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은 감상글이나 창작물, 혜린님의 작품 패러디를 올리는 곳입니다.
각 글에 대해 코멘트도 남길 수 있답니다~ ^__^



VIEW ARTICLE
<인월(引月)> 30화 살펴보기
 돌베개    | 2019·11·16 21:39 | HIT : 13 | VOTE : 0 |
1. “도망간 왜적들도 마저 소탕하신” ‘박 원수’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박위 장군’이라는 네 글자가 떠올랐다. 설마, 내 추측이 맞는 건 아니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 구복이가 왜구 두 ‘마리’를 밧줄로 꽁꽁 묶어서 끌고 다니는 걸 보면서 - 그리고 “깝데기(껍데기)를 벗겨 버릴 테다!”고 외치는 걸 보면서 - 도쿄의 경제보복이나, 도쿄 시민들의 노예노동(영어권 국가의 언론사들 가운데 하나가, 제 2차 세계대전 때의 강제징용을 설명할 때 쓴 이름. 사실, 이 이름이 더 정확하다) 부정이 떠올라서 - 진심으로 “기뻐하며 즐거워 하”였다는 걸 털어놓고 싶다. 사실, 나도 구복이를 본받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갈마(‘역사’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가 639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고. 하긴 어떤 역사학자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3. 장능소 대정(아래 ‘능소’)에게 활을 겨눈 자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혹시 내가 아는 그 X인가? 하지만 일단은 말을 아끼고자 한다. 어느 조직이건, 어느 시대건, 어느 나라건, 어떤 공동체건, 어떤 무리(집단)건, 진짜 적은 내부에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4. 왕자영 낭자(아래 ‘자영’)가『목란기』를 “잘난 남정네가 삼처사첩을 거느리고 끝나버리는” “이야기책”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을 보고, 오늘날(서기 2019년 현재) 한국 사회를 좀먹고 있는 도쿄의 경소설(輕小說. ‘라이트 노벨[Light Novel]')들과, 그것들을 원작으로 삼은 도쿄의 만화책들과, 도쿄의 남성향 만화영화들과, 한 때 한국의 남성 사회에서 유행했던 3류 무협지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나라 사내들의 한심함과 속물스러움과 탐욕스러움은 수 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소설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나 이른바 ’이세계(異世界)‘에서 여러 여자를 만나서, 그들과 맺어지거나 음란한 관계를 추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가? 그리고 설령 소설의 무대가 현대나 근미래(近未來)라 하더라도, 남자 주인공 한 명이 여러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설정 자체는 바뀌지 않고 유지되지 않던가?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고, 옳은 일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악착같이 추구하고 거기에 매달리며 현실을 부정하는 작자들(더 정확히는 오늘날의 한국 남성 독자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나니”하는 옛 사람의 한탄(서[西]아시아 고전에 나온다)이 괜한 것이 아니다. 특히, 나쁜 것은 더더욱 그렇다.

작가 지망생인 나는, 절대 이런 함정 - 자영이 지적한, 이야기책의 결점 - 에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되뇔 따름이다.

5. 자영이 “어릴 땐 내가 정말 문재(文才 : 글재주)가 있는 줄 알았지만,” ‘그런저런 현실을 알고 난 후엔 왠지 ….’ 의욕이 꺾였고 시들해졌다는 걸 털어놓았을 때, ‘왕 낭자가 나 들으라고 이런 얘기를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뜨끔했다.

숨겨서 무엇 하겠는가? 사실 나도 자영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열 살 때인가 열한 살 때부터 책을 손에 붙들고 읽기 시작했고, 갈마(‘역사’)를 다룬 글도 10대 후반일 때부터 쓰기 시작했으며, 한 때는 내가 정말로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이고,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바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고, ‘진보의 전사’인 줄 알았지만,

서너 해 전부터 내가 추구했던 것들이 모두 헛짓거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게 밥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으며, 제아무리 발버둥을 치며 내 이론을 담은 글을 써 봤자, 3세기가 흐른 뒤에도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부정하는 것이 내가 믿는 것들을 부정하고 파괴하고 내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내가 추구했던 것들 가운데 대부분에 등을 돌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펜을 꺾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영이 환멸을 느꼈듯이 나도 환멸을 느껴야 할까? 내 코가 석 자인 나는 자영에게 “그래도 포기하지 마세요!”하고 충고할 자격은 없지 않은가? 한 때 글쓰기와 책 읽기에 열중했던 사람이 그 모든 것에 넌더리를 내면, 나는 그 사람 앞에서 어떻게 굴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뭐, 마음 같아서는 “그럼 시(詩)를 쓰고, 우언(寓言 : 우화)을 쓰고,『삼국사기』나『사기(史記)』같은 사서(史書)에 주석을 다세요. 수필도 쓰세요.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드러내시고, 생각을 드러내시고, 현실을 비꼬기라도 하세요. 이 세상에 글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신다면, 그래도 덜 답답하고 덜 억울하실 거예요.”하고 조언하고 싶다만, 이건 주제넘은 참견이니까, 그냥 입을 다물려고 한다. 나는 감히 말을 많이 할 자격이나 권리가 없는 사람이다.  

6. 밀무역이나 부정한 청탁을 뻔히 보고 들으면서도, 그것이 위법이요 잘못된 일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를 말리거나 막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하는 권지호 성랑(아래 ‘지호’)을 보며, 여러모로 착잡했다는 걸 털어놔야겠다.  

그는 벼슬아치다. 그리고 백성들을 위해 “미곡창”의 행정을 고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 <인월> 28화 이전의 연재분에서도 나온 사실이지만 - 자기 집안 사람들의 밀무역과 부정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고, 지금은 다른 가게의 밀무역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모순된 삶을 살면서, 속이 쓰리지 않다면, 그리고 환멸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비록 지금은 이 두 모순이 밖으로 터져 나오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지호는 그 때 견딜 수 있는가? 아니면 둘 가운데 하나를 분명하게 고를 수 있는가? 나는 그 때문에 지호가 인수 못지않게 위험한 ‘시한폭탄’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 음력 10월 20일에, ‘아, 세상이 미쳤고, 그 세상에 몸담고 사는 나도 미쳤구나! 언제쯤이면 이 둘의 병이 나아 “정상”이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며 생수를 들이키는,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이자 제자인 돌베개가 몇 자 적다

  
NO C          SUBJECT NAME DATE HIT
  <인월(引月)> 30화 살펴보기  돌베개 19·11·16 13
214   <인월(引月)> 29화를 간단하게 맛본 글  돌베개 19·11·16 11
213   <인월(引月)> 28화를 읽으며 생각한 것들  돌베개 19·11·16 10
212   <인월> 10화를 읽으며 떠올린 것들  돌베개 19·03·30 126
211   『인월』에 나오는 민중, 아니 군중을 생각하다  돌베개 19·03·30 99
210   독자의 추측 - 만화의 이름이「인월(引月)」이 된 까닭  돌베개 18·11·10 152
209   『불의 검』에 나오는 산마로와 아라 커플에게 바치고 싶은 시(詩)  돌베개 18·08·06 194
208   『비천무』의 아리수 부인(夫人)께 드리는 서신(書信)  돌베개 18·03·31 336
207   <인월> 9화를 읽고  돌베개 18·03·25 214
206   <인월>의 시대배경을 보다가『비천무』의 조연들을 떠올리다  돌베개 17·10·28 279
205   <인월> 8화 훑어보기  돌베개 17·10·15 254
204   뒤늦은 감상문 -「인월」7화  돌베개 17·10·08 230
203   「인월」6화 줄이기  돌베개 17·10·05 195
202   「인월」5화를 아주 간단하게 줄인 글  돌베개 17·07·08 203
201   <인월> 4회를 읽고 쓴 짧은 글  돌베개 17·06·11 201
200   <인월> 3회를 읽고 감탄한 까닭  돌베개 17·04·24 220
199   『이슈』5월호에서「인월」을 보고 생각한 것들  돌베개 17·04·19 201
198   『이슈』4월호에서「인월」을 보고 생각한 것들  돌베개 17·04·19 209
197   ▷◁『이슈』에 실린「인월」연재분을 읽고 느낀 점  ▷◁돌베개 17·03·06 197
196   ▷◁[단편]부부의 결심 - 해조와 무타의 뒷이야기 <전편>  ▷◁돌베개 16·12·04 293
1 [2][3][4][5][6][7][8][9][10]..[11]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GGAMBO

◆ 여기는 김혜린의 작품세계 &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