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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 선생님 작품 속에 나타나는 '기묘한 우정'에 관한 잡생각...
 musapa  | 2002·09·16 17:24 | HIT : 1,514 | VOTE : 77 |
살다보면,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에 대한 갈증같은 것...
그런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백아'가 아닌만큼, '종자기'같은 지기지우, 지음의 벗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내가 어떤 의도였는지, 내가 왜 그렇게 했고, 해야만 하는지,
그 당위성과 대의명분에 대해 이해할 줄 아는 사람...
그러나, 어쩌다보니,
세상은 삭막하다 못해 박해지기까지 하고,
사람들이 모두 내 맘 같지 않아...라는 말을 사람들마다 입에 달고 산다.
나 역시도, 세상의 이해를 구걸하는 것은 마찬가지... 흐흐흐

김혜린 선생님 작품 속에 보면,
대결구도인 듯 보이지만, 결국은 각자의 방법론이 다를 뿐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기묘한 우정관계가 나온다.
[북해의 별]에 나오는 유리핀 멤피스와 비요른 누벨,
[비천무]의 유진하와 남궁준광,
[테르미도르]의 세자르-유제니, 줄르-요아샹,
[아라크노아]에 나오는 리안 그리피스와 맥스,
[불의 검]의 가라한 아사와 천궁 마리한...

사실, 그들의 관계는, 얼핏 봤을 때, 대립적이다 못해 적대적이기 까지 하다.
혁명과 외국군 개입의 반동파를 적극 응용, 사람을 위태롭게 만드는가 하면(비요른 누벨),
그 위험성을 뻔히 알면서 사지로 내모는가 하면(천궁),
한 여인의 사랑을 구하기 위해 조잡한 계획에 몸을 의탁하기도 한다. (남궁 준광)
그들은, 서로를 향해 창과 총과 칼로 겨누고 헛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한편,
서로에 대해 쉴새없이 인정하고 존중한다.

나같은 범인들로서는 다다르기 힘든,
아니, 다다르기에 택도 없는 경지에 올라서 힘찬 야호를 외치고있는 풍경인 것이다.
그야말로 부럽기 짝이 없는 광경이다.

학교에 다닐 당시, 나는 학생회나 데모에 주동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시대의 흐름과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런 저런 여러가지 난무하는 주장들에 관해, 나름대로의 주관에 따라 기다, 아니다를 정확히 밝혔던 수많은 다수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그런 나를 포함한 다수가,
극과 극으로 나뉘어있던 각 양론에 치여 반동스런 회색분자로 낙인찍혔고 마녀사냥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던 상황을 깨달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더더구나, 그 제일 앞 줄에서,
내가 인정했던, 내가 아꼈던, 내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라 생각했던 녀석을 발견했을 때의 충격과 경악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돌이켜보건데, 나는 아마, 그때 꿈을 꾸고 있었나보다.
스스로의 생각과 이데아에 대해선 철저히 그 당위성과 대의명분을 주장하고 그 생각에 대해 책임을 끝까지 지는 꿋꿋함을 지닌 친구들,
그 친구들이 모두 함께 모여 개인적인 자리에 모였을 때는,
서로의 어깨를 도닥거려주며
안주라곤 김치 한 조각이어도 그걸 잘게 잘라먹으며 술 한잔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함...
그것이 현실 속에선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는 것을,
난 아마도, 그땐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그 꿈을 마냥, 하냥없이 졸업할 때까지 꾸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혜린 선생님 작품들을 보면, 사실 그 점이 은근히 불만스럽고 화가 난다.
자기 주장에 대해 철저하면서도,
자신과 대립되는 위치와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또 온전히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때론 도와주기까지 하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조건적으로 그 편이 되어주는 마르키, 지크 같은 사람들까지 보고 있노라면...으으으...  나는 속좁은 질투의 화신이 되고 마는 것이다. ㅠ.ㅠ)
그것은, 또한, 내게, 김혜린 선생님 역시,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낭만파가 아닐까...하는 확신마저도 들게 한다.

버뜨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혜린 선생님이 계속하여, 대결구도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기묘한 우정이 계속해서 그려지길 바란다.
비록, 그것이,
현실 속에 살아가는 나같은 목마른 범인들에게 던져지는 탄산음료같은 존재라 해도,
그리하여 마시면 마실수록 계속해서 타들어가는 목을 발견하게 될지라도,
그들의 기묘한 우정을 잠깐, 아주 잠깐이라도 훔쳐봄으로써,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 명은 더 늘겠지...하는 작은 희망 하나를 가져보는 설렘...
그 느낌을, 나는 내가 살아가는 끝까지 가져보고 싶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또 하나의 느낌이니까...
비록, 그 희망이, 그 바램이, 그리고 김혜린선생님이 그려내신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 이 현실 속에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한바탕의 꿈이요,
이 세상에서 보다 폼나게,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절대로 열어봐선 안될 판도라의 상자, 절대로 먹어선 안될 금단의 열매라 할지라도 말이다.

p.s 무슨 말인지...나도 써놓고 나니 내가 뭔 말을 했는지 잘 몰겄다. ㅠ.ㅠ
언어의 한계...
그냥, 선생님께 보채고 싶었나보다.
"쌤!!! [아라크노아]!!! 보구자바여...잉잉잉..."
이렇게... ^^;;;
무스탕 무사파님. 정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02·09·17 00:54 삭제

백지 무사파님 글을 참 잘쓰시네요.무사파님이 이야기한 것이 꿈이라면 전 아직도 그꿈을 현실에서 꾸고있군요.참 살벌했던 시기였지요.같은 둥지안에선 지켜지던 원칙들이 그둥지를 벋어나면 지켜

02·09·18 12:56 삭제

백지 지지 않을때,그 저열한 모습이 운동인가한는 실망감도 많았드랬죠.그래도 위안이되는건 그꿈에서 존재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보기도 했답니다.많이 조급하고 여유없던 시절이었던것 같네요.지금

02·09·18 13:00 삭제

백지 은 균형을 잡아주는 잡지내지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죠?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02·09·18 13:02 삭제

musapa 혼란하고 어지러운 마음에 횡설수설 늘어놓은 수다에 정말,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백지님 ^^;;; 암튼 감사드립니다 ^^

02·09·18 14:16 삭제

grimpen8 무사파님의 개인적 사견이 잃었던 혹은 잊고있던 내안의 가파른 열정을 불러일어키는군여 버겁어서 손을 놓고,,타협과 안주했던 ,,이런 내모습이 별 시원찮았던 건 아니지만....

02·09·23 19:0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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