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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引月)> 28화를 읽으며 생각한 것들
 돌베개    | 2019·11·16 20:08 | HIT : 10 | VOTE : 0 |
1. 달이가 개경을 “아름답지만 추하기도” 한 곳이라고 생각한 것에 동감한다. ‘개경’을 ‘서울’로 바꾸면, 완벽하게 오늘날의 서울을 일컫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춘천에서 두 해 동안 살았던 걸 빼면) 서른아홉 해 동안 서울 시민으로 살았던 나는, 서울이 추한 점이 아름다운 점보다 더 많은 도시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는 달이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2. 왕자영(아래 ‘자영’) 낭자가 달이가 지은 옷을 보며, ‘저기에 어찌 차마 독을 바르랴.’고 생각한 것을 보고, 섬뜩했지만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처음에 자영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한 원수(!)인 홍채선 부인(이른바 ‘수자궁 마님’)에게 옷을 주려고 한 까닭을, ‘꼴 보기 싫고, 원망스럽고, 증오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친척”이고, 그 “친척”의 비위를 거스르면 양아버지(공제 왕우)와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화가 나도 참고 억지로 공손하게 구는 것인가?’하고 추측했는데, 옷에 독을 발라서 주겠다니! 결국, 복수를 하려고 했던 것임을 알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록 자영이 자신을 마음 속에 “사갈”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마음속에 독초가 피어올라’ 괴롭다고 했지만, 나는 그(자영)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원수에게 악감정을 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사람인 이상 원수를 갚고 싶은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니까(나는 내 원수에게 복수하면 안 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원수가 그 사람을 또 다시 해치지 않게 막을 권리와 의무는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리고 홍채선 부인이 백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굴며 재물을 긁어모으고 멀쩡하던 사람도 노비로 떨어뜨려 팔아먹는 ‘악당’이니, 그런 악당을 처치하는 게 ‘죄’일 수는 없으니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끝까지 들을지언정, 잊으라느니 용서하라느니 하는 ‘설교’를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싶고, “정말 억울하셨겠네요. 저라도 참을 수가 없었겠네요.”하고 대답하고 싶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도, - 사랑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 엄연히 폭력이니까!)

솔직히 말하라면, 나는 착하고 착하고 또 착한 달이보다, 마음속에 한(恨)을 품고 있고, 분노와 증오 때문에 갈등하며, 반항심을 품은 자영이 더 공감이 간다.

(나 또한,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고, 원한과 분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많으며, 다른 사람이 아니라 식구와 친척들 때문에 한을 품었으니까. 그리고 자영이 고리[高麗]를 ‘썩어빠진 나라’로 여기듯이, 나 또한 오늘날의 한국을 ‘겉은 멀쩡[?]하나, 속으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는 나라’로 여기니까 그런 것이다)

3. 허봉수가 조인수(아래 인수) 성랑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옛날에 도련님 모셨던 허봉수입니다요!”하고 말하는 걸 보고, 숨이 턱 막혔다. ‘헉! 혹시 이 사람 때문에 인수가 가짜라는 게 들통나는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다음 화를 보고 싶어!’하고 되뇌었던 것이다. 김혜린 선생님이 이야기를 끊으시는 게, 무슨 아침 드라마도 아니고, 아주 절묘하게 끊으셔서, 내가 경악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역시 김 선생님은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종이 위에서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잘 아시는 분이다.

- 음력 10월 20일에, ‘에티오피아의 버터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하고 되뇌는, 김혜린 선생님의 독자이자 제자인 돌베개가 몇 자 적다

* 덧붙이는 글(추신) 1 : 『이슈』9월호의 표지는 최고였다. 만약 그 잡지를 사서 읽으신 독자라면,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는지를 잘 아시리라 믿는다. 이 표지는『인월』6권의 표지가 될까? 그렇다면 정말 좋은데!

* 덧붙이는 글 2 : <인월> 11화 ~ 27화의 감상문을 쓰지 못한 까닭은, 그 연재분들이 실린『이슈』지들을 잔뜩 쌓아놓고, 글 쓰는 일을 이날저날 미루다가, ‘집 안에 지저분한 종이 쓰레기’가 잔뜩 쌓여 ‘답답하고 보기 싫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며 분노하신 우리 부모님 때문에, 피눈물을 삼키며『이슈』지들을 내다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11화 ~ 27화의 내용을 다룬 감상문은 서점에서 사서 집 책꽂이에 꽂아둔『인월』단행본의 내용을 읽고 나서 쓸 것이다. 부디 김 선생님과 린 월드의 회원 여러분이 이런 나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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