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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 나오는 인상 깊은 지문들
 ▷◁돌베개  | 2015·01·23 23:52 | HIT : 223 | VOTE : 29 |
* 지문 : 만화에 나오는 작가의 설명문. 말풍선 안에 들어가는 대사와, 상자  안에 들어가는,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글을 뺀 나머지 글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바탕글’이라고 한다.

「광야」가『보고』에 실리기 시작한 것을 기뻐하며, 예전에 사서 읽은『광야』의 단행본에 실린 지문들을 인용합니다.

- “패자(敗者)의 대지에도 싹은 돋아나는 법이니 -.”

→ 황이강이 된 꽃네의 집안을 소개할 때 나온 지문입니다. 아마 “패자의 대지”라는 것은 식민지 조선을 일컫는 말이겠지요. 저는 이 지문(바탕글)을 ‘한 번 졌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제가『광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문입니다.

- “세계(世界)는 끓는 기름, 누구를 튀기는가?”

→ 김재우가 간도(아니 만주라고 해야 할까요?)로 달아난 뒤 자신의 방에서 여동생인 김재순이 나오는 꿈을 꾸다가 일어났을 때 나온 지문입니다. 물론 이 지문은 서기 1930년대 초에 일어났던 세계사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룬 지문들이 나온 다음에 나오죠.

얼마 전, 저는 이 지문을 곱씹었는데요, 그 때 ‘만약 “세계”가 “끓는 기름”이라면, 그 “기름”은 김재우를 비롯한, “세계”에서 억눌리고, 빼앗기고, 쫓겨난 사람들을 튀기는 “기름”일 거야.’라고 생각했죠.

지금 “세계”가 돌아가는 걸 보니, 꼭 80년 전 같아서 이 지문이 서기 1930년대가 아니라 오늘날의 상황을 설명한다는 ‘착각’이 들더라고요(우크라이나 내전이나, 유럽연합 안에서 커지는 인종주의/종교 차별이라던가, 전 세계적인 불황이나 빈부격차, 아시아 안에서 벌어지는 영토를 둘러싼 대립, 버마 정부의 로힝야 족 탄압, 수리야[시리아] 내전을 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혹시 나도 “세계”라는 “끓는 기름” 안에서 서서히 튀겨지고 있는 튀김인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바쳐지는 튀김이지? 누가 나를 튀기지?’라고 생각하면 영 기분이 안 좋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튀김이라는 걸 아예 모르고 서서히 튀겨지는 것보다는, 그래도 자신이 “끓는 기름”인에서 튀겨진다는 걸 알고 괴로워하는 편이 낫지요. 후자는 어떻게든 “기름”을 끓이는 ‘불’(세계를 불안하고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드는 까닭들)을 끄고 “기름”밖으로 튀어 나가려고 할 테니까요. 김혜린 선생님,『광야』를 통해 제가 “끓는 기름”안에서 튀겨지는 튀김이라는 걸 일깨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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