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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引月)> 30화 살펴보기 – 2
 돌베개  | 2021·09·12 18:05 | HIT : 9 | VOTE : 0 |
1. ‘정지’ 장군님이 고리(高麗) 조정이 “화통도감”과 “수군만호부”의 “예산”을 줄인 현실을 알면서도, ‘그렇다 해도 - (우리가, 아니 내가 : 돌베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만약) 우리 바다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땅도 지켜낼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시는 장면을 읽고, 백 번 공감했다.

설령 정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백성(또는 시민/국민)이나 깨어있는 벼슬아치나 군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나라를 지켜야 하는 법이니까.

또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북쪽 길을 뺀 거의 모든 길은 바다로 통하는 법이니, 바다를 지키는 일은 곧 고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말은 진실일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아니, 641년 전 – 그러니까『인월』의 배경이 되는 고리 말기 – 과는 달리, 이제는 휴전선이 한반도(또 다른 이름은 ‘조선반도’. 이 이름은 수도가 평양인 ‘조선 공화국’과, 수도가 북경인 나라 제하[諸夏]와, ‘일본’이 쓴다) 중부를 가로막아 북쪽으로 가는 육로가 막혔고(대신 조선 공화국은 남쪽으로 가는 해로가 막혔다), 이제 남은 건 동쪽과 남쪽과 서쪽으로 가는 뱃길들/항공로 뿐이니, 정 장군님의 말씀은 고리 말기보다는 오늘날(서기 2021년 현재)에 더 걸맞은 말씀인 건 아닌지.

무역로뿐 아니라, 군대의 무대이자 통로로 쓰이기도 하는 바다들을 놓고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독도를 노리는 ‘일본’의 도발이나, ‘남중국해’를 다 차지하려고 하는 제하의 탐욕이나, 대만과 제하의 대립이나, 러시아 전투기의 독도 인근 비행을 보라.

덧붙이자면, 6세기 전에는 왜구가, 이제는 어부(그러니까 민간인)인 척하며 다른 나라 바다(예를 들면, 한국의 남해와 동해)에서 수자원을 약탈하고, 물고기를 비롯한 해산물을 마구 잡아들이며, 한국 해경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해양경찰들이나 해군을 거침없이 공격하는 제하 ‘한족(漢族)’ 민병대를 보면, “역사(순수한 한국어 낱말로는 ‘갈마’)는 되풀이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가 한다.

연도만 바뀌고, 겉모습만 바뀌고,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국적만 바뀌었지, 갈마 자체는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 해군과 한국 해경은 –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하는 ‘바탕’인 한국 정부와 한국 시민들은 – 정 장군님이 하셨던 것처럼, 병기(兵器)를 들고 적과 싸워야 하리라.

나는 이것이 우리가『인월』같은 역사 만화를 만들고, 읽어야 하는 까닭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일과 비슷한 사례/사건이 있었다면, 그때 옛사람들이 한 말과 행동을 참고하여, 지금 겪는 일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갈마를 파헤치는 일은 ‘재미삼아 하는 놀이’가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될(또는 반면교사가 될) 또 다른 현실을 찾아내는 일’임을 기억하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카)”다!

2. 정 장군님이 투구 끈을 고쳐 매면서 ‘목이 타는군 ….’ 하고 생각하신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 생각의 뜻은, 아마 ‘물이나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것 말고도, ‘(고리) 조정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데도 왜구를 비롯한 적군과 싸워야 한다니, 두렵고 불안하구나.’도 포함되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그 생각은 두 가지 뜻이 겹치는 문장으로 봐야 하리라. 내가 정 장군님이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고. 바탕글(지문)을 짧고 간단하게 쓰면서도, 이렇게 많은 뜻을 집어넣으신 김혜린 선생님께 경의를 표한다.

3. 중세/근세의 갑옷이었던 두정갑을 차려입고 싸우는 고리 군사가 참으로 멋져 보인다. 덧붙이자면, 내(돌베개)가 지난해에 본 다큐멘터리(한국의 방송국인 ‘YTN 사이언스’가 틀어준 프로그램이었다)의 내용에 따르면 이 두정갑은 겉이 가죽이고 속이 쇳조각들을 이어붙여 만든 찰갑(札甲. ‘찰’은 ‘얇은 쇳조각’이라는 뜻도 있는 한자다)이라, 화살이나 칼날을 막는 효과가 대단했다고 한다.

(그 다큐멘터리의 설명에 따르면, 비록『인월』이 다루는 시대보다 서른아홉 해 뒤의 일이기는 하지만, 이 두정갑을 입고 대마도 정벌에 나선 근세조선의 군사가 왜구의 활을 맞았는데, 분명 화살이 두정갑에 박혔는데도 근세조선 군사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왜구와 싸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아, 나는 왜 중고등학생 시절(서기 1992년 ~ 1997년) 학교의 <국사> 시간에 이런 고리 군사의 모습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지 못하고,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것도『국사』교과서가 아닌 책에서 볼 수 있었단 말인가? 한국 학교의 국사 교사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만약 이 갑옷(오늘날로 치면 군복)들을 그린『인월』이 만화영화가 되어 전파를 탄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보기 좋은 그림이 나올지! 그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즐거워진다.

4. 이 글은 두 해 전에 쓴,「<인월(引月)> 30화 살펴보기」의 ‘속편’이다. 그러니까, 그때 그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 느낌들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종의 ‘보충설명’이기도 한 셈인데, 비록 모자라는 점이 많은 글이지만, 부디 이 글이『인월』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빈다.

- 음력 8월 6일에, 집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펜을 들고 종이 위에 하고 싶은 말들을 써내려가는(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했다!), 작가 지망생이자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 돌베개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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