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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引月)> 29화를 간단하게 맛본 글
 돌베개    | 2019·11·16 20:49 | HIT : 118 | VOTE : 14 |
1. 내가 <인월> 28화를 보면서 느꼈던 긴박함과 애타는 마음을 다 내다 버리고 싶다. 조인수(아래 ‘인수’)는 허봉수, 아니, ‘달구’의 ‘공격’을 철저하게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의 냉정함과 매정함을 보며, 예전에 품었던 생각 - 인수가 불행한 사람이며, 그 불행을 등에 짊어진 채 악착같이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라는 생각 -을 버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허봉수를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형편없는 나라(고리 조정) 때문에 납치당해 다른 나라로 끌려가 종으로 살았던 불행한 사람? 아니면 부정한 청탁을 요구하는 썩어빠진 인간?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나는 허봉수에게 떡을 주어야 하나, 아니면 “돌”을 던져야 하나? 이번 연재분을 읽으며 여러 모로 착잡했다.

허봉수가 하는 말 가운데 옳은 것도 있고(이를테면 “높으신 분네들”이 “무지랭이 백성”들보다 “부정한 짓”을 더 많이 한다는 말), 그가 안쓰럽기는 하다만, 나는 그에게 “왜구도 못 막아내서 사람 팔자를 요 모양으로 꼬아놓았다고요? 아저씨, 한 마디만 할게요. ‘어린 도령’의 화풀이 감으로 살아야 했던, 왜구 이전의 삶이 ‘좋은 삶’이었어요? 그 도령에게 ‘이 닭대가리 달구 놈아. 죽어. 죽어.’하는 말을 들으면서 ‘주먹질과 발길질’도 ‘그저 굽신거리며 받아내고 있었’던 그 삶이 그리워요? 그런 삶이 그리워서 인수를 찾아오셨다면, 완전히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왜구(倭寇)의 종으로 살았던 삶이 지옥인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에 동족의 종으로 살았던 삶이 더 나았던 건 아니에요. 옛날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다른 길을 걸으셔야 해요.”하고 쓴 소리를 하고 싶은 심정이다.

민중 가운데 많은 이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옛날로 돌아가지도, 다른 나라의 종으로 살지도 않는 ‘제 3의 길’, ‘가지 않은 길’을 걷게 권유할 것인가? 내가 볼 때는 김혜린 선생님과『인월』이 던지는 물음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오늘날에도 ‘닭대가리’ 같은 허봉수들은 넘쳐난다는 것을 덧붙이고자 한다.

2. ‘내가, 청우 조인수다.’하고 생각하며 대궐로 들어가는 인수를 보며, 처음으로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이제까지는 인수가 거짓말을 하고 신분을 속였어도 이해했고, 그에게 공감했으며, 그가 성공하기를 바랐고, 그는 죄가 없고 사회가 죄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천민 출신이면서도 진짜 조인수의 옛 노비인 허봉수에게 매정하게 굴며 그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하는 모습을 본 뒤 그가 ‘조인수’라는 가짜 이름을 되새기는 장면을 보니, 인수가 잔인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의 거짓이 결국은 그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그의 ‘타락’과 ‘파멸’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가? 우울하기 그지없다. 부디 이런 내 생각과 예감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3. 이번 연재분을 다시 훑어보니, 왕연은 ‘현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면서도,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지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타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머리가 없는 사람처럼 구는 왕’이나, 무엇이 잘못인지 생각하지도 않는 권문세족들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람이 가장 안쓰럽다. 바른 일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다 잊고 ‘확실하게’ 나쁜 놈이 되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어중간하게, 뻔뻔하게, 비겁하게, 비굴하게 나쁜 ‘척’을 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안쓰럽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왕연을 보며 … 자신(自身)을 떠올린다. 그래서 더 부끄럽다.

4. 공제 왕우 선생(아래 왕 선생)이 “하늘도 … 땅도, 부처도”하고 중얼거린 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짐작이 간다. 여름지기(‘농민[農民]’/‘농부[農夫]’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들의 삶을 망치는 “냉해”를 걱정한 뒤 한 말이니, 아마 “매정하고, 무정하구나!”하는 말을 덧붙이려고 하신 건 아닌지. 뭐 요즘은 나도 그런 말씀에 동감한다. 하늘은 때로는 매정하게 사람들의 불행을 내버려 두니까. 요즘은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말씀을 듣고 나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 음력 10월 20일에, 하야스탄의 두둑(Duduk) 소리가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는,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이자 제자인 돌베개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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