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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의 범 대장이 던진 농담을 듣고 떠오른 사실
 ▷◁돌베개  | 2015·07·19 21:21 | HIT : 225 | VOTE : 23 |
(단행본이나 책을 일컫는『』라는 부호를 쓴 까닭은, 범 대장이 예전에 나온 적이 있는『광야』단행본에도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다)

『월간만화 보고』(이하『보고』) 9호에 실린 <광야> 연재분을 읽다가, 엽 두령과 범 대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칸을 보았다. 이 연재분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될 수 있는 한 줄여서 인용하자면 이렇다. ↓

- 엽 두령 : “그런데 알 수가 없구만. (세르게이가 - 옮긴이) 같은 동포라고 오냐오냐 할 놈도 아니고, 물건 못 팔아먹어 환장한 놈도 아니고, … 저 녀석이 아편을 너무 태워서 정신이 오락가락한가.”

- 범 대장 : “쯧, 두령. 내가 이 말은 안 할려고 했는데, <내가 저 친구 취향인 거라고>.”  

나는 처음 이 대사를 읽을 때에는 그냥 멍했고(별로 안 웃겼다), 그래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보고』9호를 펼치고 <광야> 연재분을 다시 읽으니까 이 대사와 범 대장(그리고 엽 두령도!)의 표정과 문제의 그 대사가 너무 웃기는 것 아닌가? ‘아하! 범 대장이 허세를 섞어서 일부러 농담을 했네!’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범 대장은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곳에서, 적이 점령한 사지(死地)에서 몰래 돌아다니면서도, 풀어진 표정으로 농담을 하며 ‘거만하게’ 구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나는 그를 보면서, 실존인물이자,『광야』의 주인공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증언이 떠올랐다. 그 실존인물이 한 말도 옮겨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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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시작)

“일반적으로 '독립 운동'(‘독립투쟁’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 옮긴이) 하면 곧 '비장함'과 '처절함'에다 연결시키는 경향들이 있는데 그것은 일면(一面. 한쪽 면 - 옮긴이)만을 너무 강조하거나 부각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지 혈육과 친지들을 다 고국에 남겨두고 단신(單身. 순우리말로는 ‘홀몸’이나 ‘혼자’ - 옮긴이) 외국으로 뛰쳐나와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5년씩, 또는 15년, 20년씩 풍찬노숙(바람을 맞으면서, 집이 아니라 길가에서 자는 삶. - 옮긴이)의 간고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일 년  열두 달 삼백예순날(음력으로는 1년이 365일이 아니라 360일이다. 서기 1960년 이전에는 배달민족도 음력을 썼다 - 옮긴이)을 밤낮없이 우국지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그러니까 애국심 - 옮긴이)에 잠겨만 있다면 사람이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지레 말라죽어버리지.

그러므로 장난기와 농담은 언제나 우리와 더불어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경우에도 장난기는 우리를 떠나지 않았고 또 아무리 위급한 고비판에도 재치 있는 농담은 역시 오갔다.”

- 김학철,『최후의 분대장』(문학과지성사 펴냄, 서기 1995년), 201쪽

(인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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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범 대장은, 김학철 선생이 깨달으신 이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 저 친구(세르게이)가 내게 반한 거라니까? 그래서 ‘거래’에 나서는 거라고!”라고 ‘허세’를 떨고 농담을 한 건 아닌지.

그런 식의 “장난기와 농담”으로 적의 총칼과 감시자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현실을 비웃고, 자칫 잘못하면 긴장과 투쟁으로 망가질 수도 있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른 것임이 분명하다. 나는 이런 범 대장이 마음에 든다.

나도 현실이라는 싸움터에서 내 ‘적’들과 치고 박고 싸우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그걸 내버려두지 말고 범 대장처럼 웃고 농담하고 장난치면서 나를 말려 죽이려는 모든 것과 싸워야겠다(나는 범 대장의 말과 김 선생님의 글을 읽고, 농담과 장난을 싫어하는 내 됨됨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 어제 우리 동네 서점에서『오베라는 남자』라는 소설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인 돌베개가 쓰다(당분간은 스웨덴 소설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여러분도 한번 이 소설을 사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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