좋습니다. 종이책과 글로 읽으면 머리에 더 쏙쏙 들어오거든요. 전자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읽으면 그런 장점을 누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움직그림으로 된 ‘책’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으로서만 쓸 생각입니다. 아, 저는 참으로 ‘고리타분한 사람’이군요(웃음).

6. 예전엔 바둑이나 한국식 장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비엣남 식 장기나, 하와이 원주민의 놀이인 바둑과 비슷한 놀이나, 백제(남부여[南扶餘] 포함)의 쌍륙놀이나, 메히코(영어권에서 ‘멕시코’로 부르는 나라의 바른 이름) 원주민이나 미국 원주민의 윷놀이를 배우고 싶어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악기인 ‘디저리두’를 연주하는 법이나, 페루 원주민의 팬 플롯을 연주하는 법이나, 짐바브웨 사람들의 악기인 ‘음비라(Mbira)’를 연주하는 법이나, 하야스탄(아르메니아) 식으로 ‘두둑’을 부는 법이나, 가나를 비롯한 서(西)아프리카 사람들의 북인 ‘젬베’를 두드리는 법도 배우고 싶습니다.

아니면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에게서 (일종의) 찹쌀떡을 찌는 법을 배우거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에게서 (영국인들이 오기 전부터 그들이 만들어 먹었던) 진짜 부시 브래드(Bush Bread. 밀가루와 우유와 달걀과 이스트와 설탕이 없는 “빵”)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브라실(영어권에서 ‘브라질’로 부르는 나라의 바른 이름)에 가서 카포에이라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나, 탄자니아에 가서 ‘팅가팅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인생은 짧은데, 배우고 싶은 게 이렇게 많다는 건 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증거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7. 실업자라서, 그리고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밖에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은 집에 틀어박혀서 종이책을 읽는 것뿐입니다. 지난해에는 책을 서른다섯 권 읽었고, 올해에는 책을 네 권 읽었어요.

여행도, 외출도 마음대로 못 하니, 책을 펼쳐 들고 그 안에 뛰어들어서 마음껏 돌아다녀야죠.

저는 책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이제는 고대/중세/근세 중앙아메리카의 나라들과, 운남성(雲南省)에 있던, 제하(諸夏 : 북경[北京]이 수도인 나라)와는 따로 발전한 독립국가 남조국(南詔國)과, 그 밖의 다른 나라들을 같은 방식으로 ‘여행’합니다. 어떤 작가는 ‘글로 만든 황홀한 감옥’에 갇혀서 살았다는데, 저는 책 속에서 현실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리고. 책 속에서 현실에서는 여행할 수 없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는 ‘호사’를 누리네요. 책 속에서 여행만 하지 말고, 배우는 일도 마다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만약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치료제가 나오면, 그리고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그땐 지체하지 않고 국내 여행을 시작할 겁니다.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 가 보고 싶어요)

8. 제가 요즘 보는 만화들 가운데 대부분이 연애물입니다. 그것도 자극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랑만 다룬 것들이지요.

제가 왜 이러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제가 사랑에 실패하고 지금까지 열여섯 해 동안 홀몸이고(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고 다른 여성들을 몇 번 만났습니다만, 다들 절 거절하더군요), 집에서는 부모님이 가정불화를 일으키며 서로 비난을 하시며(말하자면 속이 쓰려서, 이 정도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한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저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이런 쓰라린 현실을 잊으려고 사랑 이야기를 찾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도 한 몫 하고요.

이런 저는 ‘실패작’일까요? 제가 ‘모자라는 나쁜 놈’이라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걸까요? 이럴 땐 헝가리나 체코나 브라실에서 자신의 ‘짝’을 만나는 데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사랑하고, 사랑 받는) 한국 남성들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머리로는 이런 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뻔히 압니다만, 가슴(심장)으로는 ‘내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모르겠어. 내 앞에서는 “새로운 문”이 안 열리는걸.’ 하는 생각이 들어, 이 태도를 바꾸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자신이 한심해 보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 때가 안 되었을 뿐이야.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내 몸과 마음을 가꾸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그 다음 다시 사랑을 시도하면 돼.’하고 되뇌면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때가 어느 때가 되건 기다리겠어요.”

9. 다른 나라의 과자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 튀기지 않은 감자칩인 말레이시아 산(産) 과자와, 찹쌀과 코코넛(야자)과 설탕으로 만든 비엣남 산 과자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둘 다 우연히 동네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만난 과자들인데, 틈만 나면 사 먹습니다. 말할 것도 없는 이야기지만, 건강을 생각해야 해서, 그것들을 한꺼번에 다 먹지 않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쪼개서 먹어요.

이 둘이 (아무것도 섞지 않은) 홍차나 아메리카노와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전 우리 조카들(우리 남동생의 딸들)에게도 이 과자들 가운데 하나(찹쌀 과자)를 주었고, 제수씨에게도 주었죠(다행히, 그들도 맛있었다며 저한테 고맙다고 했습니다).

유튜브에 보니까, 브라실의 젊은이들이 한국 과자들을 먹으면서 “이것은 맛있고, 저것은 그저 그렇고, 이건 별로야.”하고 솔직하게 평가하는 움직그림이 있던데, 비록 그들이 저와 나라와 나이와 인종과 문화는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산 감자 칩은 아직 우리 조카들에게 나눠주지 못했는데, 나중에 그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면, 시험 삼아 나눠주려고 해요. 부디 이번에도 결과가 좋기를 바랄 뿐입니다.

10. 제가 우리 조카들(그러니까, 우리 남동생의 딸들 말이에요)을 자주 돌보았는데, 제가 잘하는 것이 그림을 그리는 것밖에 없어서, 스케치북을 열고 그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면서 함께 놀았어요.

그 뒤 한동안 그 아이들이 안 와서 그림을 그려준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제수씨가 저한테 고맙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시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아이들하고 놀 때 그림을 그리면서 놀아주었기 때문에, 맏딸은 유치원에서, 둘째 딸은 어린이집에서 저를 본받아 그림을 잘 그리고, 그 때문에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는다고 대답했어요.

저는 “제가 뭐 한 게 있나요?”하고 말하면서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자, ‘그래도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으로 놀라고 기뻐했죠.

그리고 제게는 초등학교 6학년인 조카(우리 형의 맏딸이에요)가 있는데, 그 애는 아주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요.

그런데 그 애가 며칠 전, 저한테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그 애가 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고대 페르시아 제국(아케메네스 왕조)에 대해 설명했대요. 선생님이 그 애의 말을 다 듣고, “아주 잘 했다. 정확하네! 그런데 누가 그걸 가르쳐 줬니?”하고 물으셨답니다.

그때 그 애(우리 조카)가 “네! 우리 삼촌(그러니까, 저 말이죠)이 저한테 가르쳐 주셨어요!”하고 대답했다나요.

그 애가 그 모든 걸 저한테 다 말해주었는데, 정작 기뻐해야 할 저는 어리둥절했고 당황했죠. 저는 그 애한테 따로 시간을 내서 아케메네스 왕조의 갈마(‘역사’를 일컫는, 순수한 한국어 낱말)를 가르쳐 준 적이 없었거든요. 아니, 그런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애가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어? 내가 얘한테 그걸 가르쳐 주었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리둥절했던 거죠.

다른 식구들이 그 말을 다 듣다가, 제게 “네가 말해주고 나서 잊어버렸겠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해서,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아뭏든 그때도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게 기뻤고, 예상하지 못한 칭찬이자 감사라 더더욱 즐거웠으며, ‘아, 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 앎과 내 말과 내 글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걸 깨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친척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그건 좀 어렵네요. 하지만 이건 “멀지만 가야 할 길”이죠. 신발끈을 고쳐 매고, ‘길’을 걸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11. 영화 <기생충>은 오래전에 봤습니다. 오래전에 여러분 앞에서 한 다짐(영화를 보겠다는 다짐)을 지켜서 기뻐요. 전 코로나가 퍼지기 훨씬 전에 영화관에서 봤죠. 보면서 착잡하고, 씁쓸하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어쩌면 이것도 현실의 한 단면은 아닌지. ‘나는 잘 나서가 아니라, 다만, “운”이 좋아서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겪은 비극을 피했을 뿐인 건 아닐까? 나는 이런 현실에 어떤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합니다.

12. 요즘 기자들과 유튜버들이 하는 짓을 보고 듣노라면, 대다수 한국 언론인들은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고, 거짓말쟁이들이며, 선동의 대가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서른 해 전에는 정치인의 거짓말에만 신경을 쓰면 되었는데, 이제는 기자나 유튜버들의 거짓말도 경계해야 하니, 더 힘드네요. 찌꺼기와 쓰레기를 체로 거르듯이, 이젠 기사나 뉴스도 ‘거르고, 거르고, 걸러서’ 받아들여야 할 판입니다. 언론이 죽으면 사회가 죽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참으로 우울하고 답답합니다.  

13. 얼마 전부터 든 생각인데, 제가 완전히 불행한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사랑을 했고, 그것이 제 의지로 한 일이었으며, (지금이니까 털어놓는 것이지만) 제 옛 애인의 동무(같은 여성)는 저와 제 옛 애인의 연애를 보며 질투하고 부러워했고(저는 옛 애인과 사귈 때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제가 애인에게 버림받고 난 뒤, 뒤늦게 저를 짝사랑하던 여성이 한 명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그 여성이 제게 털어놓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습니다. 애인과 헤어지고 난 뒤, 그 여성이 제게 말하더군요. 뭐 그 여성과는 – 애인과 헤어진 뒤에도 - 사귀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살면서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하고,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람한테서 사랑받은 게 훨씬 낫지 않습니까? 누군가가 제 사랑을 보며 질투할 정도로 사랑을 한 게, 그런 질투도 사지 않고 쓸쓸하게 산 것보다는 훨씬 낫고요.

그리고 비록 제가 첫사랑에 실패했지만, 그럼으로써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제가 사랑을 할 때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사랑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그러니 “실패를 거울삼아”, 만약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면 그때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이건 완전한 불행은 아니죠. 그냥 시도했고, 실패했고, 깨달았고, 단지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는 ‘휴면’일 뿐이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14. 스무 살이 넘고 나니, 싫어진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안경이고 다른 하나는 수염입니다. 어릴 때와 10대일 때에는 안경을 쓴 얼굴이 ‘잘 생기고 멋있는 얼굴’인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까, 안경만큼 거추장스럽고 싫은 게 없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근시가 되는 게 아닌데(한숨). 여러분, 만약 안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눈이 좋다면, 절대 근시가 되지 마세요.

그리고 수염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10대일 때에는 수염에 푹 빠져서 살았습니다. 수염을 기른 남성은 ‘멋있는 남성’이라고 믿었죠. 그래서 수염을 기르겠다고 고집하다가 집안 식구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스무 살이 넘으니,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수염이 싫어지더군요. 수염을 기르면 지저분해 보이고, 수염 때문에 못 생겨 보이고, 수염 때문에 나이가 많아 보이고, 수염을 기른 남자는 피곤한 사람이나 환자로 보였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면도기를 들고 수염을 깎기 시작했죠.

지금은 하루에 두 번 수염을 깎습니다. 한 번은 전기 면도기로, 다른 한 번은 거품과 수동식 면도기로요. 도대체 왜 10대일 때 수염을 기르려고 고집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의아하기만 해요.

비록 제 얼굴이 못생겼지만, 그래도 수염을 깎고 살을 빼고 화장품을 바르면 조금은 덜 불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수염을 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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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제가 여러분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인데, 재미있게 읽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부디 지루하지는 않으셨기를 빕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제가 겪은 일들을 다 털어놓지는 않았고, 제 생각들을 다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때로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진실과 사실을 감춰야 하니까요. 이런 저를 너무 타박하지는 말아주세요. 이만 줄입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해 드릴게요.

- 비가 쏟아붓는 날인 음력 4월 4일에, 돌베개가 유튜브로 빅토르 최의 노래와, 림 반나(Rim Banna)의 노래와, 호남 우도 사물놀이를 들으며 몇 자 적다

(덧붙이는 글 : 요즘 외치고 싶은 말 가운데 하나는 “버마[미얀마] 민주주의 만세! 버마에 사는 모든 민족들에게 자유를!”입니다. 아, 또 있군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방사능이 담긴 오염수를 버리지 마라! 그건 살인이다!” 또 다른 말도 있어요. “도대체 왜 김치가 제하[諸夏] ‘한족[漢族]’들의 ‘전통문화’라고 우기는 거야? 그게 말이 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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