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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과 '베르사이유의 장미'
 경계인간  | 2004·05·04 01:21 | HIT : 1,504 | VOTE : 105 |
난 어설픈 국산품에 있는대로 수식어 가져다 붙이면서 외제보다 더 낫다고 떠벌리는 인간들을 경멸한다. 외제면 무조건 좋다고 해바라기 하는 작자들보다야 좀 낫지만, 도저히 상대가 안되는 함량 미달의 상품을 가지고 입에 발린 칭찬 떠벌려대는 짓도 짜증나기는 마찬가지인게다.

그런 관점에서 본 결과 김혜린씨의 '테르미도르' 와 '북해의 별' 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베/장(이름도 길군) 이 더 많이 팔렸으니 더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내 감성에는 김혜린씨가 더 잘 맞는다.

나는 머리가 왠만큼 큰 뒤에 순정만화를 봤다. 그 덕분인가?  다른사람들에게는 의식화의 원흉으로 규정되던 베/장 이 내겐 뭐 별로.. 사실 그 물건이 왜 그리 잘 팔렸는지 궁금하군. 굳이 매력을 찾아본다면 독특한 여주인공 정도일까?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여주인공이 그 시대에는 드물었다고 한다. 다카라즈카 에서 베/장을 주된 공연품목중 하나로 삼는게 괜히 그런게 아니라더군.

베/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그걸로도 글 한개는 완성될테니 넘기고, 여러 꿈많은 소년소녀들을 혁명의 구렁텅이로 쓸어넣었다는 프랑스 혁명 이야기란게 좀 모자란 기분이었다. 혁명 이야기는 꼬랑지에 쥐꼬리만큼 나오는데다, 그 혁명에 대한 작가의 논조도 무지 기분나빴다. 왕비가 잘 했으면 안하고 넘길 수 있던게 실수해서 터졌다는 식이었다. 평민에게 호의적이라는 오스칼씨도 동전 땡강땡강 던지시더군, 나라면 그거 안받고 굶어죽고 만다.(실제 그 상황에서 뿌리칠 수 있을지는 일단 논외다.)

그래서,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본 결과는 엄청난 실망이었다. 북해의 별이 미숙하지만 뚜렸한 새 세상에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혁명의 이면을 비춘 테르미도르도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중점은 민중에게 있었다. 그런데 베/장 은? 그게 어떻게 혁명 이야기인가? 그저 영웅담일 뿐이다. 김혜린의 영웅담이 인간적인, 우리와 살 비비고 사는 영웅들의 이야기라면 그것은 인간세상과 유리된 영웅의 이야기이다. 잘나신 분들께서 우릴 이끌어주실 이야기 인 것이다. 하나의 작품만 보고 남의 작품세계를 멋대로 재단하는 짓이 건방진 줄은 잘 알지만, 베/장에서 보인 작가의 세계관은 도저히 전선에 나설 사람의 것은 아니었다. 전선은커녕 가진자들의 앞잡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군. 무지렁이들과는 다르신 잘난 분들께서 무지렁이들에게 한 푼 던져주시는 이야기다.

앞에서 다소 시비조로 해석될 수도 있는 글을 썼지만, 나는 김혜린이 미치도록 좋다. 순정만화를 탈탈 털어봐라. 김혜린처럼 '민중적인' 작가가 있는가? 왕자가 나오고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막연한 부러움과 동경을 그리지 않는 작가가 얼마나 되는가? 귀하신 분 들이 천한것들, 불쌍한것들에게 한푼 던져주는 것을 엄청난 자비인양, 천한 것들은 목숨바쳐 갚아야 할 은혜로 묘사하지 않는 작가가 또 있는가?

음.. 흥에 겨워 썼습니다만, 반말이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계급투쟁적인 글 자꾸 써서 죄송합니다. 보기 지겨우고 짜증나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김혜린 만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민중성인지라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니 그런가보다 해 주세요. 요즘 하는 공부가 그런 쪽이라 자꾸 계급투쟁쪽으로만 생각이 흐른답니다. 이번학기 과제물도 죄다 이쪽으로 흘러 버렸습니다.

실은 '시대물 순정만화에 드러난 계급의식' 이라는 논문을 써 볼까도 생각했는데.. 쓰기엔 재미있을지 몰라도 졸업은 포기해야 할 거라는 친구 말에 고민중이랍니다.
paraban 그래도 쓰고싶은 걸 쓰는게 좋지 않을까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논점도 변하기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영영 못쓰고만답니다.

04·05·04 12:48 삭제

무타 파라반님..말씀에..올인 10000000% 동감..그 시절의 그 감정은..그때..아니면..좀 어렵지요..꼭 졸업논문(?)이 아니더라도.아름다운 청춘시절에..한편의 자화상같은.논문.

04·05·08 12:23 삭제

무타 생각만해도..흐뭇하네요..여기 올려주시면..더 좋구요..ㅋㅋ

04·05·08 12:2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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