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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의 목소리
 musapa  | 2002·09·19 00:47 | HIT : 1,359 | VOTE : 61 |
내가 김혜린 선생님의 [아라크노아]를, 선생님의 모든 작품 중 가장 좋아하고,
또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는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불세출의 캐릭터 블라디미르 때문이다.

"아, 물론 당신의 자유다.
볼륨을 더 올리든 내리든, 그만 닥치라고 짜증내며 TV를 꺼버리든,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치원까지 포함한 토탈 13년간의 세월동안,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그 자리에 서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한다며 세뇌당했고,
선택과 존재에 대한 자유보다는 통일과 단합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획일함에 세뇌당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 외쳤던 트리나 플러스가 무안해할만큼 남을 앞서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세뇌당했던,
세뇌당하는 중에도 왠지 석연치않은 느낌과 속았다는 느낌에 찜찜해하며 반항하다 기성세대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했던,
그렇지만 세뇌가 중단된 이후, 공중에 부유하며 떠돌아다니던 나의 인생은,
블라디미르가 웃으며 나직하게 이야기하는 그 한 마디에,
나름대로, 딴에는 엘리트라 자부해왔던 내 인생은 그야말로 완전히 삐꾸가 나버리고 아작이 나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쾌하기 짝이 없는 일갈의 순간이었다.

자... 이제 블라디미르의 노래와 목소리에 관한 갖가지 상상을 해볼까나...?
이런 순간이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니 아주 아주 즐겁게, 즐겁게...  
(히죽 ^----ㅜ^)

블라디미르의 평상시 목소리는,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목소리다.
리안을, 케이를, 크리슈나를, 그리고 지나를 껴안으며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떠버리 히피의 초상같은 그가 가진 목소리는,
약간 나지막하게 깔리는 베이스에,
웃음을 터뜨릴 때마다 그는 목젖이 보일만큼 고개를 젖힌다.
약간의 쇳소리가 꺼르륵하게 울린다.

블라디미르가 울부짖는다.
"너희들도 가엾다! 나와 같다! 너희들은 그럴 권리가 없다! 내 소멸의 자유는 너의 것이 아니다!"라며 히스테릭하게 외치는 그의 음색엔,
쇳소리가 한결 더 거칠어져있다.
대충 반으로 쪼개놓은 나무 위에 손을 대고 결 반대로 스르륵 쓸어내릴 때의 거친 느낌같은,
자다가도 화장실에 가고싶어 본능적으로 후다닥 일어나는 어린 소년이 느끼는  조바심,
그 움찔하는 본능이 파닥파닥하게 살아있는 그런 쇳소리 말이다.

블라디미르가 운다.
"이미 가버리지나 않았을까 했는데... 오...나의 친구...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이 아나...?"라며... 리안을 안고 작게 흐느끼며 운다.
그의 베이스는...어느 틈엔가 여린 바리톤으로 섬세하게 울려 떨어버리고 있다.
눈물 한방울의 무게에 떨려버리는 가엾은 바이올린의 현처럼...

블라디미르가 노래한다.
"배고플 땐 허니박스! 오! 빌어먹을 해피데이! Ah-------!'하며 거칠게 노래를 가슴으로, 배로 숨쉬며 내질러버린다.
그의 목소리에 섞여있는 쇳소리가 커져간다.
달궈질대로 달궈져 [불의 검] 아라가 자그마한 몸뚱이를 던져 두드리던 망치질에
카랑카랑하게 반응하며 연마되던 산마로의 검날처럼,
그의 쇳소리의 순도는 노래를 부를수록 끝도 없이 점점 높아만 간다.
멀티비전을 통해 보고 듣고만 있던 사람들이 점차 미쳐간다.
산성비가 내리는 화성의 어두운 거리로 뛰쳐나가 이유모를 괴성을 지르며,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당신도 조금은 미친 놈이지"라며 키득되는 블라디미르와 함께,
그네들 역시도 유쾌하게 키득거리며 외친다.
"Cry-----!"라며.

블라디미르가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 콘서트...마지막 노래다.
"내 넋두리가 그대 생각에, 바쁜 그대에게 어찌 들릴지 몰라도,
이봐...
난 아무것도 아니고 또 외로워...그대도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부디 미워하지 말자고...
그래도 그대... 정말 비웃어선 안된다
모두 사랑합니다...혹은 사랑하고 싶습니다...
혹은 아만다를..."
조금씩 느려지는 한 박자 한 박자에,
그의 쇳소리는 어느덧 허밍처럼 변해간다.
그를 바라보며 양손을 번쩍 들어 손에 손을 맞잡고 좌우로 천천히 파도치던 사람들의 움직임도 어느틈엔가 박자감을 잃고 조금씩 조금씩 느려진다.
그렇지만, 부르는 이도, 따라하는 사람들도,
그 어느 누구도 노래를, 손짓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점점 힘이 없어져 작아지는 그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메말라져 갈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하다.
사람들의 눈가에 번져가는 촉촉한 물기가 하나 둘 채워지면,
사람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이건, 단지, 빗물이라고. 한순간 흘러내리는 산성빗물.

블라디미르가 희미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See you again"이라며.
쇳소리 하나 없이, 전에 없이 희미해지고 가벼워진 아주 나지막한 음성...
사람들 또한 See you를 속삭인다.
그는 사라졌지만,
이상운석의 자동발화 속에서,
D지구의 정기강우 속에서,
사람들은 뜬금없이 블라디미르를 떠올린다.
맨발의 떠버리 히피, 존재를 생각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버린 반역의 가수,
그러나, 그런 치장에 아랑곳없이,
그저, 세상이 너무도 아름답다며,
기타 하나 덜렁 매고, 아픔도 못느낀채 맨발로 달려가던,
쉼표없는 악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아만다"를 외치던 그의 모습을 말이다...

......

피에쑤.
음...개인적으로는 임재범의 목소리가 블라디미르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크레몬 임재범보다는 방탕한 목소리일 듯.. 예전 시나위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흠.. 하긴 그것보단 좀 늙은 목소리겠넹.. *_*

02·09·23 18:51 삭제

grimpen8 블라디미르에게 담배는 독이다라거 한다면 그의 대답은,,???

02·09·23 19:39 삭제

백지 음 목소리라....전 장사익씨의 목소리가 어울릴것 같아요.혹은 김광석아제.카랑카랑한 쇳소리사이에 여유로움.......

02·09·24 12:48 삭제

紫影 전인권... 은 어떨까요. 사실 블라디미르는 멋졌어도 그의 노래는 "가사로서의 여과"를 전혀 하지 않은 듯 싶어요. 그저 나오는 대로 소리치는 즉흥가사같은.

02·09·27 18:30 삭제

紫影 그래서 쉽게 상상되지 않고, 솔직히 보면서 거북한 감이 없지 않았답니다. -.-;; 다시 읽으면 바뀌게 될지도 모르지만...

02·09·27 18:31 삭제

크리슈나 저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아라크노아인데요. 블라디미르의 목소리는 블라디미르만의 목소리지, 누구 목소리가 비슷하다곤 생각되질않아요. 전 그냥 아라크노아의 블라디미르 목소리로

02·11·08 11:24 삭제

크리슈나 기억할렵니다 블라디미르의 에고도.

02·11·08 11:24 삭제

짝짝짝. 눈앞에 펼쳐집니다.

03·02·17 14:1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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